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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설날

2016.01.03 13:15

노영일*68 Views:487



설 날



설날이라고 아들 딸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왔다. 절간 같던 집안이 갑자기 시장 바닥이 되었다. 회오리 바람이 지나간듯 집안은 쑤세미 같이 되고 조그만 아이들이 이리뛰고 저리뛰어 정신이 빠질지경인데 그래도 사람사는 집 같이 따뜻한 체온을 느낄수 있어 흐뭇했다.

배달민족의 피를 받았으니 설날 한국 풍습도 좀 알아야 될것 같아 이것 저것 가르쳐 주었다. 큰 절 하는법을 아르켜 주고 세배를 하라고 하였다. 세배 돈도 주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 너희들 사고 싶은것 아무거나 사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저희 어머니에게 세배돈을 건네주며 하는 말이 내 은행구좌에 저금하지 말고 잘 갖고 있다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한다. 아마도 돈이 생기면 장래 학자금이라고 저금을 해 주는데 손주들에게는 그냥 돈이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어린시절 설날이 생각난다. 할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아침에 깨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우선 가족 예배 부터 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를 성경 구절을 한참 읽고 나서 찬송가를 불렀다. 나는 할머니가 음치라고 생각했었다. 모든 찬송가를 똑 같은 곡조로 부르시는 것이었다. 지루해 죽겠는데 2절, 3절, 어떤 찬송가는 5절까지 되풀이 하여 불렀다. 그리고는 기도를 하셨다. 배는 고프고 이제 끝나나 저제 끝나나 오금이 쑤셔 오는데 할머니의 기도는 그칠줄을 몰랐다. 그래도 할머니의 진지한 태도에 압도되어 꼼짝 못하고 앉아 있었다.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떡국을 먹고는 스케쥴을 짜서 친척집을 돌며 세배를 다녔다. 마치 지금 병원에 회진하러 다니는 것 같았다. 전차를 타고 뻐스를 타고 다니며 세배를 했다. 어떤 어르신네는 전날밤 망년회에서 약주를 많이 드셨는지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셨는데 세배 하겠다고 드리 닥치니 난처 하셨을 것이다. 그냥 세배돈만 주고 세배 한것으로 하자고 했는데 그래도 세배는 드려야 한다고 우겨 잠자리에 일어나 앉으시게 하고 절을 한 적도 있다.

세배돈은 돌돌 말아 오래동안 호주머니 깊숙히 간직하고 다닌 생각만 나고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그저 주머니에 돈이 많이 있다는것 만으로 행복했던것 같다.

작년 설날에는 어머니에게 세배를 드렸다. 그러나 금년에는 어머니가 않계시니 세배드릴 어른이 없다. 이 집안에서 내가 제일 어른이다. 이제는 세배를 받기만 할 위치에 왔다. 나는 인생도 골프게임 같다고 생각했다. 앞팀이 나가면 곧 뒷팀이 올것이니까 다음 홀로 가야한다. 그렇게 18홀이 끝나면 골프장을 떠나야 한다. 인생 백홀에서 나는 후반전에도 한참 들어왔다. 전반전에는 좋은 점수를 따려고 애를 썼지만, 이제는 게임이 끝나는것이 아쉽게 느껴질 따름니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백세인생을 들어보면 70세에 저 세상에서 오라 하면 아직도 할일이 남아 못간다고 전하란다. 이 인생게임이 끝나면 다시 첫홀로 돌아가 한바퀴 더 돌겠냐고 물어 본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해라" 할것이다.


2016년 설날, 시카고에서 노 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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