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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5 - 외종조부

2011.08.12 15:02

이기우*71문리대 Views:5832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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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외종조부


나의 외조부는 멋쟁이 이셨다.
거친 옷은 안 입으셨다고 하며 머리는 하이칼라에 기름을 바르시고
알이 동그란 안경을 쓰셨고 가죽에 쓱쓱 문질러 날 세우는
긴 면도칼을 쓰시고 사자 그림이 있는 분홍색 가루 치약을 쓰셨고
까만 반짝반짝하는 안경집과 금줄 달린 주머니 시계까지
차고 다니셨다.

1900년대 태어난 사람으로 이정도 차림은 이야기꺼리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는 농사짓는 시골 에서 토지개혁이 된 후 소작 내주던
농지는 줄어들고 하인이나 머슴이 없어지는 세대의 대농 지주도
아닌 소농가로서 주인이 일 안하고 품삯주고 짓는 농사에
점점 어려움을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토지개혁이 되었다고 해도 6.25 전에는 일년에 새경(私耕)으로 벼
열 섬만 주면 하인처럼 데리고 사는 머슴을 쓸 수 있었다
6.25는 일반인들의 도덕 가치 사고방식을 깨우쳐 놓아서
사회 신분 생활의 변화와 지역적인 주거의 이동을 아침 저녁으로
바꿀 수 있는 변혁을 가져왔다.
이제부터는 쌀을 더 준다 해도 젊은 청년을 머슴으로 쓸 수가 없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공부를 하러 서울로 가거나 공부할 형편이 못 되면
돈 벌러 서울로 가려고 한다.

외조부의 사촌동생이신 외종조부 작은댁 할아버지는 40대 중반으로
내가 보기에 우리 외조부 보다 더 멋쟁이 이셨다.

외가 작은댁 할아버지는 체격이 건장하셨다.
음성도 우렁차고 눈도 부리부리 하니 매사에 활발 하셨다.

여름에는 흰 세모시 고이 적삼 두루마기에 하얀 중절모를 쓰시고
솜버선 흰 남자 고무신에 한 손에는 합죽선 또 한 손에는 칠이 반짝이는
옹이 박힌 나무 단장을 짚으시고 여주 읍으로 나들이를 잘 가신다.
지금은 소실이 없지만 언덕 너머 정터에 소실을 여러 차례 들이고
두 집 살림을 하셨다고 한다.
조용하신 작은댁 할머니가 안채에 계시지만 일찍부터 소박이란다.

읍에는 닷새 장이 서고 학교 우체국 경찰서 같은 관공서도 있고
주막거리가 있다.
장돌뱅이나 간다는 주막거리에 가는 일이 점잖은 일은 아니지만
모였다 흩어지는 사람들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듣고
여러 가지 거래가 흥정되기도 한다.

작은댁 할아버지는 가끔 노름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와 외숙모는 노름은 나쁘다 한때 좋아도 도깨비 장난이다
라고 소곤대며 몹시 걱정을 하셨다.
노름해서 돈 땄다는 소문은 있어도 그 돈이 살림에 보태졌다는
말은 듣기가 어렵고 잘못하다간 패가망신 한다고 한다.

법률상 도박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신고하면 경찰이 잡으러 온다니
숨어서 하는 노름이라 어디서 하는지 모른다고 하며 가끔은
식구들이 찾기도 하고 연통을 넣으려고 어디에서 노름판을 벌리는지
알아보려고 하지만 아는 사람이 있어도 모른체 한다고 한다.

노름은 낮에만 하는 것이 아니고 며칠씩 밤을 새며 하기도 한다.
그중에 부수러기 떨어지는 돈을 바라고 심부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담배나 간식을 대기도 하고 끼니는 걸르기가 일쑤 이지만
그래도 하루 한 번쯤은 음식을 주문 한다.

심부름하는 사람과 주막의 주모는 말 안해도 누구누구 노름판에
끼었는가 훤히 알고 누가 따고 누가 잃고 있는가도 눈짓으로 말하고
혹시 경찰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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