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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48.

한국화보 <상>

[중앙일보] 입력 2006.11.08

1985년 국가 홍보책자 제작 맡아 - 당시 기자들 주 5일제 적응 못해


필자는 ‘한국화보’ 편집안 전체를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수정 보완을 거듭했다.
1985년 6월 귀국해 가을부터 '한국화보' 편집을 맡았다. '한국화보'는 50년에 창간된 국가 홍보책자로 한글과 7개 외국어로 발간돼 세계 98개국에 배포되고 있었다. 영문 제호는 'SEOUL'이었다. 주 독자층이 재외동포와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라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제대로 제작할 필요가 있었다.

잡지 편집이야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제작해 왔으니 어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한국화보' 제작은 개인사업이었다. 정부로부터 일정한 예산을 받아 기자들한테 월급을 주면서 책을 제작하고 이익이 남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예산은 기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다음에 반영하기로 문공부 측과 협의하고 일을 시작했다.

우선 사무실을 마련했다. 서울 퇴계로 '코리아 헤럴드' 빌딩 13층의 100평을 임대했다. 10여 명이 근무할 공간으로는 넓었지만 환경이야 쾌적할수록 좋지 않은가? 정부 예산에는 없는 항목이었지만 제대로 된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부담했다.

집기를 마련하기 위해 가구시장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쓸만한 것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책상.의자.소파.칸막이 등을 직접 디자인해 주문했다. 바닥에 카펫을 깔고 완성된 집기를 들여놓으니 드디어 제대로 된 잡지 편집실이 탄생했다.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쁘고 쾌적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멋진 공간의 주인인 직원들이 불편하다고 했다. 너무 깨끗하고 쾌적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해할만 했다. 처음 귀국해 신문사와 잡지사를 돌아보고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다른 어떤 직종보다 기자들의 근무 모습은 '자유로웠다'. 벗어던진 양말이 책상 위에 나뒹굴고 있었으니…. 그런 곳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호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려니 불편하기도 했으리라.

직원들은 주 5일제로 근무하도록 했다. 근무시간에 제대로 일하면 5일만 근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보편적이지만 20년 전 한국에서 주 5일제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일과 휴식을 구분하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주문한 것은 기사를 쓰거나 사진을 찍을 때 성심성의를 다하라는 것이었다. 능력을 100% 발휘하라고 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하는 생각은 통하지 않았다. 어떤 기자는 같은 취재 건을 가지고 지방 출장을 세 번이나 가야했다. 한 번으로 끝내면 비용이 절약돼 나한테 이득이겠지만 내 이름으로 내는 잡지를 부실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시원찮은 필름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청심환을 먹고 편집회의에 들어오는 기자도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가혹한 편집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받은 기자들은 나중에 다른 회사에 쉽게 입사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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