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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ssay] 음악

2012.11.10 13:48

노영일*68 Views:3777



음악


출근하려고 자동차의 엔진을 켜자 은방울을 굴리는듯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온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아! 오늘은 좋은날이 될것이다. 아주 좋은일이 생길것같다.
상쾌한 기분으로 하이웨이를 누비며 달렸다.그러자 음악이 끝나고 어나운스가 나온다.

“고전음악 (클래시칼 뮤직)을 사랑하시는 애청자 여러분. 여기는 시카고의 유일한 고전음악 방송국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지금 이 음악을 들을수 없다면 어떠시겠읍니까? 그러나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읍니다.
계속 좋은 음악을 보내드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 방송국은 현재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러분의 후원을 바라고 있읍니다.
지금부터 이 번호로 전화를 주시고 얼마를 기부하겠다고 서약만 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고 자기가 이 방송국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 음악은 자기 생활의 일부가 되었노라며 얼마를 기부하겠다고 한다. 생방송에 계속 전화가 온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디스크 버턴을 눌르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직장까지 갔다.

사실 내가 시카고에 처음왔을때는 고전음악 방송국이 세군데나 있었는데 하나 하나 문을닫고 이제 한군데밖에 남지를 않았다.
내 차는 아예 고전음악방송 주파수에 고정을 시켜 놓았다. 어쩌다 아이들이 놀러와서 내차를 쓰고나면 으례 주파수가 팦뮤직에 가있어 질겁을 하고 다시 본래대로 해 놓곤한다.
세 딸은 음악대학을 나왔는데도 보통때는 팦뮤직이 좋은 모양이다.
신호등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차선에 젊은애들이 탄 무개차가 와서 멎는다.
쿵닥 쿵닥 하는 소리가 나는데 마치 청진기로 심장박동을 듣는것 같다.
나는 자동차에 무슨문제가 생겼나 하고 자세히 보니 젊은애들이 그 박자에 맞추어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음악이라고 듣는것인가?.



Chicago Civic Orchestra Hall





Ravinia 야외 음악당. 약간의 좌석이 있고 뒤에 picnic area 가 있다.
picnic 을하며 음악을 듣는다.





Grant Park 야외 음악당. 여기도 약간의 좌석이 있고 뒤에 picnic area 가 있다.



Chicago Lyric Opera House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또 씨즌티켓을 사라고 편지가 왔다.
아내가 음악을 좋아하여 오페라는 꼭 봐야되겠다며 아주 드믈게 부리는 옹고집으로 매년 표를 사곤한다. 시카고에 살며 오페라도 안보면 수치란다.
나는 하루종일 심신으로 시달리다 저녘때 오페라 하우스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으로 졸음과 싸우는일이 더 당면한 현실이다.
음악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리고 어쩌다가 음악이 뚝 그치면 잠에서 벌떡깨곤한다. 아내는 “당신은 일분에 얼마씩 내고 잤는줄 알아? “ 하고 핀잔을 준다.
귀에익은 아리아가 많이 나오고 템포가 빠른 오페라는 그런대로 재미가 있는데, 무대장치도 단순하고, 아는 아리아도 않나오고, 얼굴이 이쁘지도 않은 뚱보 여자를 앞에놓고 아름답다, 너아니면 죽음을 택하겠다, 하는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무리 음악을 들으러 왔다고는 하지만 그 분위기도 나에게는 중요할듯 싶었다.

주위의 관객들을 훑어 본다.
젊은이들은 가물에 콩나기로 보이고 거의 모두 머리위에 서리가 내린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평균연령이 60 내지70 은 족히 될것같다.
모두 교양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듯 보였지만 세월의 흔적만은 감출수 없는것 같았다.
마치 저승가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사실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한 이곳에 비싼돈을내고 들어와 몇시간씩 앉아있을 젊은이들이 몇이나 있을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은 뉴욕 메트로 오페라 공연을 고화질영상으로 실시간에 중계를 하는데 동네 극장에 가서 보면된다.
노래를 육성으로 듣지 못한다는것 뿐이지 오히려 가수표정도 클로즈엎 하여 보여주고 막간에 설명도 해주고 무대뒤의 모습도 보여주어 더 좋은점도 있다.
그러나 여기도 주위관객을 둘러보면 사회보장금을 받을나이의 노인들 밖에 없다. 그나마도 관객석이 반도 차지않는다.
입장료가 비싸지도 않은데 젊은이들이 없는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관심이 없는것이 분명하다.
옆방에서 상영하는 영화에는 젊은이들이 바글바글댄다.



고교시절 Ro Trio

내 딸 셋은 음악대학을 나왔다.
우리는 한국에서 부터 갖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딸들은 음악이나 미술을 하면 시집을 잘간다고 믿었다. 어렸을적 부터 아내는 이곳 저곳 레슨 데리고 다니느라 나보다도 더 바빴다.
결국 셋다 유수한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다른일을 하고있다.
음악대학을 나와야 할일이 없다. 요즘같은 맞벌이 세대에는 자칫 낙오자가 되기쉽다.
요요마 같이 되려면 그야말로 백만에 하나 있을 행운이다. 오케스트라는 누가 하나 죽지않으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어쩌다가 요행으로 오케스트라에 들어갔어도 재정난으로 해체 되는바람에 직장을 잃는예도 여러번 보았다. 중고등학교 음악선생자리도 얻기가 힘들다.

음악대학시절 딸들의 학교를 여러번 방문 하였었다.
하루에 여닐곱시간씩 연습을 하고 또 일반공부도 하여야 한다. 의과대학 공부보다 더 어려워 보였다.
모두 음악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공부 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노력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또 자기의 장래에 대한걱정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았다.
졸업 연주회에 가봤더니 가족과 지도교수, 가까운 친구 몇명이 관중의 전부였다.
결국 딸들은 모두 다시 다른대학에 들어가 나는 이중삼중으로 등록금을 부담하느라 허리가 휘청했다.






Tweeter

내가 일하는 병원과 우리집 중간쯤에 트위터라는 야외 팦뮤직 공연장이 있다.
그옆에 골프장도 있어 가끔가보는데 공연이 있을때면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게임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퇴근 시간에 집에 오려면 하이웨이가 차들로 꽉들어차 마치 주차장같이 되어 한참을 우회 해서야 집에 오곤한다.
한번 공연에 족히 수만명은 동원되는것 같다.






Lolapalooza

또 시카고에서는 매년여름 3일간 Lolapalooza 라는 팦뮤직 페스티발을 하는데 금년에도 연 24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타주 심지어는 외국에서도 와서 구경한다.
병원의 동료 의사 한친구가 3일간 사라져 어딜갔다왔냐고 했더니 Lolapalooza에 갔다 왔다고 한다.
늙은이가 망녕도 분수가 있지 거기가 어디라고 갔느냐고 했더니 젊은이들 틈에 끼어 크레이지하게 노는것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모두 한바탕 웃었다.

위성방송 채널을 돌리다 보니 서울에서 하는 싸이의 “흠뻑 쇼”를 중계하고 있었다.
말춤과 랩스타일의 노래, 현란한 조명장치와 음향효과로 젊은이들을 광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땀을 흘리는지 물을 끼얹었는지 연상 얼굴을 훔쳐가며 스태미나도 좋아 보였다.
구경하는 젊은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이쁘게 생겼고 얼굴들이 모두 비슷비슷 하게 보이는것이 아마도 같은의사한테 성형수술을 받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이런 젊은애들을 오케스트라 홀이나 오페라 하우스에 몇시간 앉혀 놓으면 아마도 발산하지 못하는 에너지로 발광을 하거나 혼절하지 않으면 다행일것이라 생각했다.

누군가 일반대학생들을 상대로 써베이를 해 봤더니 오보 나 바순은 고사하고 클라리넷이 관악긴지 현악긴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했고, 첼로가 관현악단에서 가장 큰 악기라고 한사람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전 음악은 노인들의 음악인가? 지금의 고전 음악팬들이 다 죽고나면 누가 들어줄것인가?
트위터 나 Lolapalooza같은 팦음악에 물들어 있는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면 고전 음악을 즐길것인가?
선호하는 음악은 연령에 따른 기호의 차이인가? 아니면 시대의 변천에 따른 차이인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미국에서 고전 음악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인가?

음악이여 영원히!

2012년 11월 10일   시카고에서   노 영일.
Text & Webpage by Y. 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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