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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훈 칼럼_김정일의 스폰서들

임 춘 훈
언론인, 전 (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임춘훈.jpg
 요즘 LA갈비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서너달 사이에 세배나 폭등해, 말 그대로 갈비값이 금값입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파운드당 1.99달러∼2.99달러 하던 LA갈비는 요즘 한인 마켓 정육코너에 나붙은 프라이즈 택 평균가가 자그만치 5.99달러∼6.99달러입니다. 세계에서 쇠고기 값이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라는 한국의 갈비값과 엇비슷해졌습니다.
 
미국 같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특정 식료품 값이 단시일 내에 이렇게 폭등하는 경우는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자연재해나 기상이변, 전쟁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할 때뿐입니다. 미국 쇠고기 시장엔 어떤 돌발사건이 일어난 걸까요? 한국의 촛불족들이 오매불망 바라던 광우병 미친 소가 드디어 미국에 나타난 걸까요?
 
아이러니칼하게도 사단(事端)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벌어졌습니다. 한국의 축산농가를 강타하고 있는 구제역 파동입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구제역 때문에 수 만 마리의 청정(?) 한우가 살처분 되는 바람에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한국시장을 뚫고 들어갈 틈새가 생긴 겁니다. 이렇게 LA갈비의 수출길이 갑자기 크게 열려 공급이 딸리는 바람에, 비싼 고기를 사먹어야 하는 이곳 교포들만 고달픈 신세가 됐습니다.
 
내 골프 친구 하나는 못 말리는 갈비 매니아입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갈비를 먹어야 살맛이 난다는 이 친구는 요즘 노년기 우울증에다 갈비 뜯는 재미마저 잃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죽는 시늉입니다. 10달러어치 3∼4파운드만 사오면 노부부 둘이서 엣지있게 와인까지 곁들인 근사한 갈비 식탁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최소 30달러는 써야 하는 끔찍한 세상이 됐다네요.
 
나는 개인적으로 갈비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갈비 못 먹어 생기는 노년기 우울증같은 것 걱정하지 않습니다. 갈비 많이 먹으면 성인병 고생에 대장암 걱정까지 해야 하는데 이참에 담배 끊듯 갈비도 아예 끊어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내 친구 내뱉는 언설(言說)이 그럴싸합니다.     
 
뱟갈비 끊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다시 광우병 촛불시위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게 낫겠다. 천안함 사태와 6.2 지방선거로 반미좌파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 다시 왔으니 잘만 하면 광우병 촛불시위 또 한번 일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LA갈비의 한국 수출길이 또 막혀 1.99달러∼2.99달러에 원 없이 갈비 뜯던 그립던 그 호시절이 다시 오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빙고.

          *    *    * 
 
스폰서 검사, 혹은 검사 스폰서 얘기가 올 상반기 한국의 정치권과 사법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지방의 건설업자인 정모라는 사람이 지난 십수년 동안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수십명의 전현직 검사들에게 돈봉투, 술과 골프 등의 향응, 심지어 성 상납까지 바쳤다고 폭로한 사건이 바로 스폰서 검사 파동입니다. 
 
한국의 스폰서 문화는 역사와 전통이 사뭇 유장(?)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 큰 기침하고 앉아있는 그 사회의 거의 전 부문에 전천후적으로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검사한테만 스폰서가 붙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스폰서 국회의원, 스폰서 청와대, 스폰서 판사, 스폰서 경찰, 스폰서 국세청, 스폰서 국정원. 힘깨나 쓰는 권력 엘리트 치고 스폰서 몇 명 거느리지 않은 사람은 팔불용(八不用)이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난 정권 때까지 나는 직업상 한 해 두 세차례씩 한국 출장을 나갔습니다. 여야 정치권의 중진, 국회의원, 청와대의 고위관리 등 권력기관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지요. 술도 얻어먹고 골프도 함께 쳤으니, 나 역시 스폰서 접대 받은 해외언론인으로 매도돼도 할 말은 없습니다.
 
그때 확실하게 봤습니다. 권력자들과 밥 먹고 술 마시고 골프 치는 자리엔 거의 예외 없이 무슨 무슨 회장이나 사장으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이들이 바로 스폰서지요. 어떤 실세 국회의원과 함께 어울린 술자리엔 복수의 스폰서가 나타나 수백만원이나 되는 술값을 서로 내겠다고 계산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계산서 쟁탈 싸움에서 이겨, 술값을 내게 된 어떤 스폰서 회장의 얼굴에 피어오르던 득의에 찬 행복스런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때 그 자리의 바로 그 의원님이 얼마 전 TV에 나와 노루잠에 개꿈 꾸듯 온갖 번설로 스폰서 검사들을 쥐 잡듯 닦달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    *    * 
 
북녘땅의 절대권력자인 김정일한테 스폰서가 있다는 얘기 들어봤는지요? 중국의 후진타오나 러시아의 푸틴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남녘땅 대한민국에 김정일을 위해 온갖 자원봉사를 마다않는 스폰서들이 요즘 만수산에 구름 모이듯 여기저기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주에 대한 국민 불만과 견제 심리,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전쟁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한 20∼30대 젊은 층의 대거 투표권 행사로 좌파세력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지방 권력을 엇비슷하게 나눠 갖게 된 이번 선거는 한국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긍정적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진보세력이 내세우는 복지, 분배, 평등, 평화의 가치가 국정에 접목되고 반영된다면 바람직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헌데, 선거혁명을 이뤘다며 파이팅을 외치는 김정일 추종 종북(從北) 세력의 요즘 빨간 악마 놀음은 진보적 가치 문제와는 상관없이, 마치 소경 매질하듯,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존립 자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자원봉사로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는 남조선의 이념적 스폰서들 때문에 요즘 아주 행복하겠습니다. 제1 야당인 민주당과 최대의 시민단체라는 참여연대가 김정일 스폰서 흉내를 내고 있지요. 인천시장 당선자 송영길, 대학교수 출신 백낙청과 김용옥, 최문순 등 야당 국회의원, 한상렬 등 다수의 종교인들도 스폰서 대열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최문순은 광우병 방송으로 유명한 MBC 출신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뱟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얘기는, 골프에 비유하면, 홀인원이 다섯 번쯤 연속으로 나왔다는 얘기와 같다. 
 
도올 김용옥의 북한 소행 가능성 0.0001% 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고 싶은 좌파 정치인의 절박한 심경이 읽혀집니다. 홀인원 다섯 번설과 0.0001%설중 김정일은 어느 쪽에 더 흡족해 했을까요?
 
인천시장 당선자 송영길은 7월1일 취임하면 제일 먼저 북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지원 유보 조치에 어깃장을 놓고 딴지를 걸겠다는 심사입니다. 김정일은 인구 300만의 인천시장을 스폰서로 챙기게 돼 얼마나 흐뭇할까요?
 
서울대 명예교수인 백낙청은 일찌감치 김정일을 위한 자원봉사자로 나선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입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이 사람도 한 말씀 거들었습니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으로 오키나와 기지 이전 등 일본의 양보를 받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천안함 사건의 미국 음모설에 힘을 실어주는 뉘앙스의 발언입니다.
 
개신교 목사인 한상렬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방북 불허 방침에 맞서 6월12일 평양으로 밀입북했습니다. 북한 군부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 직후입니다. 불바다가 되기 전 혼자 살아남기 위해 장군님 품을 찾아간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로도, 한 인간으로서도 실패한 전형적인 한국 사회의 루저(looser)라고 보수층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한상렬은 이번 밀입북으로 김정일 스폰서 자리만큼은 확실히 꿰차는 위너(winner)가 됐습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 선동 일꾼들은 요즘 거의 할 일이 없어졌다고 하지요? 남한의 현실과 체제를 왜곡 비판하고, 저들의 체제를 날조 선전하는 게 이들의 임무인데, 요즘은 머리를 싸매고 그런 논리를 개발해낼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깁니다. 남한의 인터넷을 뒤져보고, 김정일 스폰서를 자임하는 많은 좌파인사들의 발언만 모으면 자신들이 날조해내던 어떤 선전 선동 내용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고 다양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천안함 사건 후 북한이 내놓은 선전 내용은 사실상 거의 전부가 남한의 인터넷 논객이나 좌파 논객, 야당 정치인들이 개발한 왜곡논리의 판박이입니다. 며칠 전 유엔 북한대사 신선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주장 역시 남한 내 김정일 스폰서들이 펼친 내용의 짜깁기입니다. 그는 백낙청의 논리를 넌지시 인용해 천안함 사건은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에서 재미를 본 미국의 음모라고 강변했습니다.
 
요즘 남한의 보수층은 친북세력이라는 말보다 종북세력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친북세력은 분명한 목표 없이 정치적, 정서적 이유에서 북한을 동정하고, 때로는 소극적으로 동조하는 세력입니다. 이에 반해 종북세력은 북한과 유형 무형의 연계를 갖고 북한의 이익과 남한의 체제 전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부류이지요. 모든 것을 북한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평가하는 이들에게는 북에 유리하면 선이고, 불리하면 악입니다.
 
LA갈비 마음껏 뜯지 못해 노인성 우울증에 걸린 내 골프친구의 걱정스런 전망대로, 한국의 좌파세력들은 과연 반미종북(反美從北)의 촛불을 다시 들게 될까요?
 
지난 번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는 무려 1840여개가 넘는 단체들이 참가했습니다. 이 중 다수가 종북세력입니다. 대단한 파워지요. 지금 한껏 기세가 올라있는 이들이 다시 뭉쳐 거리로 뛰쳐나오면 제2, 제3의 촛불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짝짝짝! 을 외치던 월드컵 붉은 악마들이 떠난 그 빈 공간을 바라보는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은 까닭입니다.

(2010년 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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