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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79044.html

1945년 11월19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가 귀국하기 직전에 중국 주둔 미군 사령관 웨더마이어 중장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나와 최근까지 충칭에 주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들이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것과 관련하여 나와 동료들이 공인 자격이 아니라 엄격하게 개인 자격으로 입국이 허락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바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입국하여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행정적,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로서 기능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미군정이 한국인들을 위해 질서를 수립하는 데 협조하는 것입니다.”

 

일본 도쿄에 살던 변무련이라는 이름의 조선인 어린이가 1945년 12월 (일본 점령 연합국 최고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에게 일본어로 쓴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양면 괘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이 편지는 ‘원수님께 부탁합니다’로 시작한다. ‘하루라도 빨리 조선에 돌아가고 싶고, 또 돌아갈 때 돈과 가진 것을 모두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줄 것’을 두번 세번 부탁하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의 어투와 필체에다 철자와 단어도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부모를 대신하여 쓴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 내용을 식구들 가운데 그나마 일본어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이 어린이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귀국 시 점령당국이 금전과 동산을 얼마만큼이나 소지하게 해줄 것인가는 이 가족에게 절박한 문제였다.

 

일본 거주 귀환 동포들의 간절한 사정은 가와사키시에 거주하던 이창규가 역시 맥아더 장군에게 보낸 1946년 5월17일자 투서에도 잘 나와 있다.

 

“귀국할 때 1인당 1천엔 이상은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조선의 물가고에 비추어 이 돈으로는 귀국하여 집도 구입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음에 따라 처자는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귀환하는 일본인은 기십만엔의 예금통장으로 언제든지 돈을 인출하여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귀하가 똑같이 관리하고 있는 나라의 민족인 우리 조선 민족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귀국 후 예금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하여주심을 원합니다.” 이창규의 편지는 조선인의 경우 귀국 시 지참금을 제한하지 말고, 고국에 돌아가서도 자신이 일본에서 저축했던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한 외에 38도선을 폐지하여 남과 북이 동일민족의 국가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청원하고 있다.

 

임정 2진이 마주친 동포들의 참상

 

조소앙, 김성숙, 신익희, 장건상 등 임정 2진이 1945년 12월1일 역시 미군 수송기 편으로 귀국했다. 그 비행기는 쏟아지는 눈으로 서울의 관문인 여의도 또는 김포 비행장에 착륙할 수 없었고, 눈이 쌓이지 않은 곳을 찾아 남진하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옥구 비행장에 착륙했다. 그날로 상경을 시도했으나 방한도 되지 않는 미군 트럭을 타고 엄동설한에 마구 흔들리며 시골길을 달리는 것은 노혁명가들이 감내할 수 없는 고역이었다. 그들이 차를 멈추게 한 뒤 내려서 동동거리며 얼어서 얼얼한 손발과 뺨을 녹이고, 눈썹과 머리에 뽀얗게 앉은 흙먼지를 털고 있는데 옆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던 학동들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맨발에다 새빨간 발목이 새다리처럼 얼어 있었다. 일행 중 한 분이 왜 신발을 벗었는지 묻자 아이는 대답이 없었고, 모인 사람들이 오히려 그 질문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을 사람 중 하나가 거들었다. “요즈음 신 신고 학교 다니는 아이가 어디 있어요. 신 사 신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사 신을 신발도 없구요.” 일행은 아무 말도 못하고 도로 트럭에 올랐다.

 

*이상은 본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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