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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말하는 자아(ego)는 혹독한 주인 셋을 섬기는 하인이다. 자아는 첫째 본능의 욕구를 들어줘야 하고, 둘째는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고, 셋째로 양심과 도덕을 들먹이는 초자아(superego)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소시민은 낮 동안 직장에서 이 셋의 등쌀에 시달리다가 퇴근하여 한밤중에 까칠한 현실을 떠나서 꿈나라로 도피한다. 수면은 현실로부터의 바캉스다.열대의 피서지 해변에서 조그만 종이우산을 꽂아놓은 칵테일을 마시는 쾌적함은 아닐지언정 당신과 나의 두뇌조직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만큼은 편안히 쉬고 싶다. 아늑한 꿈의 공간은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동안 우리에게 완벽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는다. 기쁜 꿈, 슬픈 꿈, 혹가다 악몽마저 꾸는 우리의 자아는 야한 본능적 표현에 대하여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검열당국 역할을 맡은 초자아는 시시때때 꿈의 각본을 삭제하고 수정하려고 강짜를 부린다.

'dream'은 고대영어로 '기쁨', '떠들썩한 즐거움', 게다가 '음악'을 뜻했다. 그리고 비로소 13세기에 들어서야 '잠을 자는 동안 생생하게 경험하는 환각현상'이라는 의미가 생긴 것으로 미루어 보아 모르긴 몰라도 서구적 꿈의 근본은 원래가 아주 낙천적인 감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dream'에는 진작부터 '미래를 향한 소망과 포부'라는 뜻이 숨어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의미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세기 말이라는 기록이 있다. 흑인해방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저 유명한1963년 연설이 귀에 새롭다. -- "I have a dream.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

'Dream on!''계속해서 꿈을 꿔라!'로 뻣뻣하게 번역하는 대신 '꿈 깨라!'로 옮기는 것이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을 했다. 똑같이 비꼬는 표현을 놓고 영어는 완곡하기 이를 데 없고 우리는 직설적으로 훈시하는 말투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daydream (백일몽, 白日夢)'은 벌건 (하얀?) 대낮에 꾸는 헛된 꿈이고 1870년에 탄생한 슬랭 'pipe dream (몽상)'도 그 즈음 아편을 파이프에 넣어 피우던 습관에서 생긴 말이다.

악몽이라는 영어단어 'nightmare'에 들어가는 'mare'는 고대영어로 잠자는 여자를 덮친다는 'incubus (몽마, 夢魔)'를 뜻했다. 가위에 눌렸다 할 때 쓰이는 귀신이라는 뜻의 우리말 '가위'에는 전혀 성적인 의미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양키적 꿈이거나 한국적 꿈이거나 매한가지로 초자아가 눈살을 찌푸리는 단어가 있는데 'wet dream (몽정, 夢精)'이 바로 그것이다. 직역하면 축축한 꿈! 그러면 'dry dream'도 있나? 하여간 꿈에는 종류도 많다.

'American dream' 1930년대부터 유럽에서 시작해서 지금도 전세계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희망찬 개념이다. 당신과 내가 미국에 이민 온 동기의식이 거기에 있었다. 근래에는 'Korean dream'이라는 단어도 버젓이 사전에 올라와 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간에 이민자들에게 부여되는 제3의 공간은 참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당신이 남몰래 키우는 꿈 또한 그렇다.

1913년부터 알려진 말로 'lucid dream (자각몽,自覺夢)'이 있다. 꿈을 꾸는 동안 아, 이것이 꿈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겨서 꿈의 시나리오를 자신의 뜻대로 엮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개념이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꿈을 꿀 수 있다니! 당신은 자아를 괴롭히는 본능과 현실과 초자아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제3 공간의 비밀을 나와 함께 파헤치고 싶지 않은가?

© 서 량 2015.09.07
-- 뉴욕중앙일보 2015년 9월 9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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