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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ssay] 미뇽이야기 I

2014.10.02 02:07

정관호*63 Views:1861

미뇽이야기 - 제1회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많이 알려진 노래이다. Thomas의 Opera, Mignon에 나오는 Aria이다. Thomas는 French이기에 '또마'라고 발음하는것이 옳겠다.
미국식으로 '타머쓰'라고 하지 말고. 아마 이 노래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그리고 코스모스가 핀 뜰을 가진 양옥집에서 한 소녀가 피아노를 치면서 부른다면 맞지 않을까? 이는 나의 소년 시절의 공상이었지.
내가 이 노래를 처음으로 알게 된 때는 부산 피란 시절 중학교 2학년말이나 3학년초가 될 거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1952년 초쯤 되었을 것이다. 그때쯤 내가 기를 쓰고 영어 문법공부를 하였다. 그것이 나의 제일의 취약점이기 때문에 '도변손일랑의 영문법' 그리고 '삼위일체론'등을 탐독을 하고 베끼고 했는데 이는 나의 책이 아니고 친구의 것을 여기 저기서 빌려서 공부했기에 더욱 분발하였다.
그후 영어 실습을 하려고 남포동 근방에 있는 책방에 들려서 영어 학습서 한 권을 샀다. 얇은 책자이며 짤막하게 이야기들을 실었다.
그 내용은 물론 거의 다 잊어 버렸지만, 그중 두 가지만은 비교적 생생이 기억한다.

그중 하나는 알렉산더대왕(Alexander the Great)과 현인 디오게네스(Diogenes the Sage)에 관해서 이다. 그외에도 몇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현재 생생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디오게네스는 사람이 적게 가질수록 더 행복하다고 믿었고, 자기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서 통속에서 살았다.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이 이 현인을 찾아갔다. 그 날 마침 따뜻하여서 그는 통에서 나와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대왕이 서서, 누워있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어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본체만체하였다.  마침내 대왕이 그에게 묻기를:
"Is there anything I can do for you?"
Then Diogenes answered:"Yes, my Lord. There is only one thing you can do for me.
If you move away from me, your shadow upon me will disappear and I will enjoy the sunlight as before."
Upon hearing this, the King told his courtier, "If I were not Alexander, I would be Diogenes!"

이 영문을 내 혼자의 힘으로 읽은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어머님께 우리말로 번역(?)하여 읽어 드렸더니, 어머님 왈 "그거 별거 아니구나. 결국은 자기가 그 현인보다 낳았다는 거지." 그러셨다.
그런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나의 인생에 정서적으로 정말 크게 영향을 미칠 글을 곧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제목은 Mignon이었다.
다음은 그 책에서 읽었던 나의 기억을 되살려 기술하겠다. 그러니 이는 60여 년 전의 기억이다.

 
 
독일 어떤 도시에 청년 Wilhelm Meister가 여행 중이었다. 일정한 목적이 있는 것 같지 않았고,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인 듯하였다. 그가 묵고 있는 여관에 곡마단 일행도 숙박 중이었다.
어느 날 그가 여관을 나갈 때, 문에서 어떤 아이와 마주쳤다.
열 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데 그의 땋은 머리가 없었다면 소년으로 보았을 것이다.
얼굴은 붉게 칠하고 있었고. 마이스터는 그 소녀의 팔을 잡고 "네가 누구에게 속해 있지?"하니까,
그녀는 그를 흘깃 보고 팔을 홱 뿌리치고 달아나 버렸다. 그 다음날도 또 문에서 만나서 물어보니,
역시 대답 없이 달아나 버렸다. 삼 일째 되던 날 여관 밖에서 요란한 소동이 일어났다.
마이스터가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헤치고 들어가 보니 곡마단 주인이 그가 전에 두 번이나 만났던 바로 그 소녀를
잡고 때리고 있었다. 그 내용인즉 곡마단에서 그 소녀가 춤 출 시간이 되었는데, 방금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춤 출 것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 흉악스러운 주인에게 매를 맞기 시작하니 소녀는 울고 구경꾼은 몰려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본 마이스터는 뛰어 들어가서 주인의 멱살을 잡고 아이를 때리지 못하게 하였고,
그 통에 그 소녀는 달아나 버렸다. 주인은 항의하며 말하기를, 자기는 얼마 전에 비싼 돈을 주고 이 아이를 샀으니
그 돈을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이에 마이스터는 그 주인과 즉각 타협을 보고 주인이 달라는 대로 돈을 지불하고
소녀를 곡마단으로부터 합법적으로 풀어주었다. 필요한 서류가 다 완성이 되었다.

그제야 그는 그 소녀의 이름이 Mignon(미뇽)이라고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에는 미뇽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삼일 후에 그 곡마단이 완전히 떠난 다음에 여관에 돌아와서
 마이스터에게 인사를 하였다. 아마 그 곡마단 주인이 무서워서 그가 떠날 때까지 숨어서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이스터가 이미 자기의 몸값을 치른 사실도 벌써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새 주인인 마이스터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였고 마이스터는 여러 가지 질문을 그녀에게 하였다.
 그녀는 독일 남부의 Accent가 섞인 말투로 대답을 하며 그럴 때마다 허리를 굽혔다.
아마 그것이 주인에게 대한 예의인 모양이었다. 마이스터는 그녀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고,
자기는 그녀의 주인이 아니고 당분간 그녀가 갈 곳이 생길 때까지 그녀를 돌보아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곡마단에만 끌려 다녔던 미뇽에게는 갈 곳이 없었다.
그리하여 당분간 그녀는 마이스터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마이스터는 미혼청년이고 부유한 중산층의 아들이었으며 자기 집안의 사업을 계승하는 것보다
현재로서는 여행을 하며 세상에 관하여 여러 가지를 알고 싶어 하는 그런 청년이었다.
미뇽은 항상 마이스터 옆에서 심부름을 하려하고 항상 마이스터를 위하여 그녀의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과거 곡마단의 흔적을 모두 없애려고 하였으며 그 중 한 가지는 그녀의 뺨에 있는 붉은 칠을 벗기려고
계속 자기 뺨을 빡빡 문질러 닦았다. 어느 날 마이스터가 그녀에게 뺨이 붉은 것은 그때 칠했던 색 때문이 아니고
자신이 뺨을 너무 닦았기 때문에 충혈이 되어서 붉은 것이라고 이야기 할 때까지.

그런데 어느 날 마이스터에게 우울한 일이 있었고 몸이 피로해 있었다.
그걸 보고 미뇽이 자기가 그의 피로를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마루바닥에 즉석 무대를 설치하고
Carpet위에 계란 열 댓 개를 나열하여 놓고 자기 눈을 수건으로 완전히 싸맨 다음  그 계란 사이로 능숙히 다니면서
날렵하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아슬아슬하고 신기한 '미뇽의 계란 춤(Egg Dance)이었다. 
이 춤에 도취했던 마이스터는 이 춤이 끝날 때에는 그의 우울과 피로가 다 없어졌다.
그가 갈채를 하니 미뇽은 미뇽의 그 유명한 '미용의 노래'를 부른다.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노래가 끝난 후 마이스터는 미뇽에게 물어 보았다. "저 남쪽 나라가 어디지?"
"몰라요."
"혹시 이태리 아닌가?"
 그녀는 대답을 안 했다.
 그 후 이 두 사람은 여러 해를 함께 지냈다. 그리고 여러 곳을 여행하였다. 
 
 

Mignon's Egg-Dance




내가 그 때 읽었던 이야기는 여기서 이렇게 끝난다.
 이 이야기가 어떤 작품인지도, 누구의 작인지도 모른 채 나의 이 미완성의 독서가 끝났다.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채, 망각의 세계로 들어갔다.

(미뇽의 노래는 다음 회에 계속합니다.)

Kwan Ho Chung - October 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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