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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모란

2012.05.20 17:22

노영일*68 Views:5957



모란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삼년전 아내가 뒷마당에 심어놓은 몇그루의 모란이 탐스럽게 꽃을피웠다.

겨우내 잔인하게 불어대던 미시간 호수의 싸늘한 바람과 짖궂은 눈보라에도

굽히지않고 꿋꿋이 견디어내다가 이제 오월의 따뜻한 햇살을 받아 빠꿈히 꽃몽오리를

내밀고 있는것이었다.

하도 신통하여 매일 출퇴근길에 들여다보며 손주들이 자라나는것을 보듯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이제 며칠만에 화사하게 핀 꽃봉오리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나의 마음도 활짝 열리는것 같았다.

김영랑시인이 그랬듯 나도 모르게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가?


작년에도 모란은 피었었다.

그러나 내가 미쳐 관심을 두기도 전에 벌써 꽃잎은 떨어지고 있었다.

꽃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에 보니 꽃잎은 벌써 시들어져 떨어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꽃이 어찌 그리 빨리 시들어지고 마는가?

아름다운것들은 모두 빨리 없어져야만 하는가?    영원한 아름다움은 없는것인가?

떨어진 꽃잎은 추해 보였다.    꽃잎을 잃은 꽃봉오리도 추해 보였다.

싱싱하고 푸르던 잎사귀는 허연 곰팡이 같은것이 끼기 시작했다.

허탈감에 이어 분노마져 치밀었다.

한뼘정도 밑둥이를 남겨놓고 잘라버렸다.

말라 비틀어진 꽃잎과 희멀겋게 변색해버린 잎사귀와 함께 몽땅 싹싹 쓸어 쓰레기통에 쳐넣었다.

내년에 이 밑둥이에서 다시 싹이나와 꽃을 피울수있다는 확신도 없었으나 당장 주위의 화단을

더럽힌다는 죄명으로 처단을해 버린것이었다.

그러나 나에게서 그렇게 버림을 받고서도 금년에 또다시 아름다운꽃을 피워준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시인이 말한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던가?

이제 꽃이 시들면 아마도 나는 다시 밑둥이만 남기고 잘라버릴것이다.

그리고 확신도 없이 다시 삼백예순날을 아쉬워하며 기다릴 것이다.




May 2012     Photo & Text by Y. 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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