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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電車의 追憶

2009.10.05 03:11

유석희*72 Views:7181

電車의 追憶


 우리나라의 전차의 역사는 1899년 처음 등장하여 서대문에서 청량리 간을 운행 시작하였고, 1968년 11월 29일 퇴장하였다고 하니 약 70년간 주로 서민의 발이 된 셈이다. 이는 서울 역사박물관에 어린이 대공원에서 인수한 381호의 복원 40여년 만에 전시하게 되었고, 서울 국립과학관의 363호를 더 하면 두 대가 남아있다고 얼마 전에 신문에 나왔다.


 어렸을 때는 전차 한번 타 본 것도 有勢인적이 있었다.

내가 전차를 처음 타 본 것은 58년 여름 방학 때, 대구에서 어머니를 따라 효자동 옛 총독부관사(그 후 경호실 관할로 바뀌었다)에 살던 친척집을 찾아 갔을 때.

그 때 기억나는 일은 전차 탄일과 저녁에 AFKN 채널을 빌려 방영한 우리나라 TV방송을 처음으로 본 것과 수박을 많이 먹어 새벽에 오줌 마려워 잠이 깨었으나 迷路 같은 일본식 가옥의 구조로 화장실을 찾지 못하여 쩔쩔 맨 일,
그리고 삼청공원에 올라갔던 일.


 62년인가 중학교 때 부산에 수학여행을 갔다가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동래의 육종학자 우 장춘박사 식물원까지 전차를 탄 기억이 두 번째이다.


 사실 전차는 66년에 서울에 유학을 와서 무지하게 많이 타고 다녔다.
특히 연건동 문리대 수업이 끝나고 일주일에 두 번 청량리 예과 수업 때 종로 5가-청량리 구간, 삼선교에서 하숙할 때 혜화동까지 타고 가서 문리대까지, 그리고 뚝섬에 놀러 갈 때는 종로-뚝섬 구간을.
종로 5가에서 서울대 교복을 입고 나이 지긋한 차장에게 사정하여 청량리까지 무임승차도 할 수 있었고, 버스는 악다구니 서는 여 차장 때문에 말도 못 부쳐 보았지만.

 그래 전차는 운전사가 있고, 또 차장은 앞으로 맨 조그만 가죽가방과 한손에는 검표기를 들고 전차표를 찍어 구멍을 내었었고. 60년대에 전차표는 2원 50전이었지.


 67년 형광등조명에 냉방시설까지 된 새로운 전차가 등장하자마자 일 년도 되지 않아 전차궤도가 뜯기고 후문에 의하면 차량은 인천으로 옮겨 보관을 하며 새로 건설되는 도시에 설치를 한다는 안이 몇 번 있었으나 무산되고 폐기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예산 낭비는 어떡하고, 누구의 아이디어이었으며, 관례상 얼마나 많은 뒷돈이 오갔을까?


 85년 호주 Melbourne에 연수를 가서 1년 간 있었다. 유서 깊은 도시답게 여기는 전차가 있었는데.
Melbourne의 전차는 모양도 색깔도 다양하다.
문도 없이 뻥 뚫린 차체가 거의 목조인 전차부터 냉난방이 되는 최신형 전차까지, 이유는 아직도 굴러가니까 폐기 처분을 하지 않은 탓. 아마 전차를 만든 제조회사는 이미 없어졌더라도. 한번 씩 시내의 도로 교통상황이 힘들다고 없애자고 하면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이 들고 일어나 없애지 못하였다.

한동안 그 동네를 가보지 않아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 전차를 타고 가다가 비싼 스포츠카가 잽싸게 전차 앞으로 들어왔다가 추돌 당하였는데.
전차를 운전하던 차장이 왕창 찌그러진 스포츠카 운전자 젊은이를 야단치고 이 친구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軌道차량과 無軌道 차량이 충돌하면 절대적인 잘못이 무궤도 차량에 있다.

 

 전차는 궤도차량이다. 따라서 궤도를 벗어날 일이 없으며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느릿느릿 가는 통에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되고, 뛰어가서 잡아 탈 수도 있었지.

그래도 타고 가며 창밖을 내다보면 길 걷는 사람들 보다는 빠르지만.

혜화동고개를 힘겹게 올라가는 오래된 전차는 보기에도 숨이 가쁘다.


 길 따라 높게 설치된 電線과 전차의 도르래가 만나 일어나는 팍팍 소리 내며 떨어지는 파란 불똥,

그럴 때마다 코에는 매캐한 냄새가 느껴지고, 차안에서는 삐거덕, 밖에서는 덜커덕 소리.

警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 때는 “땡 땡 땡”하고 다닌 것 같은데.


 초록빛 몸통에 창 쪽은 노란색의 전차.

앞뒤가 똑같은 모양에 달린 헤드라이트도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차내의 燭數 낮은 백열등과 손때 묻은 손잡이.

냉난방이 잘 안되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지요.

전차의 종착역은 돈암동, 청량리, 뚝섬, 마포, 서울역이었던가.


 살다보면 뭐 그리 급한 일들이 있으랴!

결국은 인생의 종착역은 다 같은 곳인 걸.

느림보 거북처럼 움직이는 鄕愁어린 그 전차가 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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