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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

이용식 논설위원

1950년 12월22일 흥남항은 피란민과 철수하는 유엔군으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오후 4시29분 마지막 배인 ‘메러디스 빅토리’가 입항했다.

중공군 참전으로 장진호 전선에서 퇴각하는 유엔군을 따라온 피란민들은 군함이든, 상선이든, 고기잡이배든 물에 뜨기만 하면 올라타고 남으로 향했다. 흥남철수작전의 최종 순간이 임박했지만 흥남부두에는 수많은 피란민들이 점차 가까이 들려오는 포성을 들으며 승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빅토리호는 레너드 라루 선장, 로버트 러니 사무장 등 47명이 탄 화물선으로 미군에 공급할 항공유를 싣고 온 배여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한사람이라도 더 데려가려는 한국인 통역관들의 눈물 겨운 노력을 본 라루 선장은 선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두의 피란민들을 모두 태우기로 결정했다. 중공군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지만 승선에만 14시간이 걸렸다. 선원들이 어른 1만명까지만 카운트하고, 어린이는 4000명으로 추정해 1만4000명이라고 했으니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이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먹을 것도 화장실도 없었다. 23일 낮 12시 출항했지만 북한군이 뿌려놓은 기뢰는 언제 터질지 몰랐고, 거센 바람이라도 불면 안전항해가 어려워 승선자 전원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900㎞를 항해해 25일 낮 12시42분 거제에 도착하기까지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었고, 오히려 5명의 생명이 배 위에서 태어났다. 선원들은 산모와 아이들에게 선실을 내주고, 극한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 라루 선장은 “하나님이 키를 잡았기에 기적이 일어났다”며 귀국 뒤 수도사가 됐고, 기네스북은 2004년 ‘배 한 척에 의한 최대규모 구출(the greatest resque operation by a single ship)’로 기록했다.

대한민국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가 저물어 간다. 빅토리호에 탔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생은 타지 못한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탈북 행렬이 북한 지도층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그만큼 북한 정권의 폭정(暴政)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60년전 빅토리호의 크리스마스 기적은 이제 한국민이 직접 북한 주민을 구출해 낼 차례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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