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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나만큼 오래 살은 대학동기와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우리 집'이라 하지 않고 '내 집'이라 말하고서 둘 다 놀란다. 한국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내 와이프 (my wife), 내 나라 (my country) 대신에 우리 와이프, 우리 나라라고 해야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다. 내 나라? 내가 전 대한민국을 소유하다니. , 마이 갓! 할 때도 굳이 소유격을 넣어 번역해서 ', 내 신이여!' 하기가 조심스럽다. 자칫 신이 내 전유물처럼 들리면 어쩌나 싶어서다.


 이것은 ''를 감추고 '우리' 뒤에 숨으려는 심리작용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더니 미약한 개인의 능력에 반하여 당()은 참으로 막강한 힘을 갖는 법이려니와 우리에게는 생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하여 1인칭 단수와 복수를 바꿔 쓸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와이프'는 좀 심한 걸.


 현대영어에서는 2인칭 단수와 복수가 같다.'' '너희들'도 다 'you'.


 그러나 원래 고대영어는 2인칭 단수와 복수를 뚜렷이 구분했다. 너라는 2인칭 단수를 'thou'라 했고 너희들이라는 뜻으로는 'ye'를 따로 썼다. 찬송가 '참 반가운 신도여', 'O Come, All Ye Faithful'에도 고풍스러운 2인칭 복수 'ye'가 아직 남아있다. 'you'의 위세 때문에 'ye'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thou' 'you'의 높임말, 혹은 종교적이거나 시적인 말로 명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다수의 힘을 빌려 생존을 꾸려나가는 동안 서구인들은 내가 맞이하는 2인칭 중에서 단 한 사람인 ''에게 신경을 곤두세워서 나와 너의 지상주의를 성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결국 '너희들'이라는 집단을 등한시하게 됐다는 것이 내 정신분석학적 소견이다.


 미국 남부에서는 'you'는 단수, 그리고 'you all'은 복수를 뜻한다. 우리말로 '여러분'이다. '어린이 여러분' 혹은 '국민 여러분' 같은 말로 당신 귀에 익숙한 표현이지만 딱히 유치원 선생님이나 정치가를 제외하고는 우리들 또한 2인칭 복수에 별로 익숙하지 못한 형편이다.


 1
 1로 축약된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워낙 정신과 의사를 소망했다가 20세기의 종교학, 사회학 그리고 심리학에 큰 공헌을 남긴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 '나와 너 (I and Thou)'를 생각한다. 그는 문명사회에 있어서 '나와 그것 (I and It)'이라는 사고방식이 상대방을 이기적 차원에서 도구와 방편으로 취급하는 병폐를 지적하면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받아드리는 절차를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 실존주의 철학자다.


 '
나와 너'라는 번역이 불손하게 들려서 'I and Thou' '나와 당신'이라 옮기니까 좀 로맨틱해진다. '나와 자기'? 그건 아무래도 무리라니까.


 
나와 여보'도 말이 안 된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여보는 같을 여()와 보배 보()가 합쳐진 한자어로서 보배처럼 귀중한 사람을 뜻한다고 우기는 글을 읽었다.


 여보의 어원을 설명하기 위해 국어학자 홍윤표는 춘향전 중에서 춘향이가 변사또에게 "여보, 사또 들으시오" 하는 대목을 인용한다.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보배처럼 귀중한 사람이었다고? 으하하!


 누가 뭐래도 여보는 여기를 보라는 말의 축약형으로서 상대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한 호칭이다. 남부 영어에서도 'Look here!'를 줄여 'Lookie!'라 하는데 촌티가 뚝뚝 떨어지지만 한참 정겨운 슬랭이다.


 동서양 인칭대명사의 변천이 매양 이렇다. 여기를 보라는 말이 어찌 이토록 에로틱하게 들리는가 말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 
서 량 2015.03.08

-- 뉴욕중앙일보 2015년 3월 11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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