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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호스피스

2016.01.09 14:38

조중행*69 Views:342

                                               호스피스 ,             잊을 수 없는 환자 이야기

   
 

몇 년 전부터 서구는 물론 한국 의료계에서도 말기 환자의  치료에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의 고통만  줄여주는 보전적 치료만 하여, 말기에 이른 환자가  필요 없는

고통, 경제적 부담도 줄이고  가족의 품 안에서 고통없이  평화롭게 생을 마치게 하자는

의학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각 병원에서 호스피스 프로그람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많은 경우, 특히 말기 암 환자라든지 돌이킬수 없는 심한 뇌손상이 온  뇌졸증 등  중추신경계

노인 환자등에서는  어떤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치료를 제공 해야되는지  의료진의  결정이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고령화 되는 이 사회에서 여러가지 복합적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 고령의      

환자를 치료할 때, 언제 어떤 환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중단하고 보존적 연명 치료만 할     

것인지  결정하기 매우 힘든 경우도 많다..

경험이 많은 선의(善意)의 의료진도 복잡한 노인들의 중증 질환을 치료해야 되는                

상황을 맞게되면,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고 또 고의적으로 보호자나 의료진에 의해

악용될 염려도 있다.

여러가지 검사와 경험과 지혜를 모아도, 힘든 상황이 닥칠때, 우리 의료인들은  쉽게

판단의 실수를  할수 있는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작년 3월 초에 심장내과에서 환자를 보고 판막 수술을 할수 있는지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심부전증으로 심한 호흡 곤란이 몇개월 지속되어 온 86세 의 할머니로 초음파, 심도자

검사결과, 심한 승모판 폐쇄 부전, 대동맥 판막 협착,삼천판막 부전증, 관상동맥도 두 군데   

몹시 맊혀 있었다.

 

젊어서  교사로 일했고 결혼한 적도 없고 가족이라고는 먼 친척 질녀가 가끔 찾아오는

외로운  할머니였다. 젊어서 담배도 많이 피워 폐기종도 심했지만 정신은 말짱하고

줏대가 센 노인 이였다.

환자를 진찰하고 검사결과 보니 수술 하지않으면 별 희망이 없어 보였다. 위험도는 높지만  

두 판막을 바꾸는 인조 심장판막치환 수술과 삼천판막을 성형하고 관상 동맥  우회(바이패

 스)수술을   환자에게 권하고 자세히 최선을 다해서 설명 하였다.

 

한 마디로 “no”였다.

"선생! 내 나이에 무슨 심장 수술이요? 내 생각에 내가 폐가 좀 나쁘고  비중격이 삐뚤어져

숨이 좀 차지만  심장수술은 얘기도 꺼내지 마시요.약이나 좀 써 보겠오” 그리고는 내과에서

처방한 이뇨제등  처방만 받고 퇴원해 버렸다.

 

두 달이 지난 5 월초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왔다. 심한 심부전과 호흡 곤란으로

다시 응급실로 입원 하여  기관삽관하고  호흡기에 걸어 놓았으니 좀 와서 보고 가능하면     

수술을 다시 고려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심부전은  물론 폐염의 증상도 있었다.

심장 내과, 호흡기 내과, 중환자 전문의들이 나와 함께  치료하면서, 유일한 친척인

 

질녀와  여러번   상의도 했다. 환자는 의식도 비몽사몽 간,그리고 질녀도 환자 본인이 전에

수술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제는 3 월 보다 환자 상태가 나빠져서

수술을 해도 환자가 살아 나갈 확률도  낮아 보였다.  약 2주후 간신히 호흡기는 뗄

정도가 되었지만 환자는 숨을 가삐 쉬고 몹시 쇠약하여  잘 먹지도 못하고, 환자,질녀,

그리고 모든 의료진이 상의 하여 이 86세 할머니를 호스피스병동에  좀 두었다가  질녀와

같이 마지막을 지내도록 퇴원시켰다.

 

7월 어느 날 휠체어를 탄 이 할머니가  숨을 몰아쉬며 내 외래로 들어온다.

"선생!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으니 심장 수술을 해주시요!”

 환자 상태도 나빴고 위험도도 높았지만, 나도 환자도 수술외에는 별 방법이 없다는 알고,

수술이라는  마지막 결정을 하였다.

 

대동맥 판막과 승모판막 두 개의 심 판막을 돼지 판막   

으로 갈고 삼천판막  성형술하고, 두개의 새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하였다, 다섯-여섯시간

오래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사흘이 지났다.

환자는 의자에 나와 앉을만 하게 되니, 음식 타박을 하며 간호사들을  들볶기 시작했다.

질녀에게는 화장 좀 해야겠으니 집에 있는 무슨 브랜드의 립스틱을 가져오고,  전기값,        

케이블 TV  시청료, 깨스 사용료 낼때가 되었으니 자기의 수표책을 갖고 오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이젠 주말이면 차를 몰고 교회도 가고 친구들과 식당에도 다닌다.

나는 생각해 본다.

5월달 의료진이 내린 호스피스의 결정은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그 때 우리는 겁도 없이 엉터리 같은 신의 역할을  하지는 않았는가?

2015-1-17

조중행

   
 

2014년 여름에 수술했던 한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 얼마전 조그만 수필 잡지에 나왔었고, 나이란  무엇인지,의사일을 하며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생각하게 하는 환자 였읍니다.

 

 

                                             prepared by   J H Choh(class of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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