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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김희중 Essay] 첫 개인전

2014.10.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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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10.

첫 개인전

입력 2006.09.14

거리 담벼락에 안내 포스터 붙여 - 경기고 학보에 '관객 15만' 기사


필자가 직접 만든 첫 개인전 팸플릿. 카메라 위에 병아리를 그려넣었다.
암실 작업에 몰두하면서 서서히 사진에 미쳐갔다. 주말마다 서울 근교뿐 아니라 경기도 일대를 헤매고 다녔다.

그 무렵 또 한 분의 스승으로 정도선(1917~2002) 선생을 모셨다. 당시 한국 사진계는 임응식(1912 ~ 2001).임석제(1918 ~ 94).정도선.이명동 선생이 이끌고 있었다.

고교 2학년 때쯤, 나는 사진가들 사이에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학생인 데다 일간지 사진전에 응모해 몇 차례 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개인전을 열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정도선.이명동 선생님이 함께 우리 집에 오셨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희중이 작품이 좋으니까 전시회를 한번 열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학생이 공부에 힘써야지 전시회에 신경 쓰면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사진은 어디까지나 여가 활용이었고, '신사'가 갖춰야 할 교양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며칠 곰곰이 생각하더니 전시회를 허락했다.

고2 겨울방학이던 1957년 2월, 동화백화점(현재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화랑에서 나의 첫 개인 사진전이 열렸다. 나는 직접 팸플릿과 포스터를 도안했다. 카메라 위에 병아리를 그려넣은 팸플릿에 초청의 말씀을 넣었다.

"제가 무슨 사진예술을 이해하고 벌써 작가가 되어 보겠다는 야심에서 시도한 것이 아니라, 다만 앞으로 좀 더 철저히 사진을 연구해 보겠다는 의욕에서 여러 선생님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고견을 들어 지도를 받겠다는 일념이 있을 뿐입니다."

풀통을 들고 을지로와 종로를 돌아다니며 담벼락에 포스터를 붙였다. 강추위에 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몸도 고달펐지만 마음이 더 불안했다. 과연 사람들이 전시회에 와 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개막일이 점점 다가오자 불안한 마음에 잠도 오지 않았다.

전시회는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이 줄지어 관람했다. 몇 명이나 왔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경기고 학보(學報)는 "하루에 2만명씩 8일간이니 15만명 정도로 추산한다"고 보도했다. 다소 과장됐다고 여겨지지만 수만 명이 전시회를 보러 온 건 사실이다.

최초의 고등학생 사진전에 언론도 흥분했다. "특출한 기교는 선진 대가들을 능가한다. 연일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젊은 지성과 예리한 조형감각으로 처리된 작품들은 감동적이다"고 보도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내 사진에 확신이 없었다. 스승들은 칭찬했지만 일반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작품 소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나는 관객들 사이에 섞여 평가를 들어봤다. "멋있다" "훌륭하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나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학생잡지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했다. 거리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첫 전시회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해에도 개인전을 열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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