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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명동 예술극장

2017.10.02 08:28

조중행*69 Views:81

명동 예술극장

                                             조 중행

오래 미국에서 지내다 돌아온 후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옛친구 부부 들과 남산을   걷는다. 대부분 은퇴하고  70줄에 들어선  친구들 , 같은학교,  같은 병원에서 공부하고, 다른 전공 으로  학계나 직장에서 수십 년 씩 묵묵히 일했지만,  대부분 은퇴하고 서서히  인생의 내리막길이라는 섭리에 겸손히 순응하며  이제는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린 청년들 이다

… 장충동 국립극장 에서 시작, 걸어  올라 가면서 ,가끔 남의 이야기, 자식걱정,손자 손녀 이야기 , 정치이야기 ,등등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덧  저 아래로  힐톤 호텔이 보이고 , 조금 더 내려가 남대문 시장으로 들어선다. 중국 말, 소련 말, 뒤섞인  소란한 시장 풍경속에서,  세계 역사 속 지난 70 여년의 격량을 헤쳐온 한국  을 본다.

  모두들 길에 서서 ,은퇴한 교수님도,은퇴한 여류 음대교수도,  시장 호떡 가게에서 호떡을 하나씩 사서 먹고 천천히 좀더 걷다 보면, 지하 상가를 지나게되고, 중앙 우체국 을  지나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지난 주에는 모두 헤어진 후, 혼자 붂쪽으로 걸어 보았다. 본래는 슬슬 교보문고 까지 걸어갈  야심찬(?)  계회이었는데, 중국 대사관 을 지나 조금 걸으니 명동 예술극장을 지나게 되었다. 연극으로 각색된 챨스 딕킨스의 고전  “위대한 유산”을 하고 있었다.

  생각을 바꾸어 남아있던 한장 표를 사서 그 연극을 보았다.  아마 집사람이 그날 옆에 있었으면 피곤하다고 투정을 부렸을터이다.
여러 번 영화로 각색되었던 딕킨스의 유명한 작품, 물질적인 화려한 유산보다 더 고귀한 인류 보편의 사랑과 인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연극으로는  처음 보는 재미가 있었고, 요즈음 한국사회를 들끓는  뉴스의 중심에 있는 재벌들이나 그 2  세 들이. 한번쯤 읽어 보았으면 좋았을 책인데……좀 아쉽다

. 무엇보다 나에게 그날의 명동 예술극장은 40여년만의 방문이라는 감회가 깊었다. 젊었던 그 시절, 시공관이라  불리었던 그곳에서  참 많은 공연을 보았었지,,,. 중학생이었던 50 년대 후반부터 도미하던 70 년대 초 까지 주말이면 명동에 있는 “알리앙스 프랑세스” 에서 오래된 불란서 영화를 보거나,시공관 에서 공연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던 세월이 있었다.
국립 오페라단에서 제작 되었던 여러 오페라들, 여러 음악회, 연극들 등등… 돌이켜 보니 표사는데 용돈도 많이 썼을것이다.

1950년대의 오페라 “라보헴”, “오셀로”, 그리고 실험극장 초기의 야심찬 여러 연극들도 거기서 보았다. 지금은 돌아간 선배 이낙훈씨가 도미 유학에서 돌아와 처음 주연한 섹스피어의 "리어왕”,피세영씨가 “산초”로 열연 했던 “동키호테”, 젊었던 시절 연극계 까지  넘보던 이어령 선생 의 무익조(無翼鳥), 의학 과 연극 두 분야에서 열심히 살다 돌아간  의대선배 이항교수가 학생때 주연했던 Michael Gazzo(극작가/배우)의 “모자엔 빗물만 가득히 등등..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때의  프로그람 이라도 지금 갖고 있다면 아마 보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첫사랑같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1957년 12 월 이나 1958년 1월 초쯤, 매섭게 추웠던  어느 겨울밤 덜덜 떨면서 그곳 시공관에서 보았던 오페라 “라보헴"의 감동 이다. 테너 이인범 교수가 로돌프, 아마도 소프라노 채이숙이 미미, 또  바리톤 오현명 선생도 출연 했던 듯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육이오 전쟁 4 년후, 그 상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당시의 명동, 이 시공관에서 오페라라는  새로운 세계가 14세 사춘기 중학생 소년의 가슴에 남긴 감동은 나에게 이렇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모든 것이 열악 했던 그 시절 서울, 아마 요즈음 전문가의 잣대로 보면, 당시 한국 의 오페라 수준이 꽤  낮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후 도미하여 여러 번 본 Chicago Lyric Opera의 라보헴이나, 가끔 겨울 시즌 에 시간 내어 New York 까지   가서 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 의 라보헴도,어느 다른 소위 일류 오페라도, 그떄 시공관에서 보았던 그 라보헴  같은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지난 토요일 내가 본, 지금의  명동 예술극장은  참 깨끗하고 운치있게 정비되어 있어, Chicago 의 Goodman Theatre 나 Steppenwolf Theatre 같은 세계 일류 극장과 비교해도 하나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나이 70 넘은 이 노인에게 그곳은 영원히 “시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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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o Alagna "Che gelida manina" (La Boheme) - 1995

 

Webpage by 조중행, October 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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