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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동창 중 한 친구가 남들과 대화를 하는 방법이 특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그 어설픈 나이에 나처럼 말을 얼버무리지 않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또박또박 명확하게 발음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우물쭈물하면서 그런데, 근데, 하지만, 그렇지만, 하며 구어체 단어를 썼고 그는 거창한 연설문에서나 자주 듣는 그러나를 엄숙하게 말하곤 했다. 그래서 그와 말을 주고 받을 때 나는 대개 어깨에 힘을 주면서 긴장을 했다.

 ‘but’은 원래 고대영어에서 ‘by ‘ ‘out’가 합쳐진 단어로서  밖에서, 열외, 예외적으로라는 의미였다.  ‘but’에는 주류에 속하지 않는 뉘앙스가 숨어있어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어쩔 수 없는 저항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영어건 우리말이건 대화를 할 때 ‘yes, but’ 식의 반응을 겪는다. 우리말로 , 그렇지만 하는 대화의 흐름이다. 이 말의 핵심은 ‘yes’에 있지 않고 ‘but’에 있다. 약간 불쾌한 말이다.

 그와는 반대로 ‘Yes, and’ 하는 방식도 있다. 한번 들어 보라. ‘, 그리고 하면 얼마나 순조롭게 들리는지. 심지어는 살짝 비꼬는 말을 하더라도 일단 긍정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말씨다.

 예를 들면 당신의 여자친구가 새처럼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I am a bird!” (나는 새에요) 라고 시적으로 말했을 때 당신은 별 생각 없이 “Yes, but I don’t see any wings on you.” (, 그렇지만 날개가 보이지 않네) 하며 응수할 수도 있다. 그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머쓱해진다. 반면에 당신이 “Yes, and I am flying right next to you.” (, 나도 바로 당신 곁에서 날아가고 있어) 하며 감칠맛 나게 맞장구를 치면 어떤가. 그녀는 활짝 웃으며 “Okay, where do you want to fly with me to?” (좋아요, 저와 함께 어디로 날아 가시겠어요?) 하며 흔쾌하게 응답할 것이다.

  ‘and’는 고대영어에서 그 다음에라는 뜻이었다. 거의 습관처럼 문장과 문장 사이에 우리가 혼잣말처럼 뇌까리는 그 담에~’는 접속사가 아니지만 생각과 생각을 연결시키는 훌륭한 다리 혹은 촉매 역할을 한다. 단어와 단어를 연결시키는 ‘~ 또는 ‘~ 도 문장을 연결시키는 그리고와 한 통속인 것이다. ‘and’ 그리고는 똑 같은 두뇌활동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No ifs, ands or buts!’ 라는 짤막한 관용어가 있다. 직역하면 만약에, 그리고, 혹은 그러나, 하지 말아라!’ . 이다지도 영어의 직역은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 법.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아라!’  하는 번역이 제일로 마음에 든다.

  우리 말에 토를 단다는 관용어가 있는데 사전은 어떤 말 끝에 그 말에 대하여 덧붙여 말하다라 풀이한다. 영어 식으로 말하면 누가 무슨 말을 했는데 만약의 경우를 들먹이거나 그리고, 하며 말을 덧붙이거나 그러나, 하는 식으로 반항심이 깃든 말을 하는 것이 바로 토를 다는 당신의 언어습관일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우리 옛 시조에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또 한편 우리의 끊임 없는 대화란 그 어느 한쪽도 크게 다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많이 하면 할수록 서로간 정신 생활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몸과 마음과 생명이 활동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처럼 말도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 당신은 너무 심하게 시시콜콜 ‘yes, but’ 하며 상대방 말을 막는 성격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 서 량 2015.06.02

-- 뉴욕중앙일보 2015년 6월 3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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