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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6 - 초상집

2011.08.14 03:00

이기우*71문리대 Views:5880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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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초상집


작은댁만 초상집이 아니었다.
외갓집은 물론 물고기 잡으러 같이 갔던 먼 친척 마태 오빠네와 동네
성자 오빠네도 초상집 같았다.
아니 온동네가 다 초상집 같았다.
두 달전 갖난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이렇게 온 동네 사람들이 손을 놓고
넋을 잃은듯 옹기종기 비맞은 참새마냥 앉고 서고 안절부절 하지 않았다.
갖난이 엄마가 중병을 오래 앓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중년의 나이라
젊은이 보다 덜 애절했는지 그도 아니면 가난한 사람은 죽어서도
대접을 덜 받는지 혹 그 시절의 여자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1.4 후퇴 피난 후 겨울을 나면서 동네마다 여러 명의 갖난아이들이 죽었다.
전염병도 있었겠지만 영양부족이고 대부분 감기 폐렴으로 죽은것 같다.
그때는 소리 소문없이 하루도 안 지내고 내다가 봉분도 없이 묻었다.

마태네 아주머니는 울며불며 행주치마를 뒤집어 콧물 눈물 닦다가
농사일에 군살 박힌 두 손바닥으로 마태 오빠의 등짝을 두들기며
속 시원한 말을 듣고 싶어한다.
“이놈아 어찌해서 사단이 났는지 말좀 해봐라 말좀 해~~”
“.......”
“웬 물고기를 잡는다고 사람을 잡고 난리냐 난리야~”
“.......”
마태 오빠는 피하지도 않고 흠씬 두들겨 맞고 싶었는가 보다.
그냥 실컷 맞아 정신을 놓고 차라리 죽고 싶었는가 보다.
더운날 좁고 어두운 건너방에서 엎드려 말도 않고 얼굴도 들지 않는다.

성자 오빠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성자 엄마가 가만히 성자를 시켜 오빠를 찾아 오라고 했지만
망두석에도 없고 동네 친구들 집 갈만한 곳은 다 가보아도 없었다.
성자는 오빠가 뒷산 다랑고개위 다락바위 밑에 있을 것 같았다.
이따가 경이를 보면 같이 찾으러 가자고 하리라 생각했다.

***
물고기 잡으러 같이 갔던 두 젊은이는 수류탄의 핀을 뽑고
“고장인가? 아무 소리가 안나네”
하면서 수류탄 던지기를 머뭇거리는 아저씨를 보고 똑같이
“빨리 던져요!”
하고 소리 치면서 양쪽으로 피했다고 한다.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고 폭사한 아저씨를 보고 너무 놀란 두 젊은이는
동네로 뛰어 오면서 제일 먼저 만난 논에 물대는 동네 아저씨께
알리고 외따로 집이 있고 텃밭에서 일하는 같은 또래의 영길 아재에게
울며불며 이야기하고 같이 동네에 와서 작은댁에는 차마 발도
못 들여놓고 큰외숙에게 알렸다.

경이와 영길 아재를 데리고 논밭에서 일하던 몇 사람들과 강변으로
달려간 큰외숙은 너무도 험악한 변고에 뭐라고 말을 못 하셨다.
이제는 정신을 가다듬고 일을 수습하는 길밖에 없었다.
우선 경이를 시켜서 작은댁 할아버지를 찾아야 했다.
***

작은댁 안방에는 작은댁 할머니께서 건너방에는 홍천댁 아주머니께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혼절을 했는지 작은댁 아줌마 외숙모 엄마 이모
동네 할머니들 아주머니들 왔다갔다 바쁘고 울고 한숨 쉬고 또 운다.
애들은 겁이나서 숨도 작게 쉬고 눈치 보기가 바쁘다.

사랑채에는 사랑채대로 북적거렸다.
큰사랑에는 작은댁 할아버지의 슬픔과 노함이 너무 커서 옆에
사람들이 숨 쉬는 것도 버겨웠다.

그 와중에도 작은 사랑에서는 남자들이 절차를 챙기고 일을 해야 했다.
무슨 법(法)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집 밖에서 죽은 자는 집안으로 못 들여놓는다.
향을 태우고 촛불을 밤 낮으로 밝혀야 한다.
사자밥을 밥상에 차려서 밖에 놓는다.
음식은 지지고 볶는 것은 안한다.
장례는 3,5,7등 홀수 되는 날에 치러야 한다.
선산은 있으나 풍수를 보아야 한다.
시신을 수습 하고 장례지내는 절차를 일일이
손(損)없는 날 장소 시간 방향에 맞추어야 한다.
시신 옆에서는 시신에 대한 말을 하면 안된다.
고양이나 개가 가까이 오면 안된다.
상갓집에서는 밤샘을 하며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한다.
동네 사람들도 장례가 끝날 때 까지는 들일도 안한다.
음식 차리는것 상복 만드는것 말고도 알아서 지켜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곡소리 달래는소리 훌쩍이고 코푸는소리 차라리 군대에 갔으면
이런 변은 안 당했을텐데 하는 푸념소리 3대 독자라서 군대도
면제 되었지만 팔자는 할수 없다는 타령소리 밤을 새도 끝이 없었다.
술도가도 없는 동네인데 어디서 술이 나오는지 남자들은 밤새 술을 마셨다.

돌아가신 아저씨가 불쌍했다.
작은댁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불쌍했다.
엄마와 외갓집 식구들이 불쌍했고 엄한 아버지보다 자상하고 조카들과
놀아주던 친삼촌보다 더 가까왔던 재당숙을 그리워하는 외사촌
언니들이 많이 불쌍했다.
초죽음이 되었을 마태오빠와 성자 오빠가 불쌍했다.
어른들 눈치만 보아야 하는 애들도 불쌍했다.
동네 사람들이 전부 불쌍했다.
외양간의 암소도 눈물이 그렁한 듯 돼지우리의 꿀꿀이는 고치를 짓듯
짚속을 파고 들었고 닭장의 햇 닭들도 기운이 없는듯 불쌍했다.
안마당에 심어놓은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금잔화도 목이 마른 듯
시들하니 불쌍했다.

이런 슬픈 일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나도 불쌍했다.

2010.7 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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