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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學林을 회상하며.

2010.01.26 00:54

유석희*72 Views:9780


동숭동 전 서울대 문리대 앞에 있는 다방

주로 문리대와 의대생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

법대생들은 학교 앞에 대학이란 다방을 이용하였고.


지루한 유기화학 실험, 포르마린 냄새나는 해부학 실습,

약리학 실습에서 알코올의 체내 흡수실험 후 술 깨울 때,

우리들은 여기에 숨어들었습니다.

제가 미생물학 실습의 땡 시험에서 50점 만점을 맞고도 출석하여야 할 실습실보다

학림 출석부에 개근하느라 출석이 모자라 실습 학점 “B"를 맞게 한 곳도 이 곳.

그러나 학림은 우리들의 asylum이자 heaven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그 곳에는 古典 음악이 있었고,

미군 C ration속의 가루 커피보다 못한 맛이지만 커피가 있었고,

항상 아는 사람이 있었고, 아는 사람이 없어도 그만이지요.

친구들과의 약속도 그냥 “학림에서 보자.”

일찍 가면 일찍 가는대로 기다리면 되고 늦게 가도 별로 미안하지 않은 곳이다.


학림은 우리가 다닐 때는 미쓰 ?가 있었고,

그때 상영하였던 “대장 부리바”에서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을 닮았으나

보다 더 청순하고 조용한 동양적인 아가씨.


어쩌다 귀한 새로운 LP 판이 하나 들어오면 D.J가 으쓱해서 틀려준다.

한동안 D.J는 나중에 공간 사랑 극장장을 맡았던 서울고등, 문리대 미학과 출신의

강 준혁이었어요. 그는 좁은 D.J房에서 오보에인가? 클라리넷인가? 를 연주하기도 했고.

끼가 많았던 이 친구는 후에 공간 사랑에서 김 덕수의 四物놀이와

공 옥진의 병신춤과 발굴한 문화기획자이지요.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하숙집에 돌아와 짐 정리 후 제일 먼저 찾는 곳.

윙 윙 선풍기 더운 바람 쏟아내는 여름철은 별로이다.

이런 가을철,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면,

그래 그 곳에서 미리 피셔 디스카우가 부른 “겨울 나그네”가 듣고 싶다.


또 이 곳에서 學林派 문인들이 생겨났습니다.

40년 초반 출생, 60년 대 초 문리대를 수학한 이들은
“당신들의 천국”으로 이 청준, 아깝게도 얼마 전 폐암으로 타계하셨지요.

“霧津 紀行”으로 김 승옥, “무너진 극장”으로 박 태순,

그리고 나중에 등단한 정 영현(여성동아 공모에서 “꽃과 나비”)이다.


마지막으로 시 한편을 감상합시다.


세월이 가면/박인환(1956년 씀)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과거는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어/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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