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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월 둘째 주에 Merriam-Webster 인터넷 사전은 최근 전세계가 가장 많이 찾아본 단어 'radicalize'를 대서특필했다. 그리고 며칠 사이로 지구촌 방방곡곡 전파된 두 뉴스에 다음과 같이 초점을 모았다.

첫째, 12 2일에 무슬림교 테러리스트 부부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무차별 총질을 해서 미국인 14명을 죽이고 22명을 부상 입힌 사건을 놓고 FBI 당국이 12 7일에 한 말. "We believe both were radicalized." -- "두 사람은 급진파가 됐다고 여겨집니다."

둘째, 앞으로 무슬림 신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전면 금지해야 된다는 과격한 진술을 한 도날드 트럼프를 필라델피아 시장이 12 9일에 신랄하게 공격한 말. "Trump is literally trying to radicalize Americans against Muslims." --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 미국인들을 무슬림교에 대항하는 과격파로 만들려고 합니다."

14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radical (근본적, 급진적, 과격한)''뿌리'라는 라틴어 명사 'radix'에서 나온 형용사다. 이 평화롭고 식물적인 말에 슬금슬금 '개혁주의자'라는 뜻이 생기면서 정치적 색채가 농후해진다 했더니 요즘에는 과격하게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일컫는 단어가 됐다. 'radicalize'는 19세기 초에 'radical'이라는 형용사가 잉태시킨 같은 뜻의 동사형이다.

미국 젊은이들 간에 히피족이 득실거리던 1960년도 후반기에 "Radical!" 하는 감탄사가 요즈음 "Excellent!" "Awesome!"처럼 유행했다. 당시 '운동권'에 속했던 여자를 'radical chick'이라 불렀다. 과격파 병아리! 이게 말이 돼?

당신이 군침을 꿀꺽 삼키는 깍두기 재료, 무를 'radish'라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말은 뿌리라는 말 그 자체다. 무는 당근이나 감자처럼 '뿌리채소'과에 속한다. 'horseradish'라는 이상한 단어가 있는데 '말무'라 직역되는 이 단어는 '서양고추냉이'라 번역한다. 겨자나 와사비 뺨을 칠 정도로 맵디 매운 조미료 이름. 이때 'horse'는 거칠고 드세다는 의미로 통한다나.

'뿌리 근()'은 근본, 밑동이라는 뜻 외에 생식기라는 의미 또한 있는 것이 당신의 귓불을 뜨겁게 하리라. 나무나 풀처럼 사람도 뿌리가 튼실할 수록 번성할 수 있다는 집념에 힘차게 사로잡히는 우리가 아니던가.

서기 636년 신라 27대 선덕여왕 5년 여름에 궁 근처 연못에서 두꺼비들이 모여들어 크게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단다. 음양설에 뛰어난 선덕여왕은 경주시 서쪽 건천읍 여근곡(女根谷)에 백제 군사들이 숨어있다는 낌새를 느낀다. 이어 그녀는 남근이 여근 속에 들어가면 끝내 토사(吐瀉)한다는 음양 법칙대로 군사를 동원하여 백제의 복병들을 전멸시켰다고 삼국유사가 보고한다.

어원학자 서정범은 뿌리의 옛말 '불휘' ''과 어원이 같다고 주장했다. (국어어원사전, 보고사, 2000) 세월이 지난 후 우리말 발음이 참 딱딱해졌구나, 하는 순간 문득 용비어천가 2장 첫 구절이 떠오른다. 불휘기픈남간바라매아니뮐쌔 --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아니 밀릴세. (필자 )

그리고 용비어천가는 '곶됴코여름하나니' 하며 숨을 돌린다. -- 꽃 좋고 열매 많으니. -- 이게 무슨 말일까. 식물이나 나무 뿌리가 땅 속에 깊숙이 박히면 박힐수록 꽃과 열매가 풍성해진다니. 극단적 무슬림 교파가 쥐떼처럼 출몰하는 2015 12월에 당신과 내 소망의 뿌리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랑의 꽃과 열매가 하늘을 덮는다고?

© 서 량 2015.12.13
-- 뉴욕중앙일보 2015년 12월 16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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