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0 23:46
미국에서 나만큼 오래 살은 대학동기와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우리 집'이라 하지 않고 '내 집'이라 말하고서 둘 다 놀란다. 한국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내 와이프 (my wife), 내 나라 (my country) 대신에 우리 와이프, 우리 나라라고 해야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다. 내 나라? 내가 전 대한민국을 소유하다니. 오, 마이 갓! 할 때도 굳이 소유격을 넣어 번역해서 '오, 내 신이여!' 하기가 조심스럽다. 자칫 신이 내 전유물처럼 들리면 어쩌나 싶어서다.
이것은 '나'를 감추고 '우리' 뒤에 숨으려는 심리작용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더니 미약한 개인의 능력에 반하여 당(黨)은 참으로 막강한 힘을 갖는 법이려니와 우리에게는 생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하여 1인칭 단수와 복수를 바꿔 쓸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와이프'는 좀 심한 걸.
현대영어에서는 2인칭 단수와 복수가 같다.'너'도 '너희들'도 다 'you'다.
그러나 원래 고대영어는 2인칭 단수와 복수를 뚜렷이 구분했다. 너라는 2인칭 단수를 'thou'라 했고 너희들이라는 뜻으로는 'ye'를 따로 썼다. 찬송가 '참 반가운 신도여', 'O Come, All Ye Faithful'에도 고풍스러운 2인칭 복수 'ye'가 아직 남아있다. 'you'의 위세 때문에 'ye'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thou'만 'you'의 높임말, 혹은 종교적이거나 시적인 말로 명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다수의 힘을 빌려 생존을 꾸려나가는 동안 서구인들은 내가 맞이하는 2인칭 중에서 단 한 사람인 '너'에게 신경을 곤두세워서 나와 너의 지상주의를 성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결국 '너희들'이라는 집단을 등한시하게 됐다는 것이 내 정신분석학적 소견이다.
미국 남부에서는 'you'는 단수, 그리고 'you all'은 복수를 뜻한다. 우리말로 '여러분'이다. '어린이 여러분' 혹은 '국민 여러분' 같은 말로 당신 귀에 익숙한 표현이지만 딱히 유치원 선생님이나 정치가를 제외하고는 우리들 또한 2인칭 복수에 별로 익숙하지 못한 형편이다.
1대 1로 축약된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워낙 정신과 의사를 소망했다가 20세기의 종교학, 사회학 그리고 심리학에 큰 공헌을 남긴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의 '나와 너 (I and Thou)'를 생각한다. 그는 문명사회에 있어서 '나와 그것 (I and It)'이라는 사고방식이 상대방을 이기적 차원에서 도구와 방편으로 취급하는 병폐를 지적하면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받아드리는 절차를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 실존주의 철학자다.
'나와 너'라는 번역이 불손하게 들려서 'I and Thou'를 '나와 당신'이라 옮기니까 좀 로맨틱해진다. '나와 자기'? 그건 아무래도 무리라니까.
‘나와 여보'도 말이 안 된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여보는 같을 여(如)와 보배 보(寶)가 합쳐진 한자어로서 보배처럼 귀중한 사람을 뜻한다고 우기는 글을 읽었다.
여보의 어원을 설명하기 위해 국어학자 홍윤표는 춘향전 중에서 춘향이가 변사또에게 "여보, 사또 들으시오" 하는 대목을 인용한다.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보배처럼 귀중한 사람이었다고? 으하하!
누가 뭐래도 여보는 여기를 보라는 말의 축약형으로서 상대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한 호칭이다. 남부 영어에서도 'Look here!'를 줄여 'Lookie!'라 하는데 촌티가 뚝뚝 떨어지지만 한참 정겨운 슬랭이다.
동서양 인칭대명사의 변천이 매양 이렇다. 여기를 보라는 말이 어찌 이토록 에로틱하게 들리는가 말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 서 량 2015.03.08
-- 뉴욕중앙일보 2015년 3월 11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2015.03.11 03:20
2015.03.11 03:39
사실 my wife에 해당하는 적당한 한국말이 없읍니다.
말씀하셨드시 우리집사람, 우리 마누라라하면 무슨 공동소유같고,
내집사람, 내마누라 라고 하면 생소하고 마치 자기 고유의 소유물처럼 강조하는것 같아 천박하게 들리고,
글쓸때는 아내라고도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모호하고,
안사람, 內者, 애엄마, 등등 모두 정확성이 없는 말들 뿐입니다.
My husband도 마찬가지지요.
옛날에도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등 나이에 따라 혈연에 관계없이 불렀는데,
요즘은 남에게도 아버님, 어머님 하고 부르는것은 듣기에 혼란스럽습니다.
한국은 예로 부터 하나의 큰 가족사회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5.03.11 16:17
2015.03.11 23:18
2015.03.12 00:29
Whatever we call 'others', if there is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pKHdhj_UCMk&feature=youtu.be
PS;
This video was sent by email from Korea to me from my old, old flame
- when we were very, very young teens.
2015.03.12 00:46
2015.03.12 06:48
2015.03.12 07:56
2015.03.12 23:29
--- 'moon; room; loop; noose (달; 방; 고리; 올가미)'에는 다 '우' 발음이 들어간다. 이렇게 '우' 소리를 내는 단어의 뜻에는 경계선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 달도 방도 고리도 올가미도 폐쇄공간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우'는 '아'처럼 에너지를 밖으로 방출시키기보다 외부의 힘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속성을 보인다. 관중이 운동선수를 야유하며 기를 죽일 때 '우~' 하지, 절대로 '아~' 하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우리는 '아차!'하는데 양키들은 'oops!' 하며 입술을 오므린다.
남녀가 키스를 할 때도 닭 소화기관의 말단부위처럼 입술을 오므려야 쌍방의 에너지 소통이 이루어진다. 키스는 사랑하는 상대의 에너지를 자신에게 빨아들이려는 본능의 발로다. 만약 그때 마치 의사 앞에서 편도선 검사를 받을 때처럼 아무런 흡인력이 없이 아~! 하며 입을 크게 벌린다면 무슨 남녀의 정감이 솟겠는가.
룰루랄라에는 '우'와 '아' 소리가 반반씩이다. '우'는 어두운 모음이고 '아'는 밝은 모음. 영어의 'I(나)'도 우리말의 '나'도 입을 활짝 벌린 '아' 발음이다. 그러나 'we'와 '우리'에 '우' 소리가 들어가는 것은 집단의식의 위기감이 에너지를 안쪽으로 쏠리게 하기 때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도 같은 에너지 원칙에서 왔다. ---
|컬럼| 65. 룰루랄라 중 일부
뉴욕중앙일보 2008년 10월 15일에 게재된 서 량 컬럼 <잠망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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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쓰기도 이렇게 빈약하기까지 합니다.
그건 그렇고 '나의 졸문', 한시를 싣지 못 한지 얼마 되었습니다. Web manager떼서 알려 준 대로 Maxthon을 Install하여 얼마 동안 잘 쓰다가
알지 못 할 이유로 작동을 하지 아니 하여서 Google Search에서 다시 Maxthon을 Install 하려다가, 잘 못 하여 Malware 를 넣었던 모양입니다.
Laptop 화면에 이상한 게 나오고 작동을 하지 못해서 컴퓨터 스토어에 가져다 주고 시일이 걸리고 비용도 적지 않게 쓴 후 이제는 작동은 되지만
Snucmaa.us에서 웹 페이지에서 작업은 안되고 iPad 에서 작업을 하였는데 그것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읽고 과거에 실었던 곳에
들어가서 교정, 삭제, 추가 정도와 Comment 에 조금 쓰는 정도입니다. 소지한 Laptop은 HP Window 7 입니다. 추후 좀 더 알게 되어서
가끔 좋은 작품을 올릴 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