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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김희중 Essay] 인물사진

2014.10.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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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56)

인물사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촬영 후 대가로 받은 수표에 `0`이 하나 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인물사진을 촬영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필자는 한화그룹 창립 45주년 화보집을 만들게 됐다.

"이 쪽을 보시고 고개를 약간 드십시오. 즐거운 생각을 하면 표정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찰칵 찰칵 찰칵…. 1996년 서울 을지로 한화그룹 회장실. 김승연 회장은 햇살이 번지는 창가에서 내 요구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했고, 카메라는 순간순간 변하는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며칠 전 인물사진을 찍어 달라고 내게 부탁했었다.

인물사진은 증명사진과 확연히 다르다. 생김새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람의 개성까지 표현해야 한다. 격정적인지, 카리스마가 있는지, 가슴이 따뜻한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사진가는 좋은 인물사진을 찍을 수 없다. 카메라를 들기 전에 내가 파악한 김 회장은 '도전적이면서도 내면은 조용한' 사람이었다.

촬영 전에 김 회장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그가 주변 사람들 대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찍고자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김 회장도 나를 편하게 대하게 됐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위한 중요한 절차였다. 촬영 현장도 미리 점검했다. 창가에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시간을 골라 시간 약속을 했다. 인물 촬영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사진가는 상대가 제왕이라 해도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드디어 촬영이 끝났다. 1시간여 걸렸다. 항상 그랬듯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옷이 후줄근해졌다. 필름 10통을 썼으니 360커트 정도를 찍었는데 일에 완전히 몰입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다. 내가 땀 흘리며 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김 회장은 더욱 진지하게 내 요구를 들어줬다. 우리는 공동 작업을 하는 파트너처럼 호흡을 같이 했다.

회장실을 나서는 나에게 김 회장이 사례비를 건넸다. 사무실에 도착해 봉투를 열어본 나는 수표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0'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용도로 마련한 봉투를 나에게 잘못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즉시 김 회장에게 전화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에 대한 마음의 표시입니다. 좋은 일에 쓰시기 바랍니다."

그가 말한 대로 나는 프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것을 배운 곳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었다. 동료들 역시 일에 관한 한 조금의 양보도 없는 진정한 프로들이었다. 귀국 후에도 철저한 프로의 길을 고수했는데 나의 방식은 한국의 관행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일의 대가로 100이 적정하다고 생각되면 그 이하로는 절대 일을 맡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단 맡으면 최선을 다했다. 자지도 먹지도 않고 일에 몰두하기도 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비용을 초과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200, 300의 결과를 돌려주었다. 처음엔 비싸다고 투덜댔던 사람들도 결과엔 만족했다. 그것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었다.

인물사진 촬영으로 인연을 맺은 김 회장은 그룹 창립 45주년 화보집 제작을 나에게 의뢰했다. 나는 전 세계 한화그룹 사업장을 돌며 'Global HANHWA'라는 제목의 책을 성의껏 만들어 그의 호의에 보답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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