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Essay 영웅

2015.11.21 04:08

노영일*68 Views:1022



영 웅


내가 어렸을때 학원이라는 청소년 잡지가 있었다. 월간 잡지였었는데 나는 새책이 나올때마다 불이나게 책방에가서 사 보곤하였다. 제일 먼저 펼쳐 본것은 만화였다. 꺼꾸리군 장다리군, 코주부 삼국지… 일간 신문이 배달되면 제일 먼저 펴서 보는것도 만화였다. 고바우 영감, 두꺼비, 왈순아지매… 간단한 도형과 함축성있는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고 좋았다. 지금은 잊혀져가는 어린시절의 벗같이 아스련히 머리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

대학시절에는 지금은 고인이된 김유홍 선배님이 생각난다. 서울의대 미술부시절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두툼한 의학서적과 함께 늘 스케치북을 들고다니며 미술실 난로가에 앉아 이야기 할때나 다방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도 만화를 그리곤 했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몇개의 선을 조합하여 희한하게 그림을 그려내는데 ”참 잘그렸다” 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곤 했다. 마치 마술사가 요술 모자에서 토끼도 꺼내고 비둘기도 꺼내고 하듯이 신기하게 까지 보였다. 그는 서울대학신문에 어처군이라는 만화를 연재 했는데 나는 그 어느 기성 만화가 보다 잘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후 일본 망가를 본딴 모에 그림체가 등장하며 그림이 복잡해지고 내용도 지리멸렬하게 장편화되어 만화에 대한 애정이 식어 버렸다. 요즘은 한국 신문이 배달되도 만화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손주들이 Marvel Universe쇼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Marvel 은 Wolverine, Iron Man, Captain America, Spider-man, Hulk, X-men등 유명한 만화들을 출판한 미국 유수의 만화회사이다. 만화책은 물론 요즘은 영화, DVD, 그리고 이제는 실물쇼까지 하며 돈을 긁어 모은다. 나는 만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나 애들이 조르고 또 옛날 그 나이에 좋아하던 만화에 대한 향수와 요즘 만화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하여 따라 나섰다.











쇼는 대단한 인기였다. 2만명을 수용하는 United Center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찼다. 아이들 보다 어른들이 훨씬 많았다. 이상한 모습을 한 캐랙터들이 나와 서로 치고 박고 때려 눕히는데 나는 누가 정의파고 누가 악당인지 조차 구별하기 힘들었다. 모두들 “영웅“의 승리를 환호하고 열광한다. 영웅이 이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들이 영웅이다. 나는 영웅이라면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이 영웅인줄 알았다. 허기사 요즘에는 길에 쓸어진 사람을 차에 치지않게 끌어 내주기만해도 영웅이 된다. 심지어 불난집에 들어가 강아지 새끼를 구해 내와도 영웅이라 한다.

이문열의 ”영웅시대“를 읽어 보면 북한 공산당들은 가정, 우정, 인정을 짓밟고도 당에 충성을 하면 영웅이라 했다. 그는 남한 사회도 꼬집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에서는 권력, 재력으로 이성과 지성위에 군림하며 거들먹 거리는 자들을 (일그러진) 영웅이라 했다. 그러나 그도 훗날 소설의 결말을 바꾸어 썼다고 했다. 영웅의 정의와 평가에 혼란이 온것인가?

우리가 어렸을 때는 잘생기고 똑똑한 아이를 보면 대통령감이라 했다. 대통령 정도 되면 영웅의 반열에 오르는듯 싶었다. 요즘은 대통령이 되자면 선거 기간동안 사생활, 공생활의 사소한 흠집까지도 도마위에 올려놓고 분탕질을 친다. 청문회의 검증과정에서 낙마한 국무총리 후보가 몇명이었던가. 대통령이 되도 마찬가지다. 호떡집에 불만나도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데모를 한다. 영웅이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이 보인다. 영웅이 사라진 세대이다.

털어도 먼지날 것이 없고 초인적인 능력으로 악당들을 쳐부시고 이 세상과 우주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영웅은 만화에서 밖에 볼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 하는것이다. 헛개비 영웅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배우고 따라 하려고 한다.

나는 이제 영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다. 나에게 소박한 소망이 있다면 나의 아내, 나의 가족. 그리고 내가 치료하는 환자들에게 작은 영웅이 되고 싶을 따름이다.

2015년 11월     시카고에서 노영일.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27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257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844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784
285 사자성어 시대에 살면서 / 방준재*70 [2] 2016.02.14 황규정*65 2016.02.14 237
284 [송대 글] 가을소리 구양수 [3] 2016.02.12 정관호*63 2016.02.12 732
283 그리웠던 시절 [14] 2016.02.08 황규정*65 2016.02.08 536
282 뺄셈의 삶을 살더라도 2 /방준재*70 [1] 2016.02.04 황규정*65 2016.02.04 239
281 뺄셈의 삶을 살더래도 1 /방준재*70 [1] 2016.02.03 황규정*65 2016.02.03 315
280 "Heroes" Revisited. A Story of Unfullfilled Quest [7] file 2016.01.28 조중행*69 2017.07.14 565
279 송어 [2] 2016.01.28 노영일*68 2016.01.28 600
278 호스피스 2016.01.09 조중행*69 2016.09.10 342
277 설날 [7] 2016.01.03 노영일*68 2016.01.03 487
276 [연규호 단편] 영정사진(影幀寫眞) [3] 2015.12.17 운영자 2015.12.17 621
275 [Wikipedia] Singer-Songwriter duo Simon & Garfunkel [2] 2015.12.16 운영자 2015.12.16 489
274 이제는 늙은 가수 Art Garfunkel의 Concert를 보고 2015.12.16 조중행*69 2017.12.11 735
273 |컬럼| 249. 불휘기픈남간... / ...곶됴코여름하나니 [1] 2015.12.16 서 량*69 2015.12.16 522
272 Ode to the Old Singer [4] 2015.12.13 조중행*69 2015.12.13 632
271 [연규호 단편] 서독광부의 아들 [4] 2015.12.09 운영자 2015.12.09 561
270 [연규호 단편] 고향의 푸른 잔디 [1] 2015.12.05 운영자 2015.12.05 762
269 |컬럼| 248. 안짱다리 여자와 헤엄치기 -- Swimming With Bow-legged Women [2] 2015.12.03 서 량*69 2015.12.03 462
268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에 2015.11.30 조동준*64 2015.11.30 438
» 영웅 [5] 2015.11.21 노영일*68 2015.11.21 1022
266 [연규호 단편] 뜸북새, 오빠 - 연규호, M.D., 2015.11.18 운영자 2015.11.18 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