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루치아'의 광란에 대한 해석 정유석*64
루치아 디 라마무어’는 도니체티의 대표적인 오페라에 속한다. 원래 스코틀랜드 출신인 월터 스코트 경이 쓴 ‘라마무어의 신부’란 소설을 소재로 했다. 당시 이 작품은 통속소설로 인기를 크게 얻어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지금껏 남아있는 것은 도니제티의 작품뿐이다.
스코틀랜드의 라벤스우드 가와 라마무어 가는 대대로 내려오는 숙적이다. 라마무어 가의 엔리코 경은 왕과 대립하여 상당히 위험한 경지에 있다. 그래서 그는 여동생 루치아를 세력가인 아르투로 경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정치적 세력을 만회하기 위한 책략이었다. 그러나 루치아는 이미 라벤스우드 가의 에드가르도란 청년과 밀회를 하며 사랑을 나누는 사이. 에드가르도가 프랑스에 간 사이에 엔리코는 계교를 꾸민다. 에드가르도가 루치아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채어 다른 여자에게 구혼을 청하는 편지로 조작한다.
조작된 편지를 읽은 루치아는 “치명적인 타격”이며 “죽음에 가까이 간다.”라면서 크게 충격을 받는다. 엔리코는 동생에게 배반한 에드가르도를 잊고 이웃에 사는 부유한 청혼자 아르투로 경과 결혼하라고 충고한다. 절망에 빠진 루치아는 너무 큰 혼란 속에서 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한다. 결혼식 날 미리 준비된 계약서에 루치아는 울면서 서명한다.
이때 프랑스에서 바로 돌아온 에드가르도가 복면을 한 채 결혼식에 나타난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그는 루치아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면서 저주한다. 결혼 축하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루치아는 방금 결혼한 아르투로 경을 칼로 찔러 죽인다. 루치아는 실성한 상태가 되어 무대에 나와 자신이 에드가르도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찾는다. 이것이 유명한 ‘루치아의 광란’ 장면’이다.
루치아는 다음 날 죽는다. 그녀가 결혼해서 행복하리라 믿었던 에드가르도는 그녀의 시체를 담은 관을 보자 사실을 알고 자신을 칼로 찔러 자살한다.
그러면 루치아의 정신병은 무엇일까? 갑자기 발생한 점을 보면 정신분열증, 조울증, 정신박약, 망상장애 같은 만성 질환을 아니다. 어떤 이는 베르디의 ‘막베스’를 연상했는지 몽유병 증상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 오페라에서 막베스 부인은 잠에서 깨어나 아리아를 부르는 유명한 ‘몽유병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나 루치아는 결혼 날 침실에 들자 남자를 살해했지 잠을 자다가 깨어나 벌린 행동으로 볼 수 없다.
주인공이 심한 충격을 받아 돌연히 발생한 상태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루치아는 정상적으로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든 심한 충격을 적어도 두 번 계속해 경험했다. 첫 번은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표현한 조작된 편지를 읽은 후 받은 충격, 그리고 결혼식 날 에드가르도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에게 퍼부은 저주였다. 그래서 영국의 정신과 의사 마크 존스 박사는 루치아의 상태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결과로 본다.
필자는 스트레스 장애에는 동의하지만 PTSD란 진단에는 의견을 달리한다. 극심한 충격이 있고 그로 인해 심리적 손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될 때 PTSD라고 진단한다. 충격 후 증상이 한 달 안에 발생하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Disorder)로 따로 구분한다. 따라서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루치아의 광란'에 가장 근사한 병명이겠다.
후기; 만일 루치아가 자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달 이상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면 자연히 병명은 PTSD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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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고맙습니다.
1835년에 공연한 작품이라하니, 요새로 치면 그때의 "신파"극 처럼 보이는데,
비록 그렇다해도, 스토리가 Lucia 에게는 (비인간적으로) 너무 잔인하군요.
아마 그때 사회와 그때 남자들은 그런걸 sadistic, masochistic attitude로 즐겼는지 모르지요.
따라서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은 Lucia보다는 오히려 Lucia를 창조하고 그걸 즐긴 사람들이 아닌가요?
Weren't they sick people?
옛날의 유명한 opera 들의 story line에는 이런"쪼"가 많은데 (예: Romeo & Juliet, Macbeth 등등),
단지 그 음악의 훌륭함에, 우리가 그걸 사랑하고 그 명맥이 남아있는것이 아닌지?
한가지 남는 의문: 그때 Europe 사람들은 왜 이런 처절한 "비극"을 즐겼을가?
젊은 연인이나 어여쁜 여자를 대상으로 이런 잔인한 장난을 벌렸고 그것을 즐겼을가?
(Lucia di Lammermoor는 그당시에 인기 소설이였다하지요.)
반면에 같은 시기의 우리 한국의 옛 스토리에서는 Happy ending이 많었죠 (예: 춘향전, 심봉사 등등).
So, what's the difference in two cul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