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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서로들 지난 날의 행적을 파헤쳐서 상대의 비리를 까발리는 일에 종사한다. 한 사람을 여론의 도마에 올려 놓고 사퇴를 종용한다. 난도질을 당한 정치가는 급기야 남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직위에서 물러난다.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누군가 속삭이듯 말한다. 여론은 제각기 합당한 사실을 확대 보고한다. 이와 발맞추어 당신과 나는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 격렬하게 방황한다.

진실도 사실도열매 실()’자로 끝나는 한자말이다. 옥편은 열매 실이 지붕 아래에 금은보화 같은 재산(財産)이 그득한 모양이라고 설명한다. 열매 실과 재산 재에는 옛날 중국 화폐 단위였던 조개 패()’가 들어간다. 그래서 패물(貝物)은 조개로 만든 물건이 아니라 값진 물건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흑인 여류시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1928-2014)가 남긴 명언이 있다. -- “Don’t let the facts get in the way of the truth.” -- “사실이 진실을 막지 말도록 하라.”

우리는 진실을 지적하기 보다 사실을 묘사하는데 바쁘다. 진실은 알기 어렵지만 사실은 쉽고 수다스럽다.

환자에게 잠을 잘 자냐고 물어본다. 그는 네, 아니요, 혹은 모르겠다, 하는 주관적 진실을 말하면 된다. 허나 그는 어제 밤 몇 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밤새 화장실에 몇 번을 갔다는 둥 이런저런 관련사실만 열거하고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머리 속에 판단력이라는 금은보화 같은 재산이 그득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좋은 예다.

16세기 초에 라틴어어로 'fact'의 전신인 'factum'은 나쁜 짓이라는 뜻이었. 그러다가‘이라는 객관적인 의미로 변한 것이 17세기였고 어느덧 1913년에 섹스를 완곡하게 지칭하는 ‘the facts of life’라는 표현 또한 생겨났다.

사람이 하는 짓이나 일 중에 조작적인 요소가 심할 때 우리는 눈살을 찌푸린다. 거짓과 속임수가 불러일으키는 혼동과 부작용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좀 격식 있는 ‘factitious'‘fact’에서 파생된 단어다.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 '꾀병'을 정신과에서는 ‘factitious disorder (가장성 장애)'라고 어려운 진단명을 붙인다.

‘fact’가 옛날 지중해 연안을 주름잡던 라틴어에서 왔다면 ‘truth’는 섬나라 영국을 누비던 앵글로색슨 족이 쓰던 고대영어에서 시작된 말이다. ‘truth’의 형용사인 ‘true’는 본래 단단하고 튼튼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true’와 ‘tree’가 뿌리가 같은 말이라는 사실 또한 놀랍다. 전인도유럽어에서 나무(drew)는 단단하기로 소문난 참나무(oak)를 뜻했다고 문헌은 가르친다.

고대 로마시대 공식석상에서는 남자들만이 증언을 하는 것이 관례였단다. 그들이 증언(testimony)을 하기 위하여 선서를 할 때 성경에 손을 얹는 대신 다른 사람의 고환(testis)에 손을 대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Barnhart, 1988) 남의 고환을 만지는 행동이 신비하고 존엄한 힘에 귀의하는 예식이었다. 그래서 증언과 고환의 말뿌리가 같다는 사연!

창세기에도 한 남자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종이 이에 그의 주인 아브라함의 허벅지 아래에 손을 넣고 이 일에 대하여 그에게 맹세하였더라 (24 9)

우리는 조작된 사실보다 단단한 진실을 추구하고 싶다. 진실을 가로막는 사소한 사실에 현혹되는 혼동에서 벗어나 오랜 기간을 기대도 좋은, 참나무처럼 튼튼한 힘에 의지하고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배심원의 자격으로 세상이라는 법정에 출두하는 마음이다.


©
서 량 2015.05.03
-- 뉴욕중앙일보 2015년 5월 6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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