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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중년기 치매 2

2011.07.03 19:02

정유석*64 Views:6232

중년기 치매 2

치매’라면 흔히 늙고 은퇴하여 별 볼일 없는 노인에게나 나타나는 거의 희망이 없는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두뇌에 대한 정밀검사가 발달한 후로 ‘중년기 치매(노년기 전 치매, Pre-senile Dementia)’로 진단을 받은 환자가 상당히 증가했다. ‘노년기 치매(Senile Dementia)’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생함으로 환자는 보통 심신이 상당히 노쇠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중년기 치매’의 경우,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조금 관심만 주면 일단 발병해도 상당기간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예로 들면 운전 능력이다. 이들이 차를 몰고 비록 인터넷에서 제공한 지도를 들고 새로운 동네를 찾아가거나 식별이 어려운 저녁에 운전하는 일은 어렵겠지만 낮 시간에 항상 일정하게 다니던 코스를 운전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저녁때라 해도 남들과 다름없이 길을 찾을 수 있다. 한 중년 치매환자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젊을 때에는 어둠 속에서 전등불을 켜면 모든 것은 환하게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일단 치매에 걸리면 손등을 켜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든 곳을 밝힐 수 없지만 한 곳만 비추지요. 내게 분담된하루 일과가 식당 마루를 청소한 다음 쓰레기 봉지를 밖에 내다놓는 작업이라고 합시다. 우선 식당 마루를 보지요. 그런데 빗자루가 없으니까 찾게 됩니다. 부엌의 구석 헛간에서 찾았습니다. 그런데 헛간이 정돈이 되지 않아 너무 지저분해요. 그러면 우선 헛간을 다 정비한 다음 식당 청소를 마칩니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쓰레기 버리는 일은 완전히 잃어버리고 마는 거죠. 그래서 그 날 할 일을 적은 순서지가 있거나 아내가 노트를 식탁에 적어두면 무사히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게 됩니다.”

그래도 중년기에 치매가 시작되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마주친다.
‘노년기 치매’환자는 대체로 자녀들이 모두 성장했으며 은행에 진 집 값 지불을 이미 끝내 빚이 없다. 또 여러 보호 시설이 갖춰진 노인 아파트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병이 들어도 이미 메디케어에 가입되어 있고 자동적으로 매달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다. 이에 비해‘중년기 치매’ 환자들은 일생의 절정기에 있어서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아직 자녀들의 교육이 채 끝나지 않아 교육비를 책임져야 하며 집 값이나 자동차 구매 시 은행에서 진 빚을 갚아야 할 나이다. 아직도 활동이 왕성할 나이기 때문에 치매란 진단을 받지 못하기 쉬워서 직장에서 작업능률이 떨어진다. 결근이나 조퇴가 잦아지고 심지어는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난관에 처하게 되는데 일단 치매로 진단을 받았다해도 일반인들의 편견으로 인해 신체장애로 인한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질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나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한편 자기들이 환자로부터 이 병에 감염이라도 될까 두려워 피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성 치매’환자의 경우, 주기적 가정방문이나 환자와 같이 살면서 간호하던가 식사를 외부에서 공급하는 등 여러 구호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중년기 치매’ 환자에서는 이런 혜택을 받기 무척 힘들다. 그래서 요즈음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서는 ‘중년기 치매’환자들을 위한 특별 대책으로 이들도 ‘노인성 치매’ 환자들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년기 치매’에서 가장 큰 장애는 비교적 젊은 의사들이 젊은 나이에 시작되는 치매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척수검사 등을 사용하여 이 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십여년 전부터 소개해 왔지만 이제는 알츠하이머 조기 발견이 점차로 가능하게 되었다. 의사의 입장으로는 4,5십대에 불과한 환자에게 치매가 시작되었다고 알리는 것은 무척 고통스런운 일이다. 거북하다고 언급을 피하는 것은 직유유기에 해당한다. 불행해서 치매가 일찍 찾아왔지만 남은 여생을 그래도 인긴의 존엄성을 지니고 살게 도와주는 것은 의사가 노력하여 유지해야할 품위만이 아니라 의료인의 의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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