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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17세기까지만 해도 딸기 종류를 제외한 모든 과일을 총칭하는 단어였다. 스펠링이 좀 다르기는 했지만 고대영어로는 대추를 손가락 사과 (finger-apple)’라 했고 바나나를 낙원의 사과 (apple of paradise)’, 그리고 오이를 땅 사과 (earth-apple)’라 일컬었다.

구약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가 실제로 무슨 과일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부 학자들은 포도, 무화과, 석류, 심지어 버섯이라 추측하지만 어원학적으로 낙원의 사과라 불렸던 바나나를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를 내가 정신과 의사답게 유추하면,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조심스레 바나나를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다분히 외설스러운 연상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 뿌리를 박은 기독교적 사고방식이 금단의 열매를 사과라고 하는 데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라틴어로 나쁘다(evil, )’‘mali’였고 사과'는 ‘mala’였는데 발음이 비슷한 두 단어를 사람들이 혼동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신이 그 열매를 먹으면 꼭 죽을 것이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죽기는커녕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가 생긴다는 뱀의 유혹이 있었단다. 남자 목의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Adam’s apple’이라 불러서 그때 그 사과가 아담의 목에 덜컥 걸렸었다는 해부학적인 증거 또한 있다.

뉴욕을 ‘Big Apple’이라 부를 때부터 내 진작 그럴 줄 알았다. 애플 아이폰이 기승을 부려도 크게 놀라지 않는 이유도 다 에덴 동산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그래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소중한 사람을 ‘the apple of one’s eye’라 부른다. 같은 말을 유식한 중국식 문자로는 장중보옥(掌中寶玉)이라 하느니라.

매우 미국식이라는 표현을 ‘as American as apple pie’라 한다. 사과 파이가 미국을 대표하는 것도 금단의 열매를 은근히 열망하는 양키들의 속마음 그대로다. 로시니의 서곡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 빌헬름 텔에서 아비가 아들 머리 위에 얹어 놓은 탐스런 사과를 화살로 관통시키는 장면도 똑같은 도전의식이다.

그런가 했더니 질서 정연하다는 뜻의 ‘apple pie order’라는 슬랭이 우리를 흠칫 놀라게 한다. 미국에 오래 살은 당신과 나는 자유분방하게만 보이는 미국문화의 바닥에 깍듯한 질서가 깔려있다는 사실에 많이 익숙한 편이지만.

호랑이와 곶감동화에 익숙한 우리는 새콤달콤한 사과 대신에 잘 익기 전에는 떫기만 하다가 홍시가 되면 달디 단 감을 좋아한다.

영어의 사과만큼 감이 자주 등장하는 우리말이다. ‘남의 제사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뺨 맞아가며 훈수 두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정신 상태를 대변하고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마음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우리의 불편한 심기를 묘사한다. 또 있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 편안하고 나른한 달콤함!

감쪽같다는 표현도 우리의 구강성(口腔性)을 떳떳이 반영한다. 우리말 어원에 잘 알려진 감쪽은 울던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는 바로 그 곶감이다. 감쪽같다는 말은 남이 나눠먹자고 할세라 얼른 말끔히 먹어 치우는 곶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뜻이었지만 꾸미거나 고친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오늘도 당신은 곶감을 좋아하는 한국식 의식구조를 감쪽같이 감추고 서구의 금지된 사과를 찾아 다닌다. 영국 속담에 ‘Forbidden fruit is sweet (금단의 열매는 달다)’ 했거니와 21세기의 지구촌은 누구나 에덴 동산에 버금가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정보와 지식과 지혜의 열매를 맛깔스럽게 따먹는 시대가 아니던가.

© 서 량 2015.05.17

-- 뉴욕중앙일보 2015년 5월 20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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