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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숙취 해소제’는 술 마신 다음 날 운동

김원곤 교수의 술 사랑과 건강

 
중앙선데이 2011.01.23.


김원곤(흉부외과·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의 술 사랑은 남다르다. 지금까지 모은 주류 미니어처가 1500개를 넘는다. 술의 본고장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미니어처 인터넷 사이트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엮어 책을 내기도 했다.

‘실천’에도 강하다. 그는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없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친구 등을 만나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고, 약속이 없는 날은 집에서 맥주나 와인을 한 잔 정도는 꼭 마시고 잠이 든다.

김 교수는 지난여름 몸짱 교수로 유명해졌다. 상반의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고 사진도 찍었다. 애주가의 기본 ‘2종 세트’인 뱃살, 옆구리 살은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술을 마실 수 있을까? 13일 서울 원서동 그의 단골 술집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매일 술을 마시는데 군살 하나 없다.

“ 애주가 치고 운동에 열심인 사람 못 봤다. 나는 매일 술을 마시고 과음할 때도 많지만 절대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애주가들이 술 때문에 살이 찌는 게 아니라 운동을 안 해서 살이 찌고 숙취도 더 많아진다. 또 하나의 비결은 안주를 적게 먹는 것이다. 술을 음미하며 마시면서부터 안주의 양도 적어졌다. 안주를 줄이지 못하는 사람은 술 한 잔 마시고 물 한 잔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배가 불러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몸 만들기 운동을 시작하면 술을 끊어버리더라. 그러나 희생하는 영역이 있으면 운동을 오래 할 수 없다. 나는 운동하는 젊은이들에게 적당히 술을 마시면서 몸을 이완시켜주라고 권한다. 적당한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체지방 축적과 전혀 상관 없다.”

-요즘 막걸리·와인 등 ‘건강한 술’이 화두다. 어떤 술이 건강한 술인가?

“미디어에서 ‘건강한 술’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거부감을 느낀다. 세상에 ‘건강한 술’은 없다. 예컨대 와인에 항산화물질인 라스베라톨이 몇% 들어 있겠나? 막걸리에 유산균이나 비타민이 들어봤자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 극소량일뿐더러 알코올 함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 성분들이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할 수 없다. 술은 즐기기 위해서 마셔야지, 건강을 생각하며 마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건강을 챙긴다면 술을 마신 뒤 라스베라톨이 농축된 비타민 한 알, 유산균제제 한 알을 먹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술이 건강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나?

“ 술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계 각국 병원의 건강검진에 사용하는 설문표에는 술을 마시는지 여부에 대한 항목이 있다. 그런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을 때보다 ‘술을 조금, 어느 정도 마신다’고 답했을 때 수검자가 받는 점수가 더 높다. 술이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느 정도’라는 게 문제다. 흔히 맥주 한 잔, 소주 한 잔 정도라고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

-의사들은 보통 환자에게 술을 끊을 것을 당부하지 않나?

“술 때문에 생긴 질환(간질환·알코올성치매 등)이 있거나 가족 중 술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있다면 술을 금해야 한다. 술이 해당 질환을 악화시키는 질환에 걸렸을 때도 자제해야 한다. 위장관계 질환에는 술이 좋지 않다. 나머지 사람은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게 오히려 몸에 이로울 수 있다. 간혹 의사들이 예비 환자군에게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물에 빠질까 두려워하는 부모가 ‘물이 있는 동네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나서 안심하는 것과 같다.”

-술에 잘 취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

“술에 취하는 정도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첫째는 효소 분비 능력이다. 알코올 분해 효소 분비량은 인종에 따라, 체질에 따라 다르다.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보통 서양사람들이 동양사람에 비해 많다. 둘째는 체면적이다. 큰 스펀지가 알코올 흡수량도 많고 흡수도 빠르듯, 체면적이 큰 사람일수록 술도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잘 취하지도 않는다. 세 번째는 남녀 차이다. 이것도 체면적과 관련 있는데, 같은 체구라고 봤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지방의 비율이 높다. 지방은 알코올을 흡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성이 빨리 취하고, 마실 수 있는 술의 양도 적다. 몸이 튼튼하고 근육량이 많은 사람도 술에 덜 취한다.”

-숙취 해소제와 해장국 가운데 어떤 것이 좋나?

“ 아쉽게도 의학적으로 증명된 숙취 해소제는 없다. 해장국도 사실 특별한 게 없다. 해장국의 특정 성분이 해장을 해 주는 것이 아니다. 숙취를 일으키는 요소를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알코올 섭취 때 몸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때문이다. 이것을 빨리 배출하면 숙취가 풀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다량의 물, 그리고 소량의 당분(포도당)이다. 물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소변으로 내보내고 당분은 에너지를 내 몸을 정상 작동하게 한다. 콩나물국, 꿀물 등 우리나라 해장음식뿐 아니라 세계의 해장음식이 다 그런 것이다. 맵거나 짠 해장국, 해장술은 일시적으로 뇌의 통증 감각을 마비시켜 숙취를 순간적으로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과음하는 문화는 고쳐야 한다. 특히 ‘술 권하는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어느 술자리에서든 자신이 마실 만큼만 마실 수 있도록 하고, 강요하는 분위기는 사라져야 한다. 마실 줄 아는 사람은 권유하지 않아도 알아서 마시고, 술을 거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다.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100m만 달릴 수 있는 사람에게 마라톤을 완주하라는 것과 같다. ‘너 한번 죽어봐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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