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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 에 대하여

2011.07.01 02:14

이기우*71문리대 Views:5486














황우석 사기극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사회. . .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가 시판 허가됐다는 뉴스가 그야말로 대서특필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유력지’ 들이 1면에 자랑스럽게 보도했고,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의 모(母)회사 주가는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이 회사 주식으로 떼돈을 번 연예인들의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함께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상식의 눈으로 과학을 보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 축제에 동참할 수가 없습니다. 

줄기세포는 온갖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세포입니다. 줄기세포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이것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특정한 세포로 정확히 분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줄기세포를 몸 안에 넣으면 자동적으로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머리카락으로 분화하라고 민머리에 심은 줄기세포가 생식세포로 변한다면 끔찍하겠지요? 현대 의학은 아직 줄기세포에서 암세포가 생기는 것도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조심, 조심하는 겁니다. 국제적 권위지에 수 십, 수 백 편의 논문을 발표한 
선진국의 줄기세포 대가들도 줄기세포를 당장 치료에 쓰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겁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황우석 박사는 분화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면서도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코미디에 온 나라가 부화뇌동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 줄기세포에 대한 환상이 아직 남아있고, 지금도 온갖 ‘아류 코미디’ 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의 줄기세포를 포함한 생명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는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과학의 영역은 ‘뿌린 만큼 거둔다’ 는 진리가 잘 적용되는 분야입니다. 그런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세계 처음으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는 데 무조건 박수를 칠 일입니까? 

우리나라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허가 절차가 너무 쉬워서라는 상식적 판단을 할 사람이 
이렇게도 없단 말입니까? 언론은 왜 ‘세계 최초’ 에 열광했다가 허무하게 막을 내린 ‘황우석 사기극’ 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을까요? 의학은 과학 중에서도 독특한 분야입니다.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허툰 ‘세계 최초’ 에 열광하지 않아야 할 이유입니다. 

코메디닷컴의 어제 보도에 따르면 ‘세계 첫 줄기세포 치료제’ 의 임상시험 주관 의사도 “아직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시판 허가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고 밝혔습니다. 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회사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 아니라 식약청의 과학 원리에 대한 무지와 생명에 대한 무관심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허가가 났다” 고 비판했습니다. 저는 정상적인 심장내과 
의사라면 심근경색 환자에게 이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효과도, 안전성도 
불확실한데 한 번에 1800만원이 드는 치료를 권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도 이 회사가 막대한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학 분야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습니다. 매천 황현이 절명시(絶命詩)를 통해 남긴 ‘난작인간식자인’ (難作人間識字人, 세상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기가 힘들구나) 이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사회가 합리적, 이성적이 되도록 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럴수록 매일 매일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고개를 치듭니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라도,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여러분도 뜻을 함께 하시겠지요? 과학적 사고가 조금씩 조금씩 번지도록, 이성과 합리성이 영역을 조금씩 넓히도록, 눈 감지 않고, 목소리를 
울리시겠지요? 

-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596호 20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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