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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 22: 부조금 봉투 쓰기

 

   "칠순에는 고희라는 말이 있는데, 팔순 잔치 때는 뭐라고 써야 합니까?"

   학회 연구실에 문의해 오는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부조금 봉투 적기에 관련된 것들입니다. 여러 분야의 생활 방식이 서양화 함에 따라 우리의 전통적인 인사말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음에도, 이 부조금 봉투 적기만은 아직까지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들 인식하고 있습니다. 적은 액수의 돈일지언정 부조를 하는 이의 정성을 상대방에게 간곡하게 전하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부조금 봉투에 적는 인사말 하나에도 대단히 조심을 하게 되는데, 특히 팔순이나 구순을 축하하는 잔치 모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이는 이들이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손위 어른의 생일을 높여 부르는 말이 생신입니다. 생신이 곧 '태어난 날'의 뜻이므로 "생신일"은 잘못된 말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육순이 지난 뒤에는 특별히 의미 있는 때를 정하여 주변 사람들을 초청, 성대한 생신 잔치를 열어 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환갑(또는 회갑, 화갑) 잔치와 칠순 잔치입니다. 칠순을 달리 "고희(古稀)"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의 이름난 문장가였던 두보의 시 가운데 "人生七十 古來稀"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한학이 융성했던 시기에 글줄이나 배운 이들이 칠순을 좀더 문학적으로 표현하느라 지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많은 사람들은 팔순이나 구순 따위에도 이 같은 별칭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팔구십 살까지 사는 일이 흔치 않았으므로 굳이 별칭까지 만들어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말을 막연히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으니, 정작 우리말인 "팔순, 구순"은 한 구석으로 밀려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80살은 그대로 팔순(八旬)이며 90살은 구순(九旬)입니다. 일부에서는 팔순을 "산수(傘壽)", 구순을 "졸수(卒壽)"라고도 하는데,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억지로 별칭을 만들어 쓰려는 심리에서 나온 말이니 권장할 것은 못 됩니다. (칠순이나 팔순, 구순 잔치는 모두 우리의 세는 나이로 각각 70, 80, 90살에 치릅니다.)

 

   또한, 66살을 "미수(美壽)", 77살을 "희수(喜壽)", 88살을 "미수(米壽)", 99살을 "백수(白壽)"라고 하여 성대한 생신 잔치를 치릅니다. 이들 말은 모두 일본말에서 들여 온 것들입니다. 우리에게는 본디 66살이나 77살, 88살 등을 기리는 전통이 없었습니다. 유별나게 장수에 관심이 많은 일본 사람들의 풍속을 우리가 배운 것입니다. 그러니 그에 따른 용어도 일본말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주로 환갑(회갑, 화갑)을 앞뒤로 하여 크게 생신 잔치를 치르었습니다. 환갑 잔치는 우리 나이(세는 나이)로 61살(만 나이로 60살)에 열었고, 60살에는 육순(六旬) 잔치를, 62살에는 진갑(進甲) 잔치를 열었습니다. 70살까지 사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 71살만 되어도 "망팔(望八)"이라 하여 장수를 축하하는 큰 잔치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 이들 잔치에 참석하고자 할 때 마련하는 부조금 봉투에는 무엇이라고 써야 할까요? 
   다음에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세는 나이)      (봉투에 적는 인사말)

    60살 ……… 축 육순연(祝六旬宴)

    61살 ……… 축 수연(祝壽宴), 축 환갑(祝還甲), 축 회갑(祝回甲), 축 화갑(祝華甲)

    62살 ……… 축 수연(祝壽宴), 축 진갑(祝進甲)

    70살 ……… 축 수연(祝壽宴), 축 고희연(祝古稀宴), 축 희연(祝稀宴)

    77살 ……… 축 수연(祝壽宴), 축 희수연(祝喜壽宴)

    80살 ……… 축 수연(祝壽宴), 축 팔순연(祝八旬宴)

 

   그밖에 88살의 생신 잔치에는 "축 미수연(祝米壽宴)", 99살의 생신에는 "축 백수연(祝白壽宴)" 따위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한편, 환갑 이상의 생신 잔치에는 장수를 축하하는 뜻으로 보통 "축 수연(祝壽宴)"을 널리 씁니다.

 

   그러나 이 "축(祝)"을 '축하'의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본디의 낱말이 가진 뜻과 어긋납니다. "祝"은 '빌다'는 뜻의 동사로서, 예부터 제사를 지낼 때에나 써 오던 말입니다. "축문(祝文)"은 '제사 때 읽어 신명에게 고하는 글'이고, "축가(祝歌)" 역시 본디는 노래의 형식을 빌어 신에게 비는 제례의 하나였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모두 제사와는 관계없이 '축하하다'는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더라도 "祝"이라고만 할 때에는 '빌다'의 뜻이지 '축하'의 뜻은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축 환갑"이라고 하면 '환갑을 (맞이하기를) 빌다'는 뜻이 되니, 이미 환갑을 맞은 사람에게는 커다란 실언입니다. 같은 경우로, "축 결혼"이라고 하면 '결혼을 (하기를) 빌다'는 뜻이 됩니다. 이는 당사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실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축 OO' 식의 말은 우리말 어법에도 벗어납니다. 우리는 'OO를 축하하다'라고 말하지, '축하하다 OO를'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영어나 중국어의 어법(말법)입니다. "나는 학교에 간다."를 영어권 나라에서는 "I(나는) go(간다) to school(학교에)."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我(나는)去(간다)學校(학교에)."라고 합니다. 아마 우리 한아비(선조)들이 오랫동안 한자로 글자살이를 해 온 까닭에 많은 부분에 이러한 중국식 표현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서 "차 한 잔을 마시며"를 "한 잔의 차를 마시며"로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이는 영어의 영향을 받은 미국말입니다. 지난날에는 중국 문화를 신봉하여 우리것이 많이 손상되었다면, 오늘날에는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잃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말투를 바로잡는 것은 곧 우리의 겨레얼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생신 잔치에 내는 부조금 봉투 쓰기에 대하여, 글쓴이는 종래의 틀에 박힌 '축 OO' 대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합니다. 돈의 많고 적음보다 정성의 깊이를 담아야 하는 부조금 봉투에는 꼭 제한된 글자 수를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한글만 쓰기가 보편화 된 요즘 같은 시대에 어려운 한자말을 적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생신 잔치 자체를 축하하는 것보다는 장수를 빌어 드리는 뜻으로 "만수무강하소서"가 어떨까요? 하얀 봉투에 큼직한 한글로 "만수무강하소서"라고 적어 전해 드린다면, 모든 허식을 떠나 마치 부모의 강녕을 비는 자식의 정성을 대한 듯 받는 이의 마음도 한결 따뜻해 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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