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7 14:38
[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7.'여장부'[중앙일보] 입력 2006.09.11중3 때 신문 독자사진전에 출품 - 대상 받고 스승 이명동 선생 만나
아버지가 "사진들이 어떠냐?"고 물었다. 내가 보기에 수상작들엔 '느낌'이 없었다. 평범하고 밋밋한 인물과 풍경 사진이었다.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런 사진은 눈감고도 찍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찍어서 한번 내보렴." 농담처럼 한 이야기 끝에 신문사에 낼 사진을 '취재'하게 됐다. 일요일 아침, 카메라를 메고 신촌으로 갔다. 당시 신촌은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건물들이 덩그러니 서 있고, 논밭 사이로 경의선이 지나는 시골이었다. 밭에서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둑에 앉아 그들의 몸짓을 관찰했다. 아름다웠다. 한 아낙네가 특히 보기 좋았다. 다가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내 사진은 뭘 하러…" 하고 쑥스러워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일어선 그녀의 상반신을 찍었다. 대나무 갈퀴를 어께에 메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사진은 노출과 초점이 정확했고, 구도도 좋았다. 아버지는 "훌륭하다. 신문에 낼 만하다"고 칭찬해주셨다. 사진을 보냈더니 며칠 뒤 상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당시 응모한 사람들 중에는 기성 작가도 많았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교복을 다려 입고 혼자 갔다. 식장에는 꽃다발을 든 가족이 많았고 수상자들은 맨 앞에 앉아 있었다. 구석자리에 앉아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몇몇 사람이 격려사를 하더니 시상이 시작됐다. 사회자가 "대상부터 발표하겠습니다"고 하더니 "대상작 '여장부(女丈夫)', 수상자 김희중씨!" 하고 외쳤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사회자는 두 번이나 더 내 이름을 불렀다. 중학생이 대상 수상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단상 앞으로 나가자 그는 교복에 단 내 명찰을 확인하고서야 안내했다. 나보다 아버지가 더 좋아하셨다. 며칠 지난 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중앙일보로 가서 사진부장이던 이명동(86)씨를 만났다. 그리고는 부탁을 했다. "내 자식이 사진에 관심이 많고, 이번에 중앙일보 주최 콘테스트에서 대상도 받았습니다. 데리고 다니면서 좀 더 가르쳐 주십시요." 그날 이후 틈만 나면 이명동 선생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사진 공부보다 세상 구경을 하면서 강한 남자로 단련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외아들이 여자가 많은 집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선생은 아버지의 뜻을 알았는지 나를 산으로 들로 끌고 다녔다. 30대 중반의 건장했던 그를 따라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밥도 거른 채 쏘다니다 남의 밭에서 설익은 오이와 토마토를 따 먹고 설사를 한 적도 있었다. 독자사진 대상 수상은 사진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가고 스승인 이명동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
No. | Subject | Date | Author | Last Update | Views |
---|---|---|---|---|---|
Notice |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 2016.07.06 | 운영자 | 2016.11.20 | 18193 |
Notice |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 2016.07.06 | 운영자 | 2018.10.19 | 32347 |
Notice |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 2016.06.28 | 운영자 | 2018.10.19 | 5923 |
Notice | How to Write a Webpage | 2016.06.28 | 운영자 | 2020.12.23 | 43839 |
260 | [김희중 Essay] 인물사진 [1] | 2014.10.17 | 운영자 | 2014.10.17 | 1274 |
» | [김희중 Essay] '여장부' [1] | 2014.10.17 | 운영자 | 2014.10.17 | 1246 |
258 | [김희중 Essay] 부모님 | 2014.10.12 | 운영자 | 2014.10.12 | 1215 |
257 | [김희중 Essay] 인생 5단계 [2] | 2014.10.12 | 운영자 | 2014.10.12 | 1631 |
256 | [김희중 Essay] 한국화보 (下) [2] | 2014.10.09 | 운영자 | 2014.10.09 | 1246 |
255 | [김희중 Essay] 한국화보 (上) | 2014.10.09 | 운영자 | 2014.10.09 | 1290 |
254 | Huge rings and Big weddings have higher divorce rate [1] | 2014.10.08 | Rover | 2014.10.08 | 1153 |
253 | [김희중 Essay] 삼성 이건희 회장 [2] | 2014.10.06 | 운영자 | 2014.10.06 | 1377 |
252 | [김희중 Essay] 김영삼 대통령 [1] | 2014.10.03 | 운영자 | 2014.10.03 | 1243 |
251 | [김희중 Essay] 노태우 대통령 | 2014.10.03 | 운영자 | 2014.10.03 | 1278 |
250 | [김희중 Essay] 전두환 대통령 (下) [1] | 2014.10.02 | 운영자 | 2014.10.02 | 1353 |
249 | [김희중 Essay] 전두환 대통령 (上) | 2014.10.02 | 운영자 | 2014.10.02 | 1489 |
248 | [김희중 Essay] 불효자 [2] | 2014.09.30 | 운영자 | 2014.09.30 | 1292 |
247 | [再湯 漢詩] 노인삼반 (老人三反) [1] | 2014.09.29 | 운영자 | 2014.09.29 | 1462 |
246 | [김희중 Essay] 서울의 이방인 [3] | 2014.09.28 | 운영자 | 2014.09.28 | 1426 |
245 | Do you Know? 무었이 행복이고 소중한것인지? [3] | 2014.09.26 | Rover | 2014.09.26 | 1629 |
244 | [김희중 Essay] 다시 한국으로 [4] | 2014.09.25 | 운영자 | 2014.09.25 | 1597 |
243 | About Essay and Narrative Essay [1] | 2014.08.23 | 운영자 | 2014.08.23 | 1338 |
242 | Soliloquy 蓮꽃이 靑山流水 처럼 지나가네 [2] | 2014.08.14 | 민경탁*65 | 2014.08.14 | 1948 |
241 | Kevin McGroarty: The man behind the self-written obituary [1] | 2014.07.28 | 운영자 | 2014.07.28 | 1686 |
Mentor - what we need in our life regardless of our age,
the earlier, the better, th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