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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47.

다시 한국으로

[중앙일보] 입력 2006.11.07

한국 정부서 "해외홍보 맡아 달라" 요청, 18년 몸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떠나

[김희중 갤러리]1980년대 후반 경남 남해에서 촬영한 할아버지와 손자. 74년 일시 방한 이후 필자는 조국에서 일할 날을 꿈꾸고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조국을 그리워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미국 생활 10여 년 동안 한국에 대해 내가 가졌던 감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태평양을 건너오는 소식이 예외 없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가끔 듣는 소식은 독재와 부정부패, 전쟁 위기 같은 우울한 것 일색이었다. 서서히 잊혀지는 한국말마저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1974년 귀국 때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사회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활기차게 살고 있었다. 외국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 없었던 한국인이 맨주먹으로 기적을 창조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런 모습이 왜 외국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을까? 그 때부터 한국 사람과 부대끼며 정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전까지 나를 볼 때마다 점(点) 본 이야기를 하셨다. "희중이 너는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도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셨다. "네 몸 하나 편히 살자고 공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기회가 되면 나라를 위해 봉사해라." 그런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전성기인 70년대를 보내고 80년 이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팀장과 기획위원을 맡아 열심히 일했다. 일찍 입사한 덕분에 승진도 빨랐고 기획위원이 되었을 때는 불과 마흔 살이었다. 가장 나이 차이가 적은 위원도 나보다 열세 살이나 많았다. 편집팀장 5년차였던 85년, 이제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한 바를 모두 이루었고, 한편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신하지 못하는 회사가 답답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나 혼자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때 맞춰 한국 정부가 해외 홍보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돌아갈 거라면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직하고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내 회사'였다. 목숨을 바칠 각오로 일하고 같이 성장했다. 그런 회사에 사직서를 내려니 손이 떨렸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떠나도 될까? 내가 미처 덜 배운 것은 없는가?'

친구들이나 동료, 이웃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미쳤다는 사람도 있었다. 좋은 회사의 핵심 자리에 있으면서 왜 그만두느냐는 것이었다. 사직서를 받은 회장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누구도 되돌릴 수 없었다.

회사에서 송별파티가 열렸다. 회장과 사장, 간부들이 모두 참석했다. 제 발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자리였다. 동료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회사에 감사합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평소 개별적인 칭찬을 거의 하지 않던 회장이 말했다. "감사할 사람은 우리지요. 유능한 사람을 많이 봐 왔지만 당신처럼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회사 발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25년 동안의 미국생활, 18년 간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근무는 그렇게 끝났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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