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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re] 내 생애 최고의 단풍

2014.10.03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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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단풍

  • 배은선 시니어조선 선임기자
    입력 : 2014.10.01 09:53

Travel

천연기념물센터장, 산림학자,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식물 담당자, 여행작가, 월간 <山> 기자. 좋은 나무, 멋진 단풍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5인이 풀어놓는 생애 최고의 단풍 기억들.

신준범 월간 <山> 기자

3년 전 가을, 대둔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동안 계속된 야근과 술자리로 몸과 마음이 지쳐, 사진기자에게 핸들을 맡기고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를 나온 차가 산등성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서 굽이굽이 휘도는 통에 우연히 눈을 떴다. 그야말로 “캬아” 감탄이 나오는 장면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17번 국도의 고개 정점인 배티재에서 대둔산 자락이 한 눈에 드러난 것이다.

대둔산의 화려한 바위연봉은 전에도 와봐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붉게 타오르는 대둔산을 본 건 처음이었다. 당장 차를 세워 넋을 놓고 산을 바라보았다. 한국 산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은 고풍스러운 바위 봉우리들이 황금비율로 늘어서 있었다. 곱게 물든 단풍과 바위 봉우리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카타르시스의 절정에 닿아 있었다. 신이 그린 매혹적인 동양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에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남효창 숲연구소 이사장

동강이 흐르는 산골 어느 모퉁이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맞는 일곱 번째 가을이다. 이 계절이 되면 매년 찾는 길이 있다. 정선에서 강릉으로 가는 국도에서 만난 단풍을 다시 보기 위함이다. 강원도 동강을 품고 있는 산에는 다양한 나무가 계절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살아내며 숲을 이루고 있다. 숲의 변화는 시계보다 더 정확하게 진행된다. 이처럼 나무가 모든 계절의 변화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는 까닭은 나무의 삶이 정확하게 지구의 공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고개를 들고 먼 산을 바라보면 숲은 이미 깊은 가을을 향유하고 있다. 단풍을 보면서 나는 나에게 다시 묻게 된다. 왜 삶이 바빠야 하고, 삶의 주체가 왜 내가 아닌지, 나무처럼 자신의 삶을 지배하며 살 수 없는 것인지.


조성래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사무관

가을 산 하면 역시 단풍이고 단풍 하면 많은 사람이 내장산과 설악산을 떠올린다. 그러나 내장산, 설악산 단풍 못지않게 빼어난 가을 단풍 숲이 있는데 바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숲’이다. 문수사 단풍나무숲은 문수산 입구에서부터 산 중턱에 자리한 문수사 입구까지의 진입도로 좌우측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수령 100년에서 400년으로 추정되는 단풍나무 500그루가 자생하고 있는데, 가슴 높이 둘레가 2m가 넘는 단풍나무 노거수들 또한 만나볼 수 있다. 문수사 단풍나무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수사 사찰에 다다르는데 이 사찰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대웅전, 문수전 등 많은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 또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박동식 여행작가

마지막 열정을 뿜어내며 자신의 몸을 사르는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 그중 함양 상림의 단풍은 으뜸 중에 으뜸이다. 상림은 약 1100년 전인 통일신라 때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숲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인 셈이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자생하는 나무는 약 2만 그루이다. 상림은 제법 넓은 숲이다. 숲이 길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한 쪽 길을 선택 후 돌아올 때는 반대편 길을 이용하면 된다. 중간의 수많은 샛길은 즐거움을 더하고 숲 사이사이로 흐르는 맑은 시내는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상림의 또 다른 장점은 언덕이 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노약자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에게도 전혀 무리가 없다. 마음까지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 여행, 올해는 상림으로 떠나보자.


조운연 천연기념물센터장

10년 전쯤 어느 가을, 한밭수목원에서 곱게 단풍 든 화살나무를 만난 적이 있다. 키 작은 화살나무의 단풍은 그해 가을 수목원 안에 수집, 전시된 어떤 나무의 단풍보다 탁월하게 돋보였다. 화살나무는 잎과 가지가 초식동물의 먹이로 많이 이용된다. 때문에 화살나무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사라지기 십상이다. 가는 가지 위에 코르크 질의 살을 세워 올린 것도 초식동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가 벌인 생존전략이다. 우리가 바라보기에는 착하디착한 안간힘이지만, 화살나무 입장에선 그악스러운 악착일 게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생명은 사람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 자기만의 멋과 아름다움을 가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인의 이야기는 그래서 조락의 계절에 일으켜 세워야 할 큰 화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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