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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으로

고 마천일 형 (미국명 John Mah)을 추모하며
 
마천일형과 내가 처음 만난것은 지금으로 부터 58년전 떠꺼머리 시절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하였을 때였다. 가나다 순서로 출석부 번호를 매겼는데 노씨 다음에 마씨가 와서 그렇게 내 짝이 되었다. 의대 6년간 모든 실습시간에 늘 같이 붙어 다녔다. 그러다가 친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그를 경이롭게 생각하였고 그의 뛰어나게 명석한 두뇌와 조화있는 인격에 감탄을 하곤 하였다. 그의 판단력은 정확했다. 그는 마치 문무를 겸한 지장과도 같았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그는 좀 게을렀다. 아니 게으르다기 보다는 많은 천재들이 그랬드시 틀에 박힌 일상을 싫어 했다. 그는 자주 결석을 하였고 심지어는 교수들이 출석부를 들고 들어와 “마천일” 하고 불러서 “네” 소리가 나오면 “그럼 오늘은 전원 출석!”하고 끝내버리곤 하였다. 나는 그러다가 이 친구가 낙제나 하지나 않을가 조마조마 하였다. 그래도 그는 무사히 의대를 졸업하였다. 그의 졸업 성적표를 훔쳐 본적이 있는데 100명중 상위 15%였다. 나는 놀라움에 질투심까지 느꼈다. 그의 노트에는 몇자 써있지도 않았다. 그렇게 자주 결석을 하니 노트가 부실할수 밖에 없었다. 나는 시험때면 안달 복달하고 노트를 달달 외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으면 그는 겻눈으로 슬적 내 노트를 훔쳐 보고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는 내가 노트정리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노트가 없으면 생화학 유전학등 두껍고 골치아픈 원서를 슬슬 뒤적이며 시험공부를 했다. 그가 재시험 걸리는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두사람이 한조가 되어 하는 해부학 실습때는 나 혼자 오랜시간 해부를 해놓으면 그는 늦게 나타나 쓱 한번보고 다 아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가 꼼꼼하게 해부를 해놔 자기는 보기만 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궁금해서 도대체 너는 학교에 않오면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책을 읽다가 늦게 자면 아침에 깨기가 힘들고 기왕 지각을 할 바에는 아예 다시 읽던 책을 읽는다고 했다. 그는 여러 방면의 책을 게글스럽게 읽었다. 예과때 노는 시간에 양지바른 계단에 않아 책을 읽는데 무슨책을 보나 했더니 영문학 원서를 읽고 있었다.

그는 몸도 단단하여 팔씨름해서 지는적이 없었다.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겁내고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 한번은 죠니 워커 위스키한병을 거의다 마시고 남산 육교 난간에 올라가 걸으면서 자기가 얼마나 술에 쎈가 객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꽃을 좋아 했다. 자기는 아름다운 꽃에 둘러쌓여 살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꽃잎을 따서 먹곤 하였다. 그러다가 독초를 먹어 한번 혼난적도 있었다.

효자동 그의 집에 가면 대문에 문패가 넷이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마종도, 마천일, 마태일, 마군일 이라고 한문으로 쓰여져 있어 마치 사두마차를 보는듯 했다. 그의 집에서나 우리집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밤새도록 이야기한 기억도 난다.

그는 의대 졸업후 예상 밖으로 약리학 교실에 남았었다. 그러다가 미국에 와서 처음에 심장내과 (cardiology)를 전공했다. 얼마 하드니 못해먹겠다고 했다. 밤낮 시도 때도없이 일을 해야하는것이 못견디겠다고 했다. 이점은 내가 이해할수 있었다. 결국 방사선 종양학과를 하며 여유있게 잘 지내는것 같았다.

내가 세인트 루이스에서 레지던트를 할때 우리집에 한번 놀러 왔었다. 네 아이들에게 동물인형을 하나씩 사왔는데 귀엽게 생긴 강아지 두마리와 생쥐 두마리였다. 우리 아이들이 그 동물 인형들을 어찌나 좋아 했는지 이름까지 지어주고 때가 꾀죄죄 하게 묻도록 어른이 될때까지 갖고 놀다가 끝내는 손주들에게 까지 물려 주었다.

그의 둘째 딸 (Caroline) 이 대학에 갈때 나에게 몇번 전화를 하고 우리 큰딸이 다니던 Amherst College 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 보았다. 결국 Caroline 도 Amherst College 에 들어 갔다. 그러나 Caroline은 예상치 않던 질환으로 젋은 나이에 이세상을 떠났다. 그는 Caroline 을 너무나 사랑했었고 그만큼 심리적 충격도 컷었던것 같다.

그 후로 그는 동창회에도 않나오고, 소식도 끊어져 모두 궁금해 했다. 얼마전 가까스로 전화 통화가 되었다. 그는 스키를 좋아하여 유타주 에덴이란 곳에 작은 집을 사고 스키를 타러 다녔는데 아예 일찍 은퇴를 하고 그집으로 이사갔다고 했다. 주로 책을 읽고 지내고, 스키를 타고, 자전거를 타던가 걸어서 등산을 한다고 했다. 자기 있는곳이 경치가 좋으니 와서 그림도 그리고 한잔 하자고 했다. 얼마후 그는 뉴질랜드로 트래킹하러 가는데 혼자 간다고 하며 한 2주일간 소식 두절될거라고 했다. 아마도 그는 세계의 오지 극지를 다니며 모험을 즐겼던것 같다.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므로써 만족감을 느꼈던것 같다.

천재는 범인 에게는 기인으로 보일수 있다. 그는 친구지만 내가 드믈게 존경하는 사람들중의 하나였다. 갑작스런 그의 부음을 듣고 망연자실한 느낌이다. 아까운 사람은 죽지않고 안개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2020년 3월  시카고에서  노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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