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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알이”--서울 말(京語)향수 와 잡생각

 

                                                                              조중행

 

“너 대답 잘못해서 유치원에 못 들어가면, 오늘 산 양복, 구두, 마에까께, 모두 넌 안 줄

 

테니 그런 줄 알어라, !” 

 

“안 주면, 그럼 누구 줘?”

 

누구 줘, 소영이 주지.”

 

소영이가, 나버더(나보다) 쪼끄만게, 커서, 그거 맞나?

 

안 맞어두 그냥 두지.”

 

무얼, 부러 그러지.”

 

설영이는 우선 한마디 하고, 그래도 약간 의아스러이, 엄마의 얼굴을 흘깃흘깃 쳐다 

보다가,

 

“조것 봐, 엄마가 부러 그러지. 웃는 거 보면, , 다 알어, 다 알어.”

 

하고 야살을 떨어, 우리는 잠깐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웃었다.

 

              1941년 박태원(6.25 때 월북)  단편채가중에서----

 

여기에 나오는소영이 영화감독 봉준호의 어머니 박태원의 둘째 따님이다.

 

아버지 박태원과 같이  북으로가서 영문학 교수가 된 첫째 딸 설영이가 유치원 입학시험

 

보러 갔던 날의 이야기이다.-----

 

요즈음 이런 대화를 우리 주위에서 듣거나 읽어 볼수도 없다.

 

나에게는 자라던 시절에 집안에서 늘 듣던 전형적 서울말” --“경알이에 대한 향수가

 

있다.

 

 

 

미국에서 몇십년 살다 귀국 모국 에서 일을 하게된 나에게  요즈음 말씨, 한글화된 의학

 

용어, 결재 문서로 올라오는 서류들의 이상 야릇한 한글로만 표기된 용어를 볼 때,

 

젊은 아이들이 이상한 속어를 이상한 억양으로 이야기할 때는 당황하게 된다.

 

조현병(Schizophrenia), 피부이식 수술 유리피판술(free Flap)”, 혈병 치료에 있어

 

흔히 쓰는 관해유도 요법(Remission Induced Chemotheraphy), 공고요법(

 

Consolidation),  품의稟議”등의 생경한 용어가 한문 첨가나 객주 없이 순전히 한글로

 

만 적혀 있다. 쓰는 당사자들에게 물어보아도 이런 한글 단어들의 어원, 의미도 모르고

 

그냥 쓰고 있다. 의무 기록에 쓰이는 이런 단어는 물론이거니와  ICU 에서 간호사나

 

인턴이 “Chest tube 에서 피가 한시간에 300 CC 씩 나오고 계십니다라고 보고를 그리고

 

그것도 아주 이상한 억양으로 이야기 할때면, 이 미국 촌사람은 할 말을 잊게 된다.

 

의료 용어 및 병원 용어를 한글화 할때 이 작업에 앞장섰던 우리 선배 교수님 몇 분(아마도

 

정부 예산으로)께서 의학등 모든 문서에서 2-300년 동안 한문 용어를 공용-병기 해온

 

일본의 의학 용어들을 베껴온 과정의 폐해라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나름대로

 

의 고민들이 있었겠지만 무책임한 작업이었다.(특히 한문을 전혀 모르는 세대에게)

 

피가 한시간에 300 CC 씩 나오고 계십니다라니-- 참으로 개탄 스럽다.

 

압축 성장과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소비문화의 하수구로 전락 해가고, 급격한

 

언어의 현대화 과정 중에 우리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특히 서울 말의 품격을 잃어

 

가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옛날 우리들의 어린 시절 집안에서, 학교에서 쓰던 말들이 그리울 때면 염상섭의

 

글이나 박태원, 이태준의 옛날 소설,  근래에는 이문구의 관촌 수필 같은 옛날 책들을

 

다시 꺼내 잠깐 씩 훑어 보는 버릇이 생겨 버렸다.

 

그날도 아침부터 눈에 뵈던 모든 것들은 꿈결에 들리던 말방울소리처럼 맑고 환상적인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 밭머리 저쪽과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엔 탱자가 볏모개 보다도

샛노랗게 틈틈으로 숨어 있었으며, 가녀리게 자라 무더기로 보랏빛 들국화는, 여름

내  패랭이꽃들로 불긋불긋 수놓였던 산등성이 푸새 틈틈이에서, 여름 내내 번성하다가

무서리에 오갈들어 꼴사납게 늘어진 호박덩굴더러 보라는 듯이 새들새들 쉴새없이 고갯짓

하고 있었다.              이문구 관촌 수필---공산 토월 중에서

 

이런 우리 말들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가?

 

봉준호의 아카데미 수상을 보며, 오늘 밤, 나는 서울말로 맛갈 스럽게 소설을 썼던 그의

 

외조부  박태원, 남북의 구분이 없었던 시절, 그와 같이 활동했던 당시 한국 최고 지성인들,

 

이효석, 정지용, 조용만, 이상 그리고 가족들이 겪었을 슬픔 그리고 불행한 한국 역사를

 

생각해 본다.

                                                    prepared by J H Choh(class of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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