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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컬럼| 230. 손 좀 보기

2015.03.27 03:38

서 량*69 Views:858

http://blog.daum.net/stickpoet/6039830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2&branch=NY&source=NY&category=opinion&art_id=3256991

터키말로 '' 하고 발음하면 손()이라는 뜻이고 몽고말로 '' 하면 일()이라는 뜻이다. (서정범, 국어어원사전, 473,2003)

아닌 밤중에 내가 터키어와 몽고어를 들먹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언어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말이 우랄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학설을 따르자면, 언어적 조상이 같은 이 두 나라 말에서 우리말의 뿌리를 찾겠다는 속셈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일손이 부족하다는 둥,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둥, 하는 식으로 일과 손이 붙어 다니는 것을 보면 '='이라는 등식을 내세워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우랄 알타이 족 사람들은 손으로 일을 한 모양이지. 손질을 하는 것도 일이요, 무엇을 고치려고 손을 보는 것도 일이다.

그러나 깡패들이 쓰는 말로 '손 좀 본다' 했을 때는 누구를 협박하거나 때린다는 뜻이다. 사람이 사람을 두들겨 팰 때도 물론 손을 사용하는 모양이라. 같은 말을 영어 슬랭으로는 'work someone over'라 하는데 이를 테면 'I worked him over real good!'라 하면 '그놈을 톡톡히 손 좀 봐줬지' 하고 감칠맛 나게 번역해야 한다. 근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우랄 알타이 언어도 아닌 영어에서도 'work='이라니!

고대영어에서 'work'에 해당되던 단어는 원래 13세기경에 육체노동을 지칭했다. 그리고 나중에 각별히 힘이 들고 고생스러운 일은 따로 'labor'라 불렀다. 산모가 출산의 진통에 시달리는 분만실을 'labor room'이라 하고 흰 가운을 입은 전문인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실험실을 'laboratory'라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14세기 중반에 'work'라는 단어에는 'sex'라는 뜻도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현대 속어로도 'working girl'은창녀의 완곡한 표현이다. 페미니즘 차원에서 이 속어에 강하게 반발하여 문자 그대로 직업여성이라는 뜻을 내세운 영화 'Working Girl' 1988년에 나와서 히트를 친 것도 여자가 하는 일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천했는가 하는 좋은 본때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working stiff'라는 슬랭은 죽어라고 일하는 서민 노동자를 의미한다. ('stiff'는 속어로 시체를 뜻함)

일과 섹스가 연결이 돼 있는 심리상태로서 요사이 우리말 속어에 '작업 건다'가 있다. 이성의 관심을 끌어 데이트를 신청하기 위하여 말을 건네는 수법(手法)이다. 때때로 우리는 한 수(手) 배웠다고 공손하게 말하면서 어떤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손을 쓰거나 무슨 수(手)를 쓰는 수가 자주 있거든.

전혀 성적인 뉘앙스가 들어가지 않는 싱거운 관용어로 'work on someone'은 누구를 설득시킨다는 말이다. 'I worked on him and he changed his mind' -- 설득을 시켰더니 그가 마음을 바꿨어요. 이때 'someone' 대신 'something'이라 하면 어떤 일이 진행 중이라는 뜻. 당신의 직장 상사가 어떤 일의 진척을 재촉할 때 당신이 인상을 팍팍 쓰면서 부르클린 악센트를 넣어가며 'I am working on it!'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관용어다.

그런 공격적인 발언도 한두 번이지 사사건건 임무를 완성하지 않은 채 'I am working on it' 했다가는 어느 날 그 또한 당신보다 더 심하게 인상을 팍팍 쓰면서 'You are a piece of work!' (너는 골칫거리야!)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몰래 뇌까릴 것이다. 'I am gonna work you over! (너 손 좀 봐야 되겠다!)'

© 서 량 2015.03.22

-- 뉴욕중앙일보 2015년 3월 25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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