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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전문기자가 본 영화 ‘히말라야’...엄홍길-박무택의 사연


 


캉첸중가 원정, 휴먼원정대 이야기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

올겨울 엄홍길 대장이 스크린에 데뷔한다. 다만 황정민이란 걸출한 영화배우를 통해서다. 지난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산악인은 물론 전 국민의 기대를 모은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가 12월 16일 개봉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빙우(2004)’, ‘남극일기(2005)’,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등 산악·모험을 다루거나 배경으로 한 영화가 종종 개봉되었으나 이번처럼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처음이다.

영화 ‘히말라야’는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박무택 대원(정우 분)의 끈끈한 정을 다룬 휴먼스토리다. 엄 대장과 박 대원은 2000년 캉첸중가(8,586m) 원정에서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엄 대장이 14좌를 등정할 동안 4좌(2000년 캉첸중가·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정한 형제 같은 사이였다.

2000년 캉첸중가 에서 맺은 인연

영화에서는 엄 대장이 2000년 캉첸중가 원정대를 꾸리면서 박무택 대원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엄 대장의 선배 김무영(김원해)이 원정대원으로 추천해 데려온 이가 바로 박무택이다. 영화에서 박무택 대원은 ‘산에 오르려고 5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순박하고 패기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캉첸중가 원정의 에피소드들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룬다. 캉첸중가 원정 당시 정상공격을 하던 엄 대장과 박 대원이 정상 100m 아래 빙벽에서 오도가도 못 하고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간신히 튀어나온 바위 턱에 엉덩이만 걸치고 비박한 일명 ‘죽음의 비박’ 에피소드도 그려진다. 그리고 영화는 가슴 아픈 ‘2005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 이름) 휴먼원정대’ 이야기로 넘어간다.

현실에서 박무택 대원은 캉첸중가 이후 엄 대장과 3좌를 더 등정하고 계명대 원정대 등반대장으로 2004년 5월 18일 오전 10시10분(한국 시각 오후 1시25분) 후배 장민 대원과 함께 초모랑마(8,848m)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하산한 지 1시간 만에 박무택 대원은 설맹으로, 장민 대원은 탈진으로 최악의 순간을 맞았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경 다음날 정상 등정을 위해 C3(8,300m)에 올라온 선배 백준호 부대장은 “설맹에 걸려서 앞을 잘 볼 수 없고 손발이 시리다”는 박무택 등반대장의 무전을 받고 오후 8시경 단독으로 구조를 떠났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1년 뒤인 2005년 3월 14일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엄홍길 대장은 계명대 원정대와 함께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로 떠났다. 기상악화 등의 문제로 일정이 한없이 지체된 가운데 원정대는 히말라야에 온 지 77일째인 5월 29일, 초모랑마의 턱밑 8,750m 지점 절벽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꽁꽁 얼어 숨을 거둔 박무택을 발견했다. “무택아… 무택아… 무택아~” 엄 대장은 꽁꽁 언 박무택의 시신을 부여잡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박무택의 시신은 당초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해 1시간 30분 거리인 티베트 사원으로 옮겨 제를 지낸 뒤 화장해 유골을 수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거친 날씨 탓에 엄 대장은 ‘세컨드스텝(8,700m)’ 바로 위에 돌과 바위로 무덤을 만들었다. 산 사나이 박무택이 히말라야에서 영원히 잠든 것이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엄홍길 대장은 이후 인터뷰에서 “무택이를 돌무덤에 안장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그 매섭던 눈보라가 싹 그치고 봄 날씨 같은 무풍 상태로 변했다”며 “무택이가 그제야 한을 풀고 편히 가는 구나 싶었다”고 회고했다. 영화에서는 이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산악훈련하고 네팔 히말라야에서 촬영

영화 ‘히말라야’ 팀은 영화 촬영을 위해 촬영 전부터 매일 8시간씩 등반 훈련을 했다고 한다. 등산으로 체력을 기른 것은 물론, 암벽등반도 훈련했다. 영화는 실제로 프랑스 알프스 몽블랑과 네팔 히말라야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은 네팔 현지에 도착해 촬영하는 곳까지 사흘 정도 걸어 올라가 열흘 동안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촬영에 임했다. 고산병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박무택 역은 맡은 정우는 “촬영 중 가장 힘든 건 두통이었다”며 “고산병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 하고 너무 예민해져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우는 촬영 일정 때문에 2,500m의 고도를 한 번에 올렸다가 심한 고산병을 앓기도 했다.

고생은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낙석을 맞기도 하고 촬영 중 인대가 늘어나기도 했다. 배우와 스태프 구분 없이 고지대에서 침낭 하나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고생하며 해외 촬영을 마치고 북한산 훈련 장면을 찍을 때는 배우들의 체력이 일취월장해 북한산 촬영 장소까지 뛰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엄홍길-박무택의 사연을 아는 산악인들의 기대는 각별하다. 박무택 대원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그렇다. 박무택 대원의 대학산악부 후배인 한 산악인은 “무택이 형이 히말라야에 묻힌 지 11년이 훌쩍 넘었다”며 “순박하고 술 좋아하던 무택이 형을 영화관에서 나마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히말라야로 향하는 이들에게 “왜 그렇게 위험한 곳을 목숨을 내놓고 가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히말라야’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는 산악인들의 도전정신과 지극히 인간적인 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그 이면에 인간으로서 가지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도 함께 그려낸다.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지만 오로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의 휴먼스토리의 평가는 관객의 몫이고, 히말라야에서 정열을 바치다 먼저 간 산악인들의 정신을 받드는 것은 이제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그리고 평생 산을 동경하다 히말라야에 묻힌 그들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것 또한 살아남은 자들의 몫일 것이다.

글 | 손수원 월간산 기자


Photo and Text from Internet,Webpage by Kyu Hwang, January 3,2016

출처 | 월간산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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