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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ssay] 노년의 청춘

2016.01.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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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년 의 청 춘 

옥 병 문 
Laguna Woods 한인 문예집에서         


팔순의 나이를 살면서 늙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젊게 살고 싶어서이다. 아니 나는 아직 젊다. 주변에서 팔순 잔치를 하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나는 팔순 잔치가 싫다 죽음의 서곡 같아서이다.

가끔 화장실 거울에 비쳐지는 내 얼굴을 쳐다보면 젊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섬뜩함이 느껴질 때가있다. 팔팔하던 시절의 젊은 미남은 어디로 사라지고 무서운 속도로 어딘지 모를 도착지로 향하는 느낌이다. 그 느낌은 40 여 년을 같이 해오던 Golf에서이다 . 한때는 PGA 프로 선수 못지않게 장타를 날렸다. 그런데 해마다 거리가 10 야드씩 줄어들어 이제는 150 야드를 넘기가 힘들어졌다. 아무래도 나이 탓이리라.

이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서도 언제 죽을 것인가 보다 내가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만일 내가 다시 환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다시 살아야 할까? 실패한 삶을 되풀이 하지 않으리라.

주변의 어떤 이가 이렇게 말을 했다. 출생에서부터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회생활, 결혼을 몽땅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지껏 살아 온 모든 삶이 거짓이었다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일반적으로 남녀??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거의 지금껏 살아온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어떤 여인은 지금의 남편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든가, 또한 남자는 지금의 부인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다.

왜 일까? 여지껏 살아 온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살아왔다. 그러니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지막의 순간이다. 마지막 마무리를 어떻게 잘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자체를 평가 받고 인격이 증명되는 것이다. 잘 나가던 사람도 한 순간의 실수로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평가는 무덤에 들어간 후에 알 수 있다고 한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님의 마지막 떠나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내 주변에 버릴 것만 있다. 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가려니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해서 너무 좋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가족, 친지, 이웃을 못 보는 것만이 길목을 막아 설뿐 아무 것도 아쉬울 것이 없노라고 했다. 훨훨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안간힘을 쓰며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우리는 노욕(老慾)에 사로잡혀 있는 노인을 많이 본다. 노욕은 욕심이 많은 노인을 말한다. 뭐 그리 욕심이 많은지 노욕은 추하다.

잘 아는 이의 칠순 잔치에 간 일이 있다. 중국집에서 잔치를 했는데 많은 양의 맥주를 얼음 통에 담아 놓았다. 칠순의 주인공 친구 가 참석한 인원수를 계산하더니 맥주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는지 반을 차에 가져갔다. 먹다 남으면 들고 올 수도 없고 해서 얄팍한 꾀를 쓴 것이다. 노인들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젊은이들은 어디 그런가 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술이 모자라 비싼 중국집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엄청 술값을 지불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화를 버럭 내며 차에 술이 있는데 왜 가져다 먹지 않고 그랬느냐고 했다. 그럼 왜 술을 차에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노욕이다. 정말 추하게 보였다.

이곳 Laguna Woods에도 많은 한인들이 들어와 새롭게 한인 타운이 형성되는 것 같다. 이곳이 살기 좋다고 소문이 많이 났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층과 아래층의 소음으로 싸움이 일고 심지어 고소까지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다. 양보의 미덕이 없다. 나는 많이 배웠고 너는 무식하다는 인식으로 서로 질시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잘난 체하며 노욕을 버리지 못하는 노인이 많은 것 같다.

거울을 보며 섬뜩 느껴지는 것은 만일 내가 나이가 더 들어 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친구들과 다정하게 놀지 못하고 양로원이나 집에 들어 누워 있을 경우를 생각하니 내가 무서워 졌다.

박경리님은 버리고 떠나면서 부탁의 말을 했다. "살아 있는 동안 다들 건강을 지키며 주변 이웃들과 정 있고 훈훈한 친교가 있기를 바란다." 라고. 가족, 친척보다 주변의 이웃들을 더 중요시 여겼다. 사실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척보다 이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다. 박경리님이 정을 주고 친교를 맺고 살라고 한 말은 의미가 있다.

그래 모든 것 버리고 떠나자. 더 이상 취할 것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자신의 사진부터 버리자. 젊어서 사진 찍기를 좋아해 사진들이 상자에 가득하다. 그러나 내가 사라진 후 그 사진들 을 챙겨 줄 사람이 누구일까? 아마 아들 딸 자식들은 아버지 사진을 잘 모실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도 세상을 뜨고 나면 손자들은 이미 할아버지를 잊을 것이며, 사진은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언젠가 사진들은 손자들의 손에서 휴지통으로 들어 갈 것이다. 그 또한 보기가 싫다. 그래서 버려야 한다.

재산을 정리하고 쪼개 쓰는 친구가 있다. 잘 아는 친구다. 사업을 정리하고 자식들??물려줄 것을 물려 준 다음 몇 십 년 살던 집을 팔고 모든 재산을 현찰로 만들어 은행에 입금을 하고 남은 여생을 쪼개서 돈을 쓰는 친구 가 있다. 삶이 10 년 정도 남았다면 달수로 120 달이다. 은행에 입금한 총 현찰을 120 달로 나누어 한 달에 얼마씩 쓰고 사는 친구가 있다. 좀 지나치지 않나 생각을 해 보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만 쓰고 죽겠다는데 할 말이 없다. 이제는 늙었으니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이 친구 좀 조잔한 느낌이 든다.

영성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사진처럼 알아차리곤 한다. 우리 주변에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로 이끌어 주는 영성이 참된 영성일 것이다. 미움과 분열로 이끌어 가는 영성은 사이비 영성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가 함께 추구하고 나아갈 화두는 <참된 영성 추구이다>. 그래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기분이 홀 가분 하다."고 말한 박경리님이 돋보인다. 흔히들 인생의 노년은 상실의 세대라고 한다. 상실 당하기 전에 버릴 것은 스스로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이 지고 갈 짐을 가볍게 하자.

노인이 되면 기력이 감퇴해 나중엔 식사조차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생긴다. 불시에 몸이 아플 수도 있다. 그럴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할 사람들이 많은 곳이 안전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Laguna Woods가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주변에 아직 버리기 아까운 친구들, 소주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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