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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2018년 서울 나들이

2018.11.11 04:27

조승자#65. Views: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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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 나들이

 

우리 7남매의 막내가 칠순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묘하게 착찹해졌다.

다시 말해서 우리 칠남매는 이미 팔십줄에 들어선 큰언니를 뒤따라서 모두

칠십줄에 올라 서는 거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나이를 먹어도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세월을 흘려보낸 탓에

아마도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아연했다. 한솥밥을 먹고 한 이부자리에서

함께 딩굴며 자랐는데 무심도 했지!

그리움에 뒤딸아 연민에 젖어오는 마음이 슬프기도 했다.

그냥 한해 나이먹는다고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미쉬간에 사는 작은 언니와 작심을 하고 서울길에 오르기로 했다.

5월에 이태리 북부 호반을 다녀 오고  8월 중순에 영국과 스콧트랜드를 다녀 온

우리로서는 욕심이 과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가고싶었다.

늘 이렇게 호사로울 수가 있으랴 싶었다.

 

10월 17일 콜럼버스, 오하이오에서 아틀란타를 경유하여 인천공항 직행인 대한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감회가 무량하다고 할가, 착잡하다고 할가, 그런 마음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좋았다.

비행은 편안했다. 비빔밥을 먹고 영화 4편을 보면서 무려 열여덟시간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시간이여서인지 터미날 2는 삼년전보다 여유롭고 입국수속도 신속했다. 

 

도착 후 십오일간 하루도 쉬지않고 연달아 형제들과,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도착하자 마자 둘이서 서울의 한강변을 걸었다. 청명한 날씨인데도 마스크를 쓰고

걷는 서울시민의 모습이 낯설었다. 친구들과 124층 롯떼빌딩이 있는 석촌호 주변도 걷고

삼천갑자 동방석이가 영원히 장수하려고 비결로 알아 낸 검은 탄이 희게되게 씻고 씻다가

신령에게 말미를 잡혀  붙잡혀 간 곳이라 해서 이름한 분당의 탄천 산책길도 동생과 걸었다.

사흘간 말미를 내어 KTX를 타고 여수에 가서 옛 친구를 방문하고 그가 지난 40여년에 걸쳐

성취한 훌륭한 종합병원도 돌아보고 2012년에 열렸던 여수 Expo의 전시장도 비속에서 관람한 후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51년 전에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다녀 왔던 해운대에서

이틀을 지내고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해운대의 옛모습은 찾을 길 없이 현대 해변 관광도시로 변모하여 마치 홍콩의 마천루를 연상시켰다.

우리가 걸었던 모래사장에는 젊은 연인들이. 젊은 신혼부부들일가, 팔장을 끼고 포옹하며

거니는 모습이 50년 전의 우리들의 추억과 버물려 파노라마가 되어 전개되고 있었다.

50년이 후딱 지난 후에 미숙한 젊은 신랑 신부가 아닌 원숙한 노부부가 되어 동백섬에 자리한

웨스틴 조선호텔의 넓은 창으로 앞바다에서 불쑥 떠오르는 붉은 아침해를 느긋이 맞이했다.

51년이 걸린 우리 둘만의 원정의 행각인가!

 

기차는 왠지 퍽 로맨팈하게  느껴져서 마치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가는 심정으로

가슴이 부푸르기도 했다. 옛 기차처럼 칰칰 퐄퐄 소리나지는 않았지만 넓고 깨끗했다.

실망스럽게도 흰 테이블보가 덮힌 테이블이 있는 식당차는 없었다.

 

68명의 고교 동기들과 버스로 경북 영주로 하루 여행을 했다. 너무 높지 않은 고국의 산들이

끝없는 병풍이 되어 둘러 싼 듯한 소백산맥 줄기속에 조는듯 흐르는 낙동강의 줄기가 이룬

무섬강 마을에 백년이 넘었다는 초가지붕과 개와지붕이 고옥마을을 이루고 황금빛 은행나무아래

모여있었다.

미쳐 타작하지 않은 금빛 나락이 흐늘거리는 논을 지나고 잎떨어 진 나무가지에는

주렁 주렁 홍시감이 익어가고 사과가 빨강게 익어가는 시골의 풍요함에 도취되기도 했다.

영주의 자랑인 선비촌과 신라 문무왕 16년, 676년에 의상이 왕명을 받아 세운 화엄종 사찰인

부석사가 너무 높지 않은 산머리에 아담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는 국보 제 18호인 부석사는 못을 쓰지 않은 목조의 건축양식이 유명하다고 하며

많은 문인들이 소백산의 경치를 시문으로 남겼다고 하는데 가히 시심을 불러 일으키는 절경이였다.

 

 

어렸을 때, 구미 외할아버지 회갑잔치때 사촌들과 타작마당에서 뛰어 놀던 추억이 되살아 났다.

함지박에 밭에서 갖따온 수박과 참외와 옥수수가 환상적이였지!

잔치끝에 술에 거나해진 어른들이 잠에 취한 어린 우리들을 한줄로 세워놓고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목청높히 연거퍼 부르게 했던 걸 보면 아마 해방 직후였나보다.

시골풍경은 고향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해주어 낭만에 젖게 한다.

 

형제들과의 회식, 담화, 친구들과의 산책, 회식,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한 만남이였다.

내 나라, 내 형제들, 내 친구들이 모두 마음 푸근하게 성숙해 있어서 고마웠다.

삼세아이들이 과외공부없이 놀수 있는 토요일이면 좋겠다는 말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손주들을 위해서 일과가 정해지는 할미들의 헌신적인 사랑에 이 나라의 희망을 본다.

도착하자 마자 제부가 내어 준 교통카드를 쓰며 어렵게 배운 전철타기에 익숙해 질 무렵

우리는 작별해야 했다. 못다한 이야기들, 언제 다시 풀어놓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을가?

이번에 그렇게 다 못했던 것은 시간이 짧아서만은 아니였음을 우리 형제들은 서로 안다.

언제 다시 오게 될가, 마음 속 몰래 자문하면서 귀로에 올랐다.

 

아름다운 금수 강산은 화려한 가을 옷을 입고 예쁘기 그지 없었다.

날씨도 우리를 반기는 듯, 화씨 60도 전후의 맑고 따스한 가을볕이 들과 산과 강물을

빛내주고 있었다.

미국에서 듣고 염려하던 일들은 전혀 느끼지도 의견도 거론도 없이 평화로웠다.

어느때의 나들이보다 편안한 만큼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도 내 마음속에서

뭉개구름처럼 부각해 왔다.

 

“그냥 언니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시고 나서 생각하니 모두 고령의 노인들이신데...”라는

막내의 말끝이 메아리되어 울려오지만 마음이 부유해지는 가을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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