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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하숙집 식단"

2008.07.29 15:26

유석희*72 Views:7189

1966년 18세에 서울로 올라와 의과 대학 6년, 인턴숙소 1년, 레지던트 1년차 때 다시 하숙 1년,
군대에 가서 BOQ생활 1년 도합 9년간 객지 밥을 먹었다.

그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하숙집 식단은 콩나물국, 배추국, 된장국 등을 비롯한 국 한가지와
맛이 약간 가버린(?), 이런 것들은 시장이 파하기 전에 가면 싸게 살 수 있는
꽁치, 갈치, 이면수, 병어 등의 생선 구이 한토막이 올라 올 수 있고,
김은 뻣뻣한 김이거나 파래김, 오징어채, 멸치, 콩과 어묵조림, 두부부침, 무나 시금치나물 등과
때에 따라서는 마가린 한쪽, 김치나 깍두기, 아니면 단무지 등이 반찬이었다.

왠지 하숙밥은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파지는 법,
지금처럼 맛있는 사발면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침에 학교 갈 때 하숙집 아줌마가 오늘 저녁에는 쇠고기 국을 끓일 것이라 하여
잔뜩 기대를 하고 왔더니 이건 아니올시다.
경상도식의 쇠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육계장이 아니라 멀건 "맑은 장국" 이었어요.

참고 : 경상도식 육계장은 우선 색이 붉고 맛은 얼큰하다.
         고기가 많이 들어가고 무우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토란줄기 말린 것과 고사리와 대파를 넣어 건더기가 많고
         또 오래 끓여 깊은 맛이 우려 난다.

그러나 하숙집에서도 학생들의 식사에 대한 불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번씩은 고기를 먹여 주는 데 내가 마지막으로 왕초 노릇을 한 하숙집.
이 하숙집은 별명이 "명륜 카지노". 매일 밤 낮으로 마이트하던 주인이 경찰서 형사주임이시다.
이 집에서 지금 미국에 계시는 1년 선배, 장 철, 황 동하형과 같이 있었지요.

-이 하숙집에서 제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서울대 응급실 주치의로 있다가
서울대 응급실 환자로 동생과 같이 업혀 와서 "Hyperbaric chamber"에 들어갔다 하루만에 깨어난 집-
에서는 돼지고기 불고기파티를 하곤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까탈스러운 나의 입이 아무 것이나 잘 먹는 메기입으로 바꾸어 졌고,
하숙생활 끝나고 5년 동안은 계란후라이와 꽁치등은 입에도 대지 않았으나
이상하게도 콩나물국은 물리지 않았다.

대학 6년 동안에 하숙 13번 옮겨 다녔고, 처음에는 책걸상과 캐비넷도 있었으나,
마지막 하숙생활이 끝날 때는 트렁크 두 개와 이불보따리 하나가 살림의 전부이었다.

아 아! 그리운 하숙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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