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김창현 눈이 내리면 도시는 궁전이 된다. 소녀는 더욱 우아해지고, 가로등은 더욱 운치있다. 종소리는 더욱 맑고, 성당의 불빛은 더욱 성스럽다. 나무는 雪花가 되고, 차는 은마차가 된다. 빌딍은 하얗고 두툼한 외투를 걸쳐입고, 네온은 이국처럼 신비롭다. 아이들은 눈사람을 뭉치며 즐거운 소리 지르고, 연인은 서로에게 전화를 건다. 눈은 커피를 더욱 향기롭게 하고, 약속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내리는 눈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게하고, 타인에게 부드러운 시선 보내게 한다. 눈은 가난한 家長이 호주머니를 뒤져 아이들 군밤을 사게 하고, 빨간 자선남비에 지나가는 행인이 지폐를 던지게 한다. 눈이 내리면 시골은 설국이 된다. 호수는 더욱 깔끔해지고, 산은 더욱 은은해진다. 떠나는 기차는 더욱 아름답고, 기적소리는 더욱 맑다. 산촌의 아침은 더욱 고요하고, 광야의 등불은 더욱 아련하다. 산사의 풍경소리는 더욱 곱고, 눈 쌓인 탑은 더욱 운치있다. 눈은 솔은 더욱 푸르게 하고, 대를 더욱 청신하게 만든다. 폭포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암봉을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 눈은 한낮을 더욱 고요하게 하고, 한밤을 더욱 적막하게 한다. 눈은 바다를 더욱 외롭게 하고, 먼 섬을 더욱 그립게 한다. 눈이 내리면 편지를 쓰고싶다. 애수 어린 영화를 보러가거나, 서재에서 조용히 묵향에 잠기고 싶다. 교회의 캐롤이 그립고, 법당의 목탁소리가 그립다. 혼자 먼 남쪽으로 여행을 가서 어느 목로주점에 들리고 싶다. 호숫가 찻집에서 음악을 듣고싶고, 밤 깊은 古家에서 거문고 소릴 듣고싶다. 눈이 내리면, 눈 덮힌 산이 되고 싶고, 호수가 되고 싶다. 눈 덮힌 산촌의 오솔길이 되고 싶고, 강촌의 섶다리가 되고싶다. 눈이 내리면 나목이 되고 싶고, 나목에 앉은 한 마리 새가 되고싶다. 아! 눈 내리는 밤은, 雪中梅처럼 향기로워지고 싶다. 기적소리가 되어 먼 광야를 헤매고 싶고, 종소리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 (2010년 남강문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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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고, 눈은 고향을 멀리떠난 사람에게,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드는것이지요.
이용악 시인이 1945년 서울에서 어느 한밤중에 잠이 깨어,
떠나온 함경도 고향을 그리워 하듯이...
눈내리는 어릴때의 고향의 마을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요.
그리움
이용악(1947.2.)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