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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내 고향은 곽산 황포가 외다.

2015.05.13 07:58

정관호*63 Views:1241






내 고향

내 고향은 곽산 황포가외다.

봄노래 실은 배엔 물결이 높고,

뒷산이라 접동꽃 따며 놀았소.

그러던 건 모두 꿈이요...

천리 길도 꿈속엔 사오십리라,

오가는 길 평양은 들려 놀던 곳.

어젯밤도 가다가 또 못 갔노라.

야속타, 헤메는 마음 낸들 어이리?....


    설명

    이 시는 내가 1950년 봄에 보성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되어서 국어시간에 배운 내 고향이란 시의 일부다.
    처음에는 내가 거의 다 기억하였지만,
    세월이 가면서 많이 잊었다. 모두 알다시피
    그 해 6월 25일에 육이오 동란이 일어났고,
    우리는 학교에서 무기휴학으로 들어갔다.
    그 후 9.28 수복 후 임시적으로 학교를 교주댁에서
    열었다가 전황이 나빠짐에 따라 또 다시 무기휴교로
    들어갔고, 다음에는 1.4 철수로 남하했다가 결국
    1951년 9월에야 부산영주동에서 피란학교가 설립되어
    다시 학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끔 이 시가
    생각났다. 그 때 국어선생님이 정열적으로 설명해
    주신 일이 항상 기억에 남았다. 또 칠판에 그림을
    그렸는데, 왼편에 배가 떠 있던 바다 물결을 그렸고,
    오른편에는 뒷산에 핀 꽃 따던 그림이었다.
    소년 춘호의 꿈이 어린 시요, 또 그런 장면이었다.
    그 때는 피란 시절이라 그런 책을 찾을 길도 없었다.
    그 후에도 아주 여러 해가 지난 다음에 우리동네에서
    한인모임이 있었는데, 주로 의사, Ph.D, 그리고
    Businessmen 등이었다. 그런데 대다수가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고, 연배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그 때 내가 곽산이나 황포를 물어보면 잘 안다고들
    하였고, 또 위치는 평양과 신의주 사이쯤 된다고 말했지만,
    내가 이 시를 기억나는 대로 읽으면 아무도 몰랐다.
    그 후 1990년대 말경에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이 이 시가
    생각나서 Naver Search에서 “내 고향은 곽산 황포가외다.”
    하였더니 그 시가 나왔는데 거기서 작자가 안서 김억이라고
    되어있었고, 하지만 “작품의 소송권 재판중이라 전체 열람이
    불가“라고 나와 있었다. 그 후 1, 2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내가 다 읽을 수 있도록 전편이 나왔다.
    여기에 내 고향 전편과 그 외 김억의 시 두 편을 싣는다.



내 고향

내 고향은 곽산의 황포가외다.

봄노래 실은 배엔 물결이 높고,

뒷산이라 접동꽃 따며 놀았소,

그러던 걸 지금은 모두 꿈이요.


첫릿길도 꿈속엔 사오 십리라,

오가는 길 평양에 들려 놀던 곳.

어제 밤도 가다가 또 못 갔노라,

야속타 헤메는 맘 낸 들 어이랴?


지는 꽃은 오늘도 하늘을 날 제,

아지랑이 봄날을 종달새 우네.

육로 첫릿길 멀다 둘 곳 없는 맘,

이 날도 고향 찾아 떠나는 것을.


봄은 간다

밤이도다, 봄이도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 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오다가다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 산은 청청 풀 입사귀 푸르고,

앞 바단 중중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세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 산 너머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 꽃 바람에 논다.


    소감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65년이나 되는 세월이 가버렸다.
    북한 배경이 없는 나로서더 백두산과 천지, 두만강 푸른 물,
    신의주와 압록강 등 물론 가보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정말 가보고 싶은 곳 한 군데가 있다.
    어느 날인가 경의선 기차에 몸을 싣고, 평양을 들른 후,
    다시 기차를 타고 신의주로 향하다가 그 중간지점을 조금 지나면,
    곽산의 황포를 만난다. 그러면 이 우송은 가벼운 봄 옷차림으로
    등에는 Backpack을 지고, 황포 가를 거닐며, 안서 김억선생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 후 뒷산으로 올라가 접동 꽃을
    찾아 따기도 하고, 다시 산등성이에 앉아서 앞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육십오 년 전 보성중학교 신입생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화창한 봄날, 교실에는 이 시를 들려주시던 선생님, 뒷산, 접동꽃,
    높은 물결, 그리고 흔들리는 배들을 그려 넣었던 칠판,
    교실 창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 그리고 조용한 교정 등.
    여기에 도취해서 끝없는 꿈에 빠졌던 나의 소년 시절.
    특히 이 시에서 한 구절 "아지랑이 봄날을 종달새 우네"가
    내게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생각이 든다. 봄날 햇빛이
    강렬하여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아지랑이가
    들판을 덮고 있을 때 종달새는 봄을 찬미하는 노래한다.
    이 어찌 아름다웠던 옛날이 아니었나?
    이 어찌 내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작자 김억

    그는 1896년에 출생하고 1937년에
    친일 조선문예회에 가입하여  
    친일시 4편을 발표한 경력이 있다.
    안서(岸曙) 김억(金億)은 1927년에
    간행된 그의 시집《해파리의 노래>는
    근대 최초의 개인시집으로 인생과
    자연을 7·4조, 4·4조 등의 민요조
    (民謠調) 형식으로 담담하게 노래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에스페란토의
    선구적 연구가로서 1920년
    에스페란토 보급을 위한 상설
    강습소를 만들었다. 1932년에
    간행한《에스페란토 단기 강좌는
    한국어로 된 최초의 에스페란토
    입문서이다. 그는 특히 오산학교에서
    김소월(金素月)을 가르치고, 시단에 소개한 공적을 남겼다.



접동꽃



고향길



뱃놀이



뒷동산



아지랑이



종달새



Kwan Ho Chung – May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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