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티미한 사람 늙으니 더 그렇군요. 비밀번호 아이디 잊어먹고 웹매니저님에게 물어 박정희대통령에 관한 글 댓글 달고, 온김에 여행기 하나 올립니다.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어부사시사이다. '년 닢희 밥 싸두고 반찬으란 장만마라.닫 드러라 닫 드러라 靑蒻笠(삿갓)은 써 잇노라 綠蓑衣(도롱이) 가져오나. 지국총 지국총 於思臥 무심한 白鷗난 내 좃난가 제 존난가' 古語도 흥겹거니와 삿갓 도롱이같은 것도 그립다. 언제 보길도 가서 연 잎에 밥 싸들고 도롱이 입고 삿갓 쓰고, 낚시질 하고픈 충동 느낀다. 찌거덕 찌거덕 한번 뱃놀이 하고싶다. 그런데 아내가 제의를 하였다. 두 친구분과 보길도에 가자는 것이다. 금상첨화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바늘 가는데 실 가고, 실 가는데 바늘 가는 세태 아닌가. 두 분의 바늘되시는 분 동행일 것이다. 한 분은 이대 철학과 정대현 교수, 한 분은 서울대 사학과 김용덕 교수다. 이 선비들과 洗然亭에서 고산의 묵향에 젖어본다는 것은 얻기 어려운 기회다. 그래 광주엘 갔는데, 거기 과학기술원 김교수님 댁에 또한 분 귀빈이 와 계셨다. 전 YWCA 회장 김형 선생님이다. 부군이신 한완상 선생님이 마침 남원에 목회차 오셨던 것이다. 비단에 꽃을 첨가한 것이 금상첨화라면, 이 경우는 뭐라는지 모르겠다. 이튿날 새벽에 과기원 내 호수 연꽃 구경하고, 간단히 요기한 후, 땅끝마을로 떠났다. 밤새 비 왔고, 게릴라성 호우 주의보 속에 보길도 가긴 틀린 것이다. 길두산 사자봉 전망대에 오르니 땅끝마을 앞 만장같이 넓은 바다에 뜨있는 청록색 섬들이 아름답다. 멀리 보길도 노화도 추자도가 보인다. 여기가 土末이란 곳이다. '섬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동행하신 숙녀분들이 감탄한다. 생각해보니 그냥 감탄이 아니다. 주중에는 연구실로, 주일에는 교회 가는 일로 성실히 얽매이는 부군 옆에서, 언제 여행할 짬이 있었겠는가. 전직 부총리 분의 이 한가한 여행도 초행이 당연할 것이다. 그래 약간 익살 섞어 '그동안 국사에 전념하시느라...이쪽으로...' 선생께 전망대 오르는 길 안내하자. '국사에 전념하신 분은 저어기 저쪽.' 싱그레 웃고 김교수를 가르킨다. 하기사 역사 전공한 분이 그분이다. 어쨌던 우리 일행은 백두산 태백산 지리산 두륜산으로 흘러온 맥이 끝난 그 바다를 오래 감회 깊게 바라보았다. 다음에 간 곳은 美篁寺다. 호남의 금강산이 월출산인 것은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준수한 바위산 병풍처럼 두른 달마산 모른다면 좀 곤란하다. 美篁이란 글자에 문득 왕유의 <竹里館>이란 시가 생각났다. 나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獨坐幽篁裏) 거문고 타다가 다시 길게 휘파람 불어본다.(彈琴復長嘯) 깊은 숲은 사람들이 모르지만(深林人不知) 밝은 달은 와서 서로 비춘다.(明月來相照) 왕유처럼 대밭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미황사란 이름부터 맘에 들 것이다.일주문 옆 흐르는 물소리에 귀 씻고 석축 올라가니, 빛 바랜 대웅전 단청이 고색찬란하다. 바라보니 정기 먹음은 산, 깍아지른 절벽이 수도자의 마음까지 정결케 해줄 것 같다. 언제 여기서 며칠 템풀스테이 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미황사다. 잠시 둘러보고, 고산선생의 綠雨堂을 찾아갔다. 꿩 대신 닭인 셈이다. 보길도 대신 녹우당이다. 바람 불면 비자나무숲 푸른 빛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녹우당이다. 휴관이라 내부는 둘러보지 못했지만, 건물들의 향 살피고, 수령 5백년 은행나무의 웅장한 자태를 본 것으로 족하다. 특히 여기서 정교수님이 좋은 사진작품 하나 얻었다.나중에 보내신 사진 보니, 용틀임한 은행나무 굵은 둥치 앞에 선 네 여성의 섬세한 자태가 인상적이었다. 토담 뒤는 대밭이 있어 고산의 五友歌 생각나게 했고, 오래된 비자나무숲은 한여름인데도 시원했다. 나선 김에 다산초당도 둘러보았다. 요즘은 시골 풍경이 어느 선진국 못잖다. 비 개인 청산은 수채화 같은데, 차 속에선 같은 서울대 교수였던 한선생님 김교수님 대화가 물소리마냥 정겹다. 알만한 학자 장관 총리 이름이 거론되곤 했다. 간혹 화가 음악가도 거론된다. 나야 신문도 보지않고 居士로 자칭하는 閑人이라, 듣기만 하였다. 당나라 劉禹錫의 <陋室銘>이란 글이 생각났다. '누추한 집은 이끼 흔적 섬돌 위에 푸르고, 풀빛은 발을 통하여 푸른데, 담소하는데 큰 선비가 있고, 왕래하는데 보통사람은 없다.' 고담준룬에 매번 갔던 식사 장소가 검소해서 그랬던 것 같다. 동백숲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이리저리 얽힌 나무 뿌리를 밟고, 만덕산 기슭 다산초당에 올랐다. 마루에 걸터앉아, 장방형으로 돌축대 쌓은 연못 속 석가산 보며, 잠시 물소리 들었다. 초의선사와 다산이 차 마시며 듣던 그 물소리다. 마당 가운데 놓인 평평한 돌은 찻상일 것이다. 솔방울 주워와 차를 다렸을 것이다. 초당 뒤편 藥泉이 있다. 바위에 새긴 丁石이라는 글자가 옛일 말해주고 있다. 天一閣에 오르니 벼슬 길 험난함을 생각케 된다. 천일각이란 하늘 끝 한모퉁이를 의미한다. 천재라 정조 임금의 사랑을 듬뿍 받은 다산이다. 18년간 하늘 끝 모퉁이 유배생활은 그 무슨 운명인가. 다산은 여기서 강진 바다를 쳐다보며 흑산도 유배된 형 정약전을 그리워 했다고 한다. 寶丁山房이란 현판 글씨 보내준 바다 건너 제주도의 추사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 유배생활 중에 목민심서 등 5백여권 방대한 저술을 완성했다고 한다. 하늘의 뜻은 이처럼 오묘한 것이다. 상경 후에 김교수께서 주신 부채를 펴보았다. 난초와 수석이 그려진 부채였다. 그윽하게 꽃 피운 난향이 竹節 부채 안에 가득했다. (2010년 8월) |
2011.05.16 23:00
2011.05.17 14:53
네분 벗님내외분들의 운치있는 남도여행기 잘읽었습니다.
늘상 느끼는 일이지만 조선왕조때 사색당파,당쟁으로
다산이나 추사가 그렇듯이 수많은 인재들이 유배로 많은날들을
허비했던것은 안타까운일입니다. 규정
2011.05.17 15:01
교수 님이 쉽게 쓰신 글이 가끔 우리에게는 어려울때가 있는데,
더구나 거기에다가 역사책의 기억조차 멀리 사라진 동문들을 위해서,
아주 간단히 요약한 "다산 정약용 (茶山 丁若鏞)"의 스토리를 보탭니다.
본인도 다산의 이름은 기억에 있었지만, 역사적 사실은 생각이 나지 않기에 찾어보았지요.
이런 글을 읽을때마다 본인에게 상기되는것은 이조의 후반기는 한국역사에서 "暗黑"시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혁주의자가 있었다는것에 머리가 숙으려집니다.
낯설은 기독교가 서민사이에 퍼져들어온것도 이런 사회적 절망때문이겠죠.
불교와 유교에 환멸을 느낀 대중들이 어디엔가 다른 새 종교에 의지하고 싶었겠죠.
원래 한국인은 용감하고 자부심있는 국민이였는데, 이조 말때부터 처참한 "엽전거지근성"이
시작되었고 봅니다. 한번 시작되어 뇌리에 밖힌 엽전근성은 아직도 그 잔해가 본인의 마음속은 물론
수많은 한국인에게 남아있지요. Sometimes, I hate myself for that !!
(아래는 Internet에서 가져옴)
다산 정약용(1762~1836 )은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이다.
.... 다산의 고민은 조선사회가 총체적인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정치인들은 노론이니, 소론, 남인이니 하며 정파로 나뉘어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고 학자들은 낡은
성리학의 관념론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농민들은 지방관들의 부정부패와 지주들의 가혹한 수탈로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산은 이 모든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껴안고 무엇이 올바른 해결책인가를 진지하게 탐구했다.
더 이상 사회체제로서 힘을 잃은 성리학과 양반 귀족들의 착취와 폐해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대다수 농민 백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경제, 토지, 정치개혁을 연구하고 주장하며 일생에 걸쳐 실천하였다....
.... 정조가 서거하고 순조가 즉위하면서 다산은 생애 최대의 전환기를 맞는다.
소론과 남인사이의 당쟁이 1801년 신유사옥이라는 천주교 탄압사건으로 비화하면서
다산은 천주교인으로 지목받아 유배형을 받게 된다.
다산은 포항 장기로 셋째형 약종은 옥사하고 둘째형 약전은 신지도로 유배되었다.
9개월이 지난 후 황사영 백서사건이 발생하자 다산은 서울로 불려와 조사를 받고 약전은 흑산도로
다산은 강진으로 유배 지를 옮겼다.
강진에서의 유배기간은 다산에게 고통의 세월이었지만 학문적으로는 매우 알찬 결실을 얻은 수확기였다....
이 강진의 유배지에서의 다산의 거처를 "다산 초당"이라하며, 정다산유적(丁茶山遺蹟)은 사적 제107호로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에 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정약용이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던 곳이다.
정약용은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다른 한편으로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백여 권에 이르는 책을 저술하였다.
2011.05.17 16:53
정조가 서거하고 순조가 즉위하면서 소론과 남인 사이의 당쟁이 신유사옥(辛酉邪獄 : 1801년(순조 1년) 천주교도를 박해한 사건)이라는 천주교 탄압사건으로 비화하면서 다산은 천주교인으로 지목받아 유배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때 다산의 셋째 형 정약종은 옥사하고 둘째 형 정약전은 신지도로 다산은 경상도 장기(현재 경상북도 포항)로 유배되었다가 황사영(黃嗣永)의 백서(帛書)사건(기독교 탄압을 외국에 호소한)이 일어나서 서울로 다시 불려와 조사를 받고 정약전은 흑산도로(거기서 사망) 정약용은 강진으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합니다.집안이 모두 참화에 희생된 것입니다.
그 유배생활 동안 학문연구와 저술활동으로 500여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저술하였고, 57세 되던 해인 1818년(순조 18년) 18년의 유배에서 풀려 고향으로 돌아와 미완으로 남아있던 '목민심서(牧民心書)''흠흠신서(欽欽新書)', '아언각비(雅言覺非)' 등의 저작을 내놓고 7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세상살이가 순탄했으면 일이 바빠 그 많은 저술이 가능했겠습니까?
그래서 하늘의 뜻은 오묘하고 깊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011.05.17 17:33
2011.05.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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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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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Kim,
"Yu-yu
Ja-jeuk
Ha-gu-na".
This country doctor spent one hour to take on-line
examination for Malpractice Insurance to stay in
this business, if it is business. Can you believe we
have to take examination at this stage of our life?
But what can I do? This is the life I chose
and I have to Go Through it till the end.
Anyway, can you show me the image you hide in the blank?
I cannot see what's in there. I just see it as blank. I might
not have program for that. Thanks.