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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오세윤 수필집 - 등받이] 1. 머리글

2011.10.10 08:14

오세윤*65 Views:4665

   오세윤 수필집 "등받이"


        머리글


 비가 온다. 버릇처럼 새벽에 깨어 빗소리를 듣는다. 엊저녁엔 보슬보슬 봄비로 내리더니 오늘은 홀연 여름비가 되어 주룩주룩 소리 내어 내린다. 그 빗소리 사이에서 네 번째 수필집 『등받이』를 마무른다.

 개운하면서도 걱정스럽다. 진찰을 하고 병명을 붙이고 처방을 내 환아患兒를 보낼 때의 심정과 어찌 그리 똑 같은가. 꼼꼼하게 정성을 다해 진찰을 했나? 엉뚱한 병명을 붙인 건 혹 아닌가? 처방한 약이 효과가 있어 빨리 회복되면 좋을 텐데······. 독자를 향해 갖는 마음이 한 터럭 다르지 않다. 수필과 진료. 

 나이 들면서 매사 심드렁해지고 사는 재미도 줄고 모든 게 다 부질없구나 하는 생각만 는다. 아마 이런 허탈한 감정을 이겨내야 하겠다는 무의식에서 더 부지런히 글을 쓰게 되는지 모르겠다. 옛사람 누구는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을 짓고, 오래전부터 친친親親하고 있는 유명수필가 한분은 십년을 다듬어 책 한권을 냈다는데 -.

 인생 부질없다 여겨질 때 한 꼭지를 써 스스로를 달래고, 낯 뜨거운 짓을 하고 난 뒤 무안해 또 한편을 썼다. 어머니를 여읜 슬픔을 쓰고 아내가 고마워 팔불출이 됐다. 연천 ‘망향 비빔국수집’의 고향 맛을 쓰고, 씁쓸한 세태 인심에 분을 내기도 했다.

 잊기 힘든 전쟁의 기억과 가족사가 무겁고 지루할 듯싶어 간간이 우스개로 균형을 잡는 모험도 했다. 뿌듯한 것과 부끄러운 것이 두서없이 뒤섞였다.

 마무리하고도 여전히 미진하다. 아쉬운 대로 그만 손을 보고 빗속에 아침 마을길을 걸어야겠다.

 출판계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흔쾌히 출간을 허하신 서정환 사장님과 유인실 편집장께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한다.


                                   신묘년 유월 초하루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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