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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우리나라가 해방된 날

2015.08.14 05:14

정관호*63 Views:675





Liberation Day March in our village

아래 약도는 내가 칠십년전 그날을 회상하고 군중이 달려갔던 노정을 우리집앞에서
본대로 그렸다. 군중 대다수가 동네길이란 곳으로부터 나왔으니 거기에 가장 많이
살았던 모양이다. 물론 시골 방향에서도, 고갯길로부터도, 사람들이 나와서 합쳤다.
우리 집 마당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오대산의 있는데 그 산이 육안으로 보였는지
기억은 없어도 우리가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서 큰 불이 나서 두어달 탔는데, 낮에는
연기만 멀리서 보였고, 밤에는 붉은 불빛이 보였다.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강릉
읍내로 들어가며, 의원, 소학교, 경포대, 버스정거장등 모든 게 거기에 다 있었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날

    그날이 1945년 8월 15일임을 모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제 만 70년이 된다. 내가 어릴 때였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강릉에서 중앙소학교 2학년생이었다. 말할것도 없이 한여름
    더울 때였다. 그리고  물론 방학때였다.

    그런데 나는 얼마전에 뇌척수막염이란 무서운 전염병을 앓고 사경을
    겨우 넘긴 후 오랫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어서 여름방학하기
    두어달 전부터 집에서 쉬고 있었고, 작은 우리 집속에서 안방에서
    건넌방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가 차츰 문안에서 걷기를 하고,
    그후 동네 반동무와 집 문밖으로 나가서 놀 정도였다.  언젠가는
    우리반 아이가 내게 '센세이'가 말하기를, "내일 너희가 '아무개'를
    끌고 오라"고 했다고 전할 지경이었다. 그후 나는 차츰 회복을 하였다.

    그날도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오니, 막내 순이누나가 미소를 띄우고
    내게 말하기를, "일본이 항복했단다."하니 나는 그날을 듣고,당혹해서
    뚱딴지같이, "그럼, 우린 다 죽어?" 그러니, 누나가 "우리는 독립한단다."
    하였다. 내가 학교에서 우리나라가 지면 미국군인이 와서 우리를 다
    죽인다고 반에서 들었는데 독립이란 무어지? 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중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아랫동네 작은 길에서 우리집
    앞 큰길로 사람떼들이 몰려오면서 강릉시내로 '우리나라만세'를
    계속 부르며, 달려가고 있었다. 앞에는 건장한 청년들이고, 뒤에는
    나이든 사람, 여인들, 아이들 모두 흥분해서 계속 만세를 부르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환희와 흥분에 휩싸여
    사로잡혀있는 듯했다. 모두 흰옷을 입었다. 나는 아홉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사람떼, 이렇게 고조된 흥분, 이렇게 큰 만세소리,
    이렇게 힘차게 달리는 군중을 일찍이 본적이 없었고, 그후에도
    이러한 환희와 흥분의 군중을 본적이 없었다.

    그날 아버지는 홀로 축하의 술을 마시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그날 저녁 때 술에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상옆에 앉은
    날 보시고, "너도 나라를 위해 죽어라."하셨다. 나는 그 전에도, 그후에도
    아버지로부터 그런 말씀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그 뜻도 몰랐으나,
    한마디 그 말씀은 잊지 않고, 기억했다. 분명히 아버지에게는 나라를
    위해 죽는 것보다 더 고귀한 행위는 없다고 믿으셨기에 이런 말씀을
    뜻도 모르는 어린 나에게 하셨다.

    최근에 알았지만, 한일합방 소식에 만여리 타국에서 자신의 삼촌과
    두분이 하루종일 얼싸안고 우셨던 때가 바로 35년전이 아니었던가!
    감회가 얼마나 크셨을까!

    그때부터 온 동네가 매일 잔치분위기였다. 숙명고녀를 다니던 순이누나는
    이곳 여학생과 함께 여학생합창대에 들어가서 강릉극장에서 개최하는
    해방축하공연에 참가하여 여학생들은 모두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 직후 청년 한떼가 우리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여 우선 학교건물을 빌려서 그들을 매일 가르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곧 그곳 여학교에서 보낸 사람이 집에 와서 어머니가 편물을 잘 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에게 강릉여학교 가사선생님으로 초청까지 하였다.
    하여간 우리 '홍제정' 오두막집이 갑자기 붐비기 시작하였다.

    이때 셋째 누나도 세상이 변하였다고 집에 내려와서 하던 소리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누나는 어머니보고 그 제안을 받지 말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사십이 훨씬 넘으셨고 또 신학문을 배우지 못하셨는데 여학생들로부터
    오히려 놀림을 받을 거라고 하였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하여간 이삼주후에 아버지는 상경하셨고, 우리도 그 후 곧 서울로
    올라왔다. 강릉을 떠났던 때가 아마 구월 중순경이 아닐까생각한다.
    지금도 어린 시절 강릉을 잊지 못한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중학교
    영어선생님이 되시고, 어머니는 여학교 가사선생님을 하셨으면…이
    정춘호도 좀 편안한 어린시절에 혜숙이, 영숙이와 뛰놀며 재미나게
    살지 않았을까? 어린 날의 헛된 몽상인가?



팔일오 해방



해방 서울



일본군 항복과 우리 독립군



Kwan Ho Chung - August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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