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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늦가을 1, 2014

2018.11.21 01:34

조중행*69 Views:189

 
                                            늦가을 1,  (2014년)                    조중행
 
 

어제   응급실로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  환자의 수술을 마치고 새벽 4시에 집에 도착하니, 벌써 우리집 진입로( DRIVE WAY )  NEW YORK TIMES   CHICAGO TRIBUNE  일요판이  배달 되어  있다.

 

이슬에 젖은 신문을 집어들고 차를  차고에 넣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사슴  몇녀석 후다닥  뛰어 숲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어둠속에 사방은 다시 고요해지고, 하늘에는   둥그런  달과  목성이 서서히 흐르듯 움직이고  있다.   멀리 동쪽으로는 금성이 보인다.

 

 떡갈나무 가지에  몇개  남지 않았던 잎새로 부터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뿐  사방은 고요하다.

 

 요즈음 시카고 근처 이곳에서   별을 헤여 볼수 있 오늘 같은 밤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이런 밤하늘을 볼수 있는날에는   이제 시간 지나면, 밤을 촉촉히 적셔주던  옅은 안개도     겉치고   가을의  아침 태양이  날을 불러 올것이다.    이제  나무들도  남아 있던  잎새들을   거의 털어버리고,  앙상한  가지 들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

 

이슬에  젖어있는 마당을 건너   숲속으로 가는 오솔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돌아서서  집쪽을   쳐다본다.

 

깜깜한  집안으로부터는   MUD ROOM 희미한 작은 불빛만 보이고,집사람은 아마  일요일 새벽의  단잠에 빠져  있을듯 주위는  고요하기만 하다..

 

금년 겨울은  어떤 겨울이 될런지?    늦은 가을 잎새 남아있는   떡갈나무 들이나  ,주위의    소나무 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이제 몇달  매서운  시카고  바람을 견디며 , 따듯한 눈으로 덮인  주위  설경을   내어다  보며 ,겨울밤을  몇번  지내고 나면,  봄이 오고,T.S. Eliot 이야기 했듯이 , 잠든 뿌리들이 봄비로 다시 깨어나는  4 월을  맞이할 것이다.

 

휘익바람은  숲을 쓸고가며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몇장의  쓸쓸한 잎들을  떨게한다 . 

생각해보니  이렇게  이곳에서 세월이 가고 계절이 바뀐 것이 42 , 42 년이 지났다.

 

모국에서 세월보다 미국에서   날들이  훨씬 길어진 지도 오래되었고,아이들도  결혼하고 , 직장 찾아 떠나가고, 넓은 집안에서  10 넘께  우리 부부만  지내고 있다.

이제   천직으로 알고  몰두해온  흉부외과의사의  일에서 물러날 때가  가까워 지는 ....아들 녀석과  같은 병원에서  수련의(RESIDENT )였었다는 젊은  의사 녀석들이 여기 우리병원에 나타나기 시작한것도  벌써 몇년이 되었고, 요즈음엔  주위의   의사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거의 없다. 

1969 의과대학 졸업하고, 돌아가신 한국 심장외과의 개척자  이영균 교수밑에서  한국 심장수술(OPEN HEART SUREGRY) 초창기를  지내다, 미국에 와서  다시  1세대  심장 외과 교수 G.Schimert 에게 수련(TRAINING ) 받고  여기서  정착 .,한국인   " GRIT"(근성) 하나로  오늘까지   걸어온 같다.

 

은퇴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라나는   손자  손녀와   자주  만나고 추억을   만드는것, 10년전   은퇴한  집사람과     자주  시간을 보내는것   ,그래도  아직  정신과  몸의 건강이  웬만할떄 ,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가치(VALUE)   창조하는데 시간을  보낼것인지,     결정이  쉬운 만은   아니다.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우리읍내(Our Town)에서   가족과  같이하는  일상  생활속   에서  쉽게   지나치고 마는   조그만    기쁨들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러나 나의 가까운 친구   Y 처럼 , 70 지난 요즈음도  매일 새벽 까지 강의 준비 밤잠을 설치며, 정부와 학계를  아우르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둠과  정적이  깃든   이른 새벽,   사과나무, 우람스러운  떡갈나무,힘없고  앙상한  들풀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 이제  어떤 일을 하던지, 완전히  은퇴를  하던지,  지금 이라는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잊지 말고 살리라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다짐해 본다.

 

무엇이  옳은 일까 다시  생각하게 되는 늦가을 새벽,  이렇게 한해가 간다.

 

                                            2014 11     시카고에서

 

 

서울 나가기 얼마전에 써 놓은글인데,  벌써  4 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읽아 보니,  졸문이지만,  언젠가 정선배님께서 구한말 화가 심전(心田)안중식의 명화

시의도(詩意圖) 성재수간(聲在樹間 )도와 함께 소개하신  구양수((歐陽脩)) 의  가을 소리에 부치는

노래 추성부(秋聲賦)의 기분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2016 년 5 월 16일 정관호 선배님 글 참조)

 

童子曰(동자왈)            동자가 말 하였다

星月皎潔) (성월교재)    별과 달은 환히 빛나고

明河在天  (명하재천)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는데

四無人聲  (사무인성)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聲在樹間  (성재수간)    소리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납니다

予曰       (여왈)          나는 말하였다

噫嘻悲哉  (희희비재)     아아! 슬프도다 !

此秋聲也  (차추성야)    이것이 가을의 소리구나

 

이번에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같은주제의 그림(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짐)을 보여드립니다.

          리움 소징, 단원 김홍도  필 " 추성부도"----지정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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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돌아간 가야금명인  황병기는 심전 안중식의 그림 성재수간도를 보고 받은 감명을 아레의

가야금 산조"밤의 소리"로 작곡 연주하였다고 합니다.

 

                                                      prepared by J H Choh>,MD(class of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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