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Essay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1 - 홍천댁

2011.08.05 16:48

이기우*71문리대 Views:6633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1
Photobucket



1. 홍천댁


이른 봄에 스물세 살의 홍천댁이 둘째 아들을 낳으니 집안에 경사 이었다.
외독자이신 우리 외조부의 유일한 사촌이신 작은댁 할아버지께서 
외독자 아들에게서 둘째 손주를 보신 것이다. 

작은댁 아저씨는 20대 중반으로 1.4 후퇴 중에 국민병에 나갔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온 엄마의 6촌 동생이니 나한테는 외재당숙 이다.
외재당숙의 꽃같은 부인 홍천댁은 엄마의 6촌 올캐이고 나한테 외재당숙모인데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동네에 다른 아주머니들과 구별해서 부를 때는 작은댁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작은댁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하늘의 선녀도 부러워할 만한 한 쌍 이었다.
아저씨는 살림도 넉넉했고 인품과 학식을 갖춘 동네의 젊은 지도자격이었다.
아주머니는 예쁘고 싹싹하고 인사성 빠르고 재치있고 샘도 많고 솜씨도 좋았다.

아침 집안일 끝내고 세수하고 분바르고 머리 단장하면 촌색시 같지 않았다.
사랑받는 아내로 떡 두꺼비 같은 아들 둘을 낳았으니 부족할 것이 없었다.

내가 작은댁에 놀러 가면 안방 들어가는 문위에 걸어 놓은 커다란 
사진틀 속에 외갓집과 똑같은 나의 외증조부님과 작은댁 외종증조부님의 
빛바랜 독사진들이 들어 있는 것을 볼수가 있다.
집안에서 찍으셔서 그런지 두루마기 차림이었지만 갓을 쓰신 것이 아니고 
망건위에 삼각산 같이 뾰족뾰족한 탕건을 쓰시고 의자에 앉으신 것이었다.
그 외에 올망졸망 배치해 놓은 사진들은 각자 집안 식구들 사진인데
외갓집 사진틀 속에는 유일한 결혼식 사진인 우리 아버지 엄마의 
서울 집에서의 결혼식 사진이 들어 있었다.
엄마의 수놓은 원삼이 고급스러워 보였고 쪽두리에 장식이 예뻐 
보였는데 그보다 잔치상에 쌍으로 높이 고여 놓은 맞춤 꽃 떡은 
원통형으로 고인 것이 아니고 치마폭 늘어지듯 휘어진 삼각으로 
예술적으로 고여서 나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자랑스러웠다. 

작은댁 건너방에서 아주머니의 분세수 하는 것 눈 여겨 보고
애기 배내저고리 배 덮어주는 두렁치마 턱받기 가제 수건 기저귀 만드는 것을 
보면서 안방과는 다른 건너방의 작고 아담한 신혼방 같이 향기가 풍기고
색깔 고운 비단 이부자리가 개켜져 들어있는 아롱아롱 비치는 유리 이불장을 
쳐다보곤 하였다.
그때는 고가구 가치를 잘 몰라서 투박한 물고기 모양의 백통 자물쇠가 달린 
반다지나 자잘한 자개를 뜨문뜨문 박고 사방으로 받침다리가  길어서 
요강을 밀어 넣거나 반짓고리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시골 전통 의거리들 
보다 반짝반짝 빛나고 거울이나 유리가 아롱아롱 비치는 
신식 이불장이 고와 보였다.

하늘에 흰 구름이 황소 앉은것 같다가 누운것 같기도 하다가 다시
수레를 풀고 푸른 하늘로 달아 난 것 같기도 한 여름 대낮에
온 동네 애들이 바구니를 들거나 옆에 끼고 외갓집 큰 마당 쪽으로 
부리나케 걸어가고들 있었다.
강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아 와서 온동네 사람들한테 나누어 준다고 한다.

나는 일곱 살 동갑내기 영자랑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여기저기 빨간 헝겊을 잡아 매놓은 까시나무 옆에 깨진 그릇들을 
모아두는 동네 모퉁이 사금파리 더미에서 깨진 보시기 밑바닥을 
엎어놓고 돌로 쪼아 동그랗게 밥그릇을 만들고 넓적한 조각을 쪼아 
국그릇을 만들고 자잘한 반찬 그릇들을 만들다가 
팽개치고 동네 애들을 따라 달려갔다.

어른들은 아직도 논 밭에서 일하는 바쁜 때라 거의 애들이 모였다.
외갓집 바깥 마당에는 비린내가 풍기며 가마니 하나는 벌써 비었고
성자 오빠가 또 하나의 가마니에서 물바가지로 물고기를 퍼서 
나누어 주고 있었다.
두가마니 가득 물고기를 잡아온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 동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강에서 멀지 않은 동네임에도 낚시 하는 것이나 고깃배를 본적이 없다.
큰외숙은 낚시도 있으시고 그물망도 있으시지만 어망이라는 것이
끝자락에 수도 없이 많은 납덩이가 달려 있어 무겁기도 하지만
한번 쓰고 찢어진 것 고치고 씻어 말려 두려면 차라리 안 쓰는것이
보탬이 되는 듯 했다.
낚시로 한 두번 고기를 잡아 오신 것 같지만 손바닥 만한 것 
서너마리 정도 이었다.

그 외에 어느 집도 낚시나 어망이나 배 같은 것은 없었다.
이 동네는 강변에 가까워도 어촌이 아닌 순수 농촌이었다.
귀가 닳도록 듣는 여주 자랑으로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달고 시원하다는 여주 잉어는 구경도 못했다.
잉어는 크고 힘도 세고 깊은 물에서 놀기 때문에 보통 낚시로는 
잡기도 힘든다고 한다.

누가 이렇게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잡아 왔을가?
동네 장정 셋이 물고기를 잡아 왔다고 한다.
작은댁 아저씨와 먼 친척 마태 오빠와 동네 가운데 망두석 
윗집 성자 오빠란다.
어떻게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아 왔을가?
수류탄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요즈음 군대와 국민병 훈련에 익숙한 젊은 남자들은 권총이니 엠완총이니 
기관총이니 수류탄이니 하며 무기에 대해서 훤히 알고들 있는 것 같았다.
수류탄은 바른손으로 꼭 쥐고 반지같은 고리를 왼손가락으로 잡고 핀을 
뽑아 목표를 향해 힘ƒ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94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352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929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843
365 [Essay] 시인과 대통령 [2] 2011.05.05 Rover 2011.05.05 6844
364 '마사다' 요새의 최후 [2] 2011.06.19 정유석*64 2011.06.19 6821
363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11 - 접붙이기 [6] 2011.08.23 이기우*71문리대 2011.08.23 6700
362 [현진건 단편] 고향 [3] 2010.12.21 운영자 2010.12.21 6689
361 가을 장미 [2] 2011.09.05 김창현#70 2011.09.05 6671
»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1 - 홍천댁 [4] 2011.08.05 이기우*71문리대 2011.08.05 6633
359 에즈라 파운드의 파리 시절 2011.07.09 정유석*64 2011.07.09 6614
358 장미뿌리를 깍으면서 [2] 2011.07.01 김창현#70 2011.07.01 6510
357 [수필] 바람이 주는 말 - 정목일 2011.12.06 운영자 2011.12.06 6485
356 [강민숙의 연재수필] 홍천댁 14 - 개가(改嫁) [6] 2011.08.29 이기우*71문리대 2011.08.29 6471
355 매화頌 [8] 2011.05.02 김 현#70 2011.05.02 6447
354 [re]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안톤 슈낙 [6] 2012.03.03 황규정*65 2012.03.03 6416
353 에즈라 파운드와 파시즘 2011.07.09 정유석*64 2011.07.09 6327
352 준재가 가는 길, 내가 가는 길 [2] 2011.05.04 김창현#70 2011.05.04 6302
351 I crossed the George Washington Bridge [4] file 2018.12.06 정관호*63 2023.08.28 6267
350 에즈라 파운드의 중국 시 2011.07.09 정유석*64 2011.07.09 6264
349 [Essay] 손자와의 저녁산책 [8] 2011.07.16 김창현#70 2011.07.16 6251
348 중년기 치매 2 [1] 2011.07.03 정유석*64 2011.07.03 6233
347 또 한번 년말을 보내며 [3] 2011.12.27 김창현#70 2011.12.27 6186
346 [연속 단편] Introduction - 죽음 앞의 삶 - 전지은 [1] 2011.06.20 운영자 2011.06.20 6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