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살며 생각하며]지난 봄 - 서울에서 / 방준재*70



지난 봄, 3월에 한국을 다녀왔다. 타계하신 모친의 두번째 제사 모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13년만에 일부 개관했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서울 상암동 기념관 방문도 커다란 방한 목적중의 하나였다. 14간의 폐쇄된 공간-너무나 긴 비행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갖고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펴낸 책 "사람공부"를 읽다가 잠자다가, 주는 밥 먹다가, 또 잠자다가, 그러기를 몇번 하다 드디어 인천공항에 747 점보 제트기는 안착하고 드디어 다왔구나 안도의 긴 숨을 쉴 수 있었다,으스러지게 껴안는 Y 중위. 나의 옛군대 룸메이트는 그의 아내와 함께 40년만의 우리 해후를 그렇게 영접하고 있었다.

그는 ROTC 출신 정훈장교였고, 나의 군의관 첫 임지였던 속초에서 1년을 같이 영외 하숙생활 한 전우였다. 당시 총각이었던 우리는 벌써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 손녀 얘기를 호텔로 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 에서 들려주고 있었다. "아~ 세월이 그렇게 가버리고 우리가 할아버지가 되었나?" 혼자 생각에 잠시 머물렀다. 강남의 어느 호텔에 겨우 하루를 예약 할 수 있었다. 호텔방이 동이 났다고 하던 친구의 말, 나는 그 무렵에 서울에서 핵 정상회담이 있는 줄을 미쳐 모르고 서울을 거점으로 여행 계획을 세워두었던 것이다.

하룻밤을 예약된 호텔에서 묵고 KTX를 타고 남도길에 올랐다. 52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몰려든 서울은 그들과 같이 온 1만여 명의 수행원, 기자들로 만원이 되고 교통체증에 만사가 기동하기에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부산부터 갔다. 막내 여동생이 살고 있는 해운대의 어느 호텔에 여장을 풀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대학 동기와 같이 저녁을 먹으며 만끽 하고 있었다. 쭉쭉 하늘로 뻗는 빌딩숲을 이루는 해운대는 갈 때마다 이스트리버(EAST RIVER)를 끼고 우뚝 서 있는 맨해튼의 전경을 닮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시외 버스를 타고 다음날 통영으로 갔다. 아름다운 도시는 관광객으로 붐볐고 택시를 타고 한산도가 바다 저쪽으로 보이는 곳에서 이순신장군의 고투를 생각해보고, 임진왜란(1592)과 정유재란(1597)의 역사의 뒤안길을 맘속으로 잠시 돌아 보았다.

택시 기사의 안내로 갓 지은 해병대 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여기 통영도 6·25 사변의 소용돌이가 바다에서 육지에서 휘몰아 쳤구나" 새삼 느끼고 있었다. 지나가는 말로 "나도 육군 군의관 대위 제대"라고 했더니 해병대 노병은 정장한 채로 "충성"이라고 구호를 발하며 내게 거수경례로 배웅하고 있었다. "단결" 이라며 나의 옛부대 구호와 오랫만에 거수경례로 답례를 하며 그곳을 떠나며 감개무량했다. 박경리 문학관을 둘러보고, 진해로 갔다. 해군사관학교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이 많은 도시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상했던대로 출입금지였고 멀리서나마 정문을 지키는 위병들을 보며 부산으로 되돌아갔다.다음날 고향 진주를 거쳐 지리산 산기슭에 은퇴생활하는 고등학교 선배님을 찾았다. 타계한 두살 위 나의 형님과 절친한 친구이면서 선친의 마음과 뜻이 담긴 붓글씨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이다. 그것을 병풍으로 만들어 갖고 있는 것을 2년 전에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보고 싶었다. 선친을 대하듯….

마지막 여정인 서울로 다음날 시외버스로 갔다. 변화한 조국의 강산을 차창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한번 잠시 쉰 후 3시간30분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이것은 완전히 천지개벽이다" 혼자 소리치고 싶었다. 1960년대 진주와 서울 사이를 특급열차 타러 새벽4시에 진주역에 나가면 저녁 8시에 서울역에 도착하던 학창시절. 이것은 정말 나라 전체가 천지개벽했다는 표현 외는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16시간 걸리던 것이 단 4시간30분 걸렸으니 하는 말이다.어느 산간 절에서 모친의 제사를 지낸 후 다음날 옛 고향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상암동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찾았다. C일보의 국장으로 은퇴한 그는 한국 현대사의 여러 모를 듣고 보고 했을 것이지만 별 말을 하지 않는 과묵한 언론인이라 해도 그리 어긋난 판단은 아닐 것이다.

개관한지 한 달 쯤 되던 무렵이라 그도 첫길인지 내비게이터(Navigator)에 의존, 나를 데려가고 있었다. 기념관 주변에서 헤매다가 할 수 없이 지나가는 동네 주민에게 기념관이 어디쯤이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것이 바로 오늘의 박대통령 위상일까?" 그는 자조하듯 내게 말했다. 아니할 말로 그곳에 겨우 찾아 도착했을 때는 지척에 있었는데 말이다.방문록에 이름 석자와 주소를 쓴 후 역사의, 우리 세대의 역사 자체의 뒤안길을 걸었다. 박정희 대통령(1917~1979)의 통치기간(1961~1979)은 우리 세대의 삶의 여정과 맞먹는다.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군 생활 전체를 관통하는 세월이다. 내 어찌 그 역사가 전개되는 대통령의 기념관에서 생생하게 보고, 느끼던 그 때,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는 그의 저서에서 "국가란 무엇인가"고 물었다. 2011년 작년 4월이다. 그에게 답하고 싶다. 국가란 사랑의 대상이고, 온갖 설명과 학설이 필요치 않는 자기 헌신의 대상이라고. 그래도 미흡한 스스로 자기 확신이 없으면 상암동 구석에 고고히 서있는 대통령의 기념관을 찾아보라고. 그럴 시간이나 마음이 없다면 박대통령의 기념관 웹사이트인 "http://516.co.kr"를 방문해 보라고 전해주고 싶다. 그것도 아니면 김성진 편저 <박정희 시대-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가>(1994)를 한번 읽어 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그 때 그는 국가는 무엇인가를 알게 될까?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62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304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890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809
325 [잡담] 오얏 이야기 [3] file 2017.01.18 정관호*63 2023.11.17 186
324 벌꿀 촌지 [5] file 2016.12.22 조중행*69 2017.07.08 254
323 황금비율 2016.12.10 노영일*68 2016.12.11 286
322 '사진 한장' / 방준재*70 [1] 2016.11.01 황규정*65 2016.11.01 99
321 Reddish reflection on the window [6] 2016.10.20 정관호*63 2023.01.28 8128
320 9-11-2001 in memoriam [3] file 2016.09.11 조중행*69 2017.07.08 202
319 '깻잎에 담긴사연' / 방준재*70 [1] 2016.08.20 황규정*65 2016.08.20 122
318 Robert Frost, JFK, Amherst: American Politics and Rhetoric :1960's [1] file 2016.08.19 조중행*69 2017.07.14 258
317 [Essay] Two small Essays by Senior People [3] 2016.07.19 운영자 2016.07.19 147
316 육이오 동란 이야기 [3] 2016.07.10 정관호*63 2024.03.06 323
315 [9] 2016.07.08 노영일*68 2016.08.12 359
314 Food: To Eat or Not to Eat [5] 2016.07.08 조중행*69 2016.07.23 716
313 내가 겪은 6.25 [8] file 2016.06.24 민공기 2019.06.25 696
312 착한 바보로 살기 싫어서 - 한국사회의 실정 (?) [3] 2016.06.21 운영자 2016.06.23 4184
311 [살며 생각하며] 배신 그후의 아픔, 방준재*70 [1] 2016.06.21 황규정-65 2016.06.21 67
310 [잡담] 梅花類(매화류)에 관하여 [10] 2016.06.13 정관호*63 2016.06.21 294
309 [살며 생각하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 방준재*70 [3] 2016.06.11 황규정*65 2016.06.21 123
308 [Eulogy] In Memory of H.M. Lee, M.D. (이형모 선배님) [12] 2016.06.10 조중행*69 2016.06.28 1294
307 [살며 생각하며] 향수 (Nostalgia) / 방준재*70 [2] 2016.06.07 황규정*65 2016.06.07 101
306 Words of Inspiration by Connor Chung [4] 2016.06.06 정관호*63 2016.06.13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