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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숀 [판문점]의 작가: 김일홍 선생 인터뷰

Kay 2010.07.15  13:29


남북 적십자 회담장 안팎의 실상

실감 나게 묘사한 생생한 기록

남북 기자 긴박한 취재 경쟁 등

많은 것을 시사하는 작품「판문점」


“40 여년의 긴 세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판문점이 눈에 선하다. 아옹다옹하던 판문점의 옛 친구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나차럼 노년의 삶을 살고 있거나 먼저 타계한 기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김일홍 선생이 2007년 12월「신동아」에서 기획한 2천만원 고료 논픽션 공모에 응모하여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판문점」입상 소감의 일부다.

작품「판문점」은 1970년 대 초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 적십자회담을 취재하러 온 남·북 기자들의 이야기로, 읽고 또 읽고 두번 세번을 읽어도 미진하고 허전함이 남아 또 다시 읽게 한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도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이어서 부모와 형제가 남과 북으로 갈려 살며 상봉은커녕 소식 전달도 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을 막을 능력이 없는 이산 가족은 아픈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이제 많은 이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있다.

김일홍 선생은 12세이던 1951년 1월 가족과 함께 고향인 평양을 떠나 피란길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잃고 아버지와 계속 남쪽으로의 길을 재촉하여 인천에 정착했다. 고려대 철학과에 진학하고 이어서 고려대 대학원을 마쳤으며 대학 강단에서 북한학을 강의한 북한학 교수로 다년간 재직하였으나, 남북 이산을 어린 나이에 몸소 겪은, 그래서 남북 분단의 통한이 누구보다도 가슴 깊이 사무쳐 있는 이산 가족이다.

남북 적십자회담에는 중앙정보부 요원이면서 S 신문사 문화부장이란 직함을 가진 기자로 현장을 지키며 한국 측 기자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나 본래 문필에 재능이 뛰어난 김일홍 선생은 예리하고 정확한 안목으로 북측 기자를 관찰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북측 보도 요원과도 친밀한 우정을 싹틔우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향이 북한인 김일홍 선생이 남북 적십자회담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은 남한 출신의 기자와는 다른 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40여년이 지났어도 정확하게 당시의 회담의 실상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됨을 느끼게 된다. 

「판문점」을 읽으면 읽는 이마다 절실하게 떠오르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해방 전후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노령에 이른 인사들의 심정은 무슨 말로도 달래 줄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분들의 주위에는 이제 분단의 아픔을 함께 논할 스승도 부모도 없고, 함께 조국 해방에 환호하고 6.25의 처참한 전쟁의 고통을 이겨 온 친구도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진정으로 흉금을 터놓고 세상 일을, 또는 인생사를 논할 벗이 없어져가는 허전함이 노구에 사무치게 아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일홍 선생은 작품「판문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 일깨움은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가 아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 다지고 또 다져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남북통일의 각오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김일홍 선생의 고향은 평안북도 철산이라고 한다. 자수성가한 부친의 덕으로 부유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해방의 기쁨이 가시기 전에 지주계급으로 타도와 추방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6.25 전쟁은 어머니와 누이를 잃는 아픔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20 여년이 흐른 뒤에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에서 김일홍 선생은 남한 출신의 북한 기자 최수만 기자를 알게 된다. 최수만 기자는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난 자유의 나라 한국에서 마음껏 인생의 포부를 펴나가야 할 나이인 고교시절 아버지의 사상의 제물이 되어 북으로 갔으며, 그 곳에서 남 모르는 노력으로 판문점에 파견되는 보도 일꾼이 되었던 것이다.

작품「판문점」에서 김일홍 선생은 최수만 기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이는 나보다 좀 들어 보였는데, 작달막한 키에 양쪽 어깨에 사진기를 두 개씩이나 둘러메고 카메라 가방을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이 우스워 보였다. 그래도 잽싸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필름도 없이 빈 카메라로 엉거주춤 사진을 찍는 척하는 다른 북한 기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접근했다. 양쪽으로 푹 파진 이마가 귀하게 자란 얼굴이었고 작은 입으로 웃는 모습은 소녀같이 나약해 보였다.”
웬만큼 노령에 접어든 한국인이라면 7.4남북공동성명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7.4 남북공동성명은 이산 가족들에게 가족 상봉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를 갖게 했다. 그것은 마치 8.15 광복을 맞아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거리로 뛰쳐나온 그 때의 한국인의 그 심정으로 되돌아가게 했었다.

김일홍 선생이「판문점」을 어떤 심정으로 써내려갔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판문점」을 읽으면 누구나 김일홍 선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판문점」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한국인임을 다시 깊게 깨닫게 된다.

김일홍 선생은 고향이 평안북도이기 떄문에 북한 출신의 인사이다. 그러므로 북한 출신 남한의 김기자와 남한 출신 북한의 최기자가 통일된 조국에서 함께 일하는 즐거운 날이 와야 한다는 염원이「판문점」을 읽을수록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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