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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詩] 할아버지

2012.12.03 05:54

서윤석*68 Views:5201


    할아버지 (신발 수선소)

    그날은 배고픔과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어마어마한 눈이 하얗게 전선戰線에 쌓였다
    동이 틀 무렵 총성이 멈추고
    괭과리, 피리소리도 끊기더니
    흰 옷을 입고 중공군들도 능선을 타고 북으로 돌아갔다
    쌍동 터널, 지평리로 푸른열차의 기적소리가 울리고
    포위망을 연 작은 고지에서는
    새벽찬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꿈 속에서는 아직도
    나팔을 부는 곡예사가 앞에 서고
    슈 샤인 소년이 “구두 닦어, 신발 닦어” 소리치며 가는데
    죽음의 계곡에서는 병사들이 새 신을 신고 걸어 나온다
    해마다 그때가 되면
    피비릿내 나던 고지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할아버지는 오늘도 그리운 사람들의 신을 고친다
    거리에는 전동차가 정시에 섰다가 출발하고
    수 많은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물결로 흐른다
    육이오 특집방송을 들으면서
    할아버지가 하얀 앞치마에 구슬땀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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