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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병동 환자들을 앉혀놓고 무의식(the unconscious)에 대하여 얘기를 하다가 애를 좀 먹은 적이 있다.교통사고의 결과로 코마(coma)에 빠져 의식이 없는 예를 한 환자가 자꾸 들먹였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속마음이 있다는 심각한 지혜를 전달하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전은 의식(意識)을 어떤 일, 현상, 대상 등에 생각이 미치어 알거나 깨닫거나 느끼는 것으로 풀이한다. 의식은 정신이 또렷한 상황을 전제로 한다. 16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영어의 'conscious'도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의 '(knowing)'을 뜻한다. 그러나 무의식이란 정신이 말똥말똥하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심층심리를 일컫는다. 말장난 같지만 이것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현상과 같은 이치다. 틀리게 알고 있는 것보다야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더 순수한 앎이 아니겠는가.


무의식의 존재는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크게 들고 나섰지만 일찌감치 5천 년 전 고대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Ayurvedic Medicine)에 등장한 말이었다. 한번 생각해 보라. 박테리아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겨서야 되겠는가. 무의식이 그 자리에서 의식되지 않는다 해서 무의식의 존재를 부정하겠는가.


 
스펠링이 매우 비슷한 'conscience(양심)'이라는 말이 'conscious'보다 300년 전인 13세기부터 쓰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것은 서구인들이 사물을 의식하기 이전에 양심에 대하여 신경을 썼다는 역사적인 증거이다. 'conscience'에서 '함께'라는 뜻의 'con'이 빠진 'science(과학)'이라는 단어가 14세기에 생겨났다. 남들과 '함께하는 과학'(con + science)이 양심이었고 혼자서 추구하는 진리가 'science'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13세기에 양심이 있었고, 14세기에 과학이 태어났고, 16세기에 의식을 인식한 것이 서구인의 진화과정이다. 태초에는? , 무의식이 있었지!


 
불교의 핵심교리, 12 연기설(緣起說)을 생각한다. 현실세계를 신비롭게 시작하는 그 첫 단계가 무명(無明)이다. 불성(佛性)의 부재를 뜻하는 무명이 두 번째 단계인 행()의 원인이 되고 그 결과로서 세 번째의 식()이 발생한다. 나는 이 무명이 무의식과 같은 뜻이라고 우겨야겠다.


 
창세기 1 1절과 2절을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식으로 이렇게 번역한다. -- 태초에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 그 당시 땅은 형체가 없이 비어있었고, 암흑이 깊은 곳의 표면을 덮고 있었고, 신령(神靈)한 기운이 물위를 맴돌고 있었다. 연이어 신이 "빛이 있으라" 하자 즉각 빛이 생겼다 한다.


 
동양의 불교는 암중모색을 하는 행동으로 말미암아 의식이 일어나지만 서구의 신은 하늘과 땅을 설정하는 이분법 사고방식에 빛의 힘을 빌려 사람이라는 피조물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신은 인간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과 바다와 하늘의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명한다.


 
이쯤 해서 내 담론은 이런 반전을 펼친다. --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라캉(1901-1981)에 의하여 큰 진화를 일으켰다. "무의식은 언어와 같은 짜임새를 갖고 있다."는 명언으로 나를 전율시키면서.  


 
요한복음 1 1절도 라캉의 이 엄청난 발언과 멋지게 연결된다. 나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이전에 언어를 사용하는 영물(靈物)이었다고 소리치는 내 스스로의 무의식에 귀를 기울일 요량이다. 요한은 이렇게 설파한다. -- 태초에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신과 함께 있었고, 말이 즉 신이었다.


© 
서 량 2015.02.22

-- 뉴욕중앙일보 2015년 2월 25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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